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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사찰음식은 나눔의 정신 [끝]

기자명 일운 스님

 
모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듯이 우리는 먹는다는 행위에서도 걸림이 없어야 합니다. 어떤 음식이라도 그 앞에서 탐심을 내려놓을 수만 있다면 비로소 남과 나눌 수 있는 배려의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이 마음이 수행의 첫 단계이자 사찰음식이 갖는 정신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연재의 마지막을 즈음해 그간 풀어 온 이야기의 맺음을 할까합니다. 사찰음식의 모호하던 정의나 잘못 인식하고 있었던 부분에 대해 연재했던 저의 소견이 조금이나마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이를 바탕으로 바른 식습관을 가진 불자, 보살계를 잘 이행하는 불자로 거듭나길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사찰음식을 특별하게 포장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남방불교의 탁발문화와도 비교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수행자의 음식은 붐을 조성하는 음식도 아니며 천수를 누리게 하는 장수식도 아닙니다. 다만 도업(깨달음)을 이루기 위해 몸을 보하려고 섭취하는 최소한의 음식입니다. 부처님 말씀에 따라 육식과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으며 준비하는 공간을 정결히 하고 조리법을 단순화함으로써 음식에 탐착하지 않고 공양 온 시주물에 대해서는 감사한 마음만 낼 뿐입니다. 더러는 재가자들이 정진하시는 스님들의 건강을 염려해 계를 범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시의 공덕으로만 보면 분별심 내지 않는 것이 마땅하나 불교는 다른 종교와는 달리 스스로 공부하여 깨달음을 구하는 만큼 계율을 지키는 자세 또한 중요한 덕목입니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천재 조각가 미켈란젤로는 평소 소식(小食)으로 팔십이 넘게 장수하며  많은 작품에 매진하였다고 합니다. 대리석으로 유명한 카라라 지역에서 대리석을 채취하던 중에 먹었던 식사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보리채소스프, 빵 두 쪽, 포도주 조금에 절인 생선 두 쪽이 전부였습니다. 그가 머물렀던 식당에서 직접 요리를 주문한 메모가 전해져오고 있기 때문에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아마도 현재에 그가 생존한다면 보리스프가 유행처럼 번질 것이며 마셨던 포도주는 동이 나겠지요. 과연 그러한 위대한 작품들이 음식의 힘에서 나왔을까요. 그것은 일념으로 집중한 마음과 그 에너지에서 나온 결과물들입니다. 무심히 익힌 바른 습관들이 1만 가지 행위의 근본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십시오. 그러나 먹는 것의 선택과 습관을 익히는 것을 오직 나의 수행으로 삼아야지 남의 기호까지 참견하는 일은 삼가야합니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의 의식수준을 의심하거나 인격적인 모욕을 하여서는 절대 안 되는 일입니다. 세상을 혼자서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상대와 소통하고 교감하며 자비 나눔을 실천하는 행동가가 참다운 보살입니다.

함께 하십시오. 그리고 나누십시오. 상대가 기뻐할 때 우리는 행복해집니다. 한국의 불교가, 승가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재가자들의 바른 수행이 함께 할 때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저와 모든 중생들이 함께 부처님과 같은 바른 깨달음을 증득하길 원합니다. 개인의 행복과 정의로운 사회, 세계가 평화롭길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담아 이 글을 끝맺음하겠습니다.

 

콩국수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행에 전념하시는 선원 수좌스님들을 위해 신도님들이 콩국수를 준비하느라 전날부터 콩을 손질하는 손길이 분주하기만 하다. 불린 콩은 손으로 문질러 껍질을 제거한 후 비리지 않게 삶아 식혀서 맷돌에 콩과 콩 삶은 물을 조금씩 넣고 곱게 간다. 간 콩물이 거칠면 체에 한 번 내려두고 오이를 채 썰고 토마토를 준비한다. 생면을 삶아 먹기 좋게 타래를 틀어 채반에 올리고 콩물과 소금, 깨소금, 오이채, 토마토를 함께 곁들여 정성 가득한 마음으로 공양을 올린다. 모두가 성불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1350호 / 2016년 7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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