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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공감설법 방정식과 미디어 역할

불광사 지홍 스님이 제시한 공감설법 방정식

2016년 6월4일 조계종 포교원장이자 불광연구원 이사장인 지홍 스님은 ‘감동적 설법’을 위한  학술연찬회의에서 인사말을 했다. 토론자로 참가했던 필자는 “민초들 생활과 동떨어진 법문이나 불안전한 역경사업에 기초한 법전인용에 집착한 논문내용보다 인사말이 훨씬 쉽고 감동적인 설법”이라고 평가했다. 학술세미나 때마다 으레 어려운 논문인용 반복에 식상했던 터에 인사말 문장은 맛깔스럽고 설법 방향을 명료하게 제시했다.

마음을 적시는 메시지 개발하고
'진리'  풀어내는 기술 연마해야

“설법은 지혜의 등불을 중생들의 가슴에 밝히는 전법행이며, 법회는 중생들의 마음에 도사리고 있는 어둠을 걷어내고 기쁨과 행복을 나누는 곳이다. 설법은 승가에서 가장 핵심적인 실천이며, 법회는 불자들에게 가장 거룩한 공간이자 가장 행복한 체험이다.” 또 “부처님 설법에는 어두운 마음을 희망차게 바꾸는 힘이 있고, 법회가 열리는 공간에는 삶을 변화시키는 에너지가 넘친다. 그래서 부처님 설법에는 언제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과 설법이 진행되는 법회 공간에는 기쁨과 환희가 넘쳐났다.”

“수많은 제자들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기쁨에 젖어 눈물을 흘렸다. ‘금강경’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체루비읍(涕漏悲泣)’하는 수보리에 대해 설했는데 부처님의 설법에 너무나 감동한 나머지 눈물을 흘리며 슬피 울었다. ‘화엄경’에도 여러 보살들로부터 설법을 들은 선재동자는 ‘환희용약(歡喜踊躍)’ 했는데 너무 기쁜 나머지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그러므로 “설법은 냉철한 지식과 정보가 오고 가는 담론의 장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과 아픔과 상처를 보듬는 치유가 있고, 뛸 듯 기뻐하는 환희와 희망찬 삶을 위한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다.”

그렇다. 설법은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 ‘아픔과 상처를 보듬는 치유’, ‘환희와 희망찬 삶의 에너지가 넘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감동이 있을 때 진리는 중생들 가슴 속으로 스며들며, 무명의 껍질은 깨지고 함께 어우러지는 보살의 삶이 펼쳐진다. 그래서 법회는 감동이 있어야 하며,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메시지가 살아 있어야 한다.” 스스로 실천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공감 설법의 방정식과 방법론을 제시한 셈이다.
지홍 스님은 이런 설법을 위해 ‘바른 진리’를 담아내야하는데 이에 못지않게 설법의 기술적 측면도 결코 간과해선 안 된다고 되짚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열린 정신이다. 먼저 민초들 삶을 헤아리는 스토리텔링과 낮은 자세로 그 마음속으로 젖어가는 메시지 개발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중요하다. 학술연찬회 다음 날 지홍 스님은 불광사 일요법회에서 여느 날과 달리, 법문 전 호흡을 크게 내쉬며 한동안 침묵 후 학술연찬회에 다녀오니 여느 때와 달리 심적 부담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중은 날로 지식수준이 높아가고 설법에 대한 기대치도 높으니, 포교자의 자세와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깊은 불심과 신행을 요구하고 있음을 환기시켰다. 이어 지홍 스님은 전법 행위로써 불교미디어 역할에 대해 법문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월간 ‘불광’이 42년 동안 이뤄낸 발자취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인쇄비가 바닥나고 원고료가 달려 발행중단 고비를 여러 번 겪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중단 없는 발행을 했던 이유는 불교미디어의 가치가 그만큼 중요했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매체 이익과 매체조직 유지가 아닌, 전법 조직화와 전법 미디어의 역할이었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부처님 정신에 따른 중생의 행복과 평화의 길이었다. 그런 메시지를 담아 시대적 맥락에 부합한 콘텐츠로 대중을 연결하고 바른 가치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미디어를 지향했다. 돌이켜보면 불교는 굴곡의 역사 속에서 고난의 표교활동을 펼쳐왔고 그 선봉에서 전법미디어 역할이 컸다는 것이다. 지홍 스님은 그럼에도 세상은 변하고 있고 불교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측면에서 전법의 횃불인 전법미디어는 디지털플랫폼을 통한 메시지 전달방식의 변화, ‘연기(緣起)’의 가르침에 따른 다양한 분야와의 교류확장, 공동체적 삶과 대중 삶의 양식을 살찌우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전법미디어의 비전을 제시했다.

박상건 동국대 겸임교수 pass386@hanmail.net
 

[1359호 / 2016년 9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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