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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추석과 사찰음식

기자명 김유신

차례는 불교에서 유래된 의식
토란국·산동백나뭇잎부각 공양

얼마 후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다. 추석(秋夕)이란 말은 ‘예기(禮記)’의 “춘조월 추석월(春朝月 秋夕月)”이란 문장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또 다른 이름으로 ‘중추가절(仲秋佳節)’이 있다. ‘중추(仲秋)’는 사계절마다 드는 3개월을 부를 때 첫 달에 맹(孟)자, 둘째 달에 중(仲)자, 마지막 달에 계(季)자를 붙였던 전통에 따라 7월, 8월, 9월 중 가운데에 해당됨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와 관련하여 ‘중추월석(仲秋月夕)’이란 말도 쓰는데 이를 줄여서 추석이라고도 하였다. 가장 널리 부르는 순우리말로는 ‘한가위’가 있다. 한가위란 “한 가운데”란 뜻으로, 가을의 한 가운데 있는 명절날을 의미한다. 한가위를 이두식 표기로 ‘가배(嘉俳)’라고도 하였는데 이 말은 고려가요 ‘동동(動動)’에 “팔월 보름은 아! 한가윗날이건마는(아으 嘉俳나리마)”이나, 조선시대 악전(樂典)인 ‘악학궤범(樂學軌範)’에 “팔월 보름날은 가배(嘉俳)날이지만 님을 뫼시고 함께 지내면서 맞을 수 있다면야 오늘이 참 가배다울 텐데”라는 가사로 전해지고 있다.

추석은 단오나 칠석과 달리 유두처럼 우리의 고유한 명절이다. ‘수서(隨書)’나 ‘구당서(舊唐書)’등 중국의 사서에도 신라의 명절로 기록되어 있고, 일본승려 ‘원인(圓仁)’의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에는 중국 산동지방에 살던 신라인들이 절에서 추석을 기렸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의 사서(史書) 중 추석을 기록한 최초의 기록은 ‘삼국사기’로 신라 유리이사금 대에 육부(六部)의 여자들을 둘로 나누고 7월16일부터 8월 보름까지 길쌈을 겨루어 진편이 이긴 편에 사례하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한편 ‘삼국유사’ 가락국기에는 8월15일 수로왕 사당에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삼국시대 이후 추석은 고려시대에는 설날, 정월대보름, 상사(上巳)일, 한식, 단오, 중구(重九)일, 팔관(八關)일, 동지(冬至)와 더불어 9대 속절(俗節)로 꼽혔고,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설날, 한식, 단오와 더불어 연중 4대 명절로 자리 잡았다.

추석을 대표하는 풍속으로는 햇과일과 햇곡식으로 천지신명과 조상님께 천신(薦新)하는 ‘차례(茶禮)의식’을 들 수 있다. 차례는 불교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의식으로 조선 후기인 18세기 전후로 완성되어 오늘날 유교가례의 전범(典範)이 된 ‘사례편람’에서 이 말이 빠지기 전까지 보편적인 명절의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숭유억불의 조선시대에서도 사명일(四名日:설날, 단오, 한식, 추석) 제사를 차례라 하였는데, 정조의 ‘홍재전서’에 ‘8월에 산제(山祭)와 추석제(秋夕祭), 11월에 동절제(冬節祭), 동지(冬至)에 차례(茶禮)를 올린다’는 기록이나 ‘연려실기술’의 ‘사전전고(祀典典故)’에 “우리나라의 문소전 제향은 세종 조 때부터 시작되었는데…(중략) 한 차례의 차례(茶禮)가 있었는데, 음식은 소찬을 썼다.” 고 하여 차례에는 육식을 쓰지 않았다고  적고 있다. 즉, 불교국가인 고려에서 산짐승을 죽여 제물을 삼았던 ‘희생(犧牲)’대신 국수로 제물을 삼았던 ‘면생(麵牲)’의 불교전통이 조선시대에도 차례라는 이름과 더불어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 사찰음식 원형문화 파악을 위해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찰음식 원로인터뷰조사’에 의하면 추석의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이즈음 나오는 토란으로 끓이는 ‘토란국’, 소위 생강나무로도 불리는 ‘산동백나뭇잎 부각’이나 ‘감자 부각’등을 들 수 있고, 승속을 불문하고 추석을 대표하는 음식인 송편의 경우 절집에서는 박속과 석이버섯, 흰 깨와 검은 깨로 소를 넣은 송편이나 소나무의 속껍질인 ‘송기’를 쌀과 섞어 만든 ‘송기송편’ 등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조선 후기 세시기인 ‘열양세시기(冽陽歲時記)’에 보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 같기만 하여라(加也勿 減夜勿 但願長似嘉俳日)”라는 말이 나오는 데 이 말처럼 중생계에 있는 모든 이들이 몸도 마음도 더불어 풍요로워지는 추석 명절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김유신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발우공양 총괄부장 yskemaro@templestay.com
 

[1358호 / 2016년 9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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