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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고귀한 견해

말대꾸하는 아이에게 비난보다는 경청이 먼저

고귀한 견해란 ‘있는 그대로를 바르게 보는 것, 탐진치에 집착함이 없는 맑고 바른 앎’이다. 우리가 모든 사물을 바르게 볼 수만 있다면 왜곡으로 인한 쓸데없는 대립이나 고통은 일어나지 않을 터이니 삶이 고결해진다. 그 한 예로 어린 시절 즐겨 읽던 동화 ‘여우와 두루미’가 있다. ‘어느 날 여우는 두루미를 초대하여 음식을 대접한다. 그런데 여우는 자신이 좋아하는 납작한 접시에 음식을 담아 내놓으니 두루미의 긴 부리로는 그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두루미가 여우를 초대하여 음식을 긴 그릇에 담아 내놓지만 부리가 없는 여우도 음식을 전혀 먹지 못했다’는 이 동화는 우리에게 무엇을 일깨우고 있는가? 상대를 바르게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여우는 두루미의 특징을 바르게 알지 못했고 그 다름을 인정하지도 않아 결국 두루미를 화나게 해서 화합을 깨버린 것이다. 부모와 자녀도 이와 다르지 않다. “너는 도대체 내가 하는 말마다 왜 그리 토를 다니 달긴, 좀 고분고분하면 안돼?”라고 따져 묻는 부모는 자녀의 생각을 바르게 알지 못했고 또 그 다름을 인정하기도 싫다는 뜻이니 충돌을 한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항상 상대적 모순을 안고 있다. 일단 우리에게 말과 생각이 일어나면 ‘옳고 그름’ ‘좋음과 나쁨’과 같은 이분법적 틀이 형성된다. 왜인가? 내 것이라는 견해가 생기면서 분별심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별하는 견해는 늘 고통이 동반한다.

토다는 자녀에게 화내면 불화
생각 다름 인정 할 때 갈등 줄어
다른 견해 수용 방법 일깨워야

부처님 당시에도 이런 견해의 문제점을 질문하는 제자가 있었다. ‘맛지마니까야’의 ‘버리고 없애는 삶의 경’을 보면 한 제자가 이렇게 묻는다. “세존이시여, 자아에 대한 이론이나 세계에 대한 이론과 관련하여 수많은 견해가 세상에 생겨났습니다. 처음으로 명상수행을 시작하는 수행승에게서도 이와 같은 견해가 버려지고 폐기됩니까?” 그러자 부처님은 “쭌다여, 자아에 대한 이론이나 세계에 대한 이론과 관련하여 수많은 견해가 생겨났다. 이러한 견해가 잠재하거나 돌아다닐 때에 ‘이것은 나의 것이 아니고 이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다’고 있는 그대로 올바른 지혜로 보면 이와 같은 견해는 버려지고, 폐기된다”라고 말씀하셨다. 부처님 말씀처럼 수많은 견해는 나라는 집착에서 비롯한 것이어서 나를 내려놓는 순간 삿된 견해는 사라진다. 그러면 지혜가 밝아져 더 이상 나와 상반된 의견을 배타적으로 여기지 않는 관용, 배려, 존중감이 드러나 화합을 이루게 된다. 우리가 주관적인 자아에 지배를 받는 한 객관세계가 내 관심영역에 바르게 들어올 수는 없다. 나를 내려놓아야 비로소 있는 그대로 보는 객관적 앎의 틀이 생기니 이것이 ‘고귀한 견해’이다.

‘맛지마 니까야’의 ‘꼬쌈비 설법의 경’은 이를 보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수행승들이여, 수행승은 해탈로 이끄는 고귀한 견해가 있어 그것을 실천하면 올바로 괴로움의 소멸로 이끄는데 수행승은 이와 같은 견해에 관하여 동료수행자들과 함께 여럿이 있을 때나 홀로 있을 때나 마찬가지로 그 견해와의 일치를 도모해야한다. 이것은 새겨 둘 만한 것으로 사랑을 만들고, 존경을 만들고, 도움으로 이끌고, 논쟁의 불식으로 이끌고, 화합으로 이끌고, 일치로 이끄는 것이다.”

부처님은 괴로움을 소멸하는 길이 고귀한 견해의 실천이라 하시며 서로 다른 견해의 일치를 위해 노력하라고 이르셨다. 이 말씀처럼 부모도 자녀와의 견해 차이를 부정하기 전에  일단 수용해보라. 예컨대 “네 말을 들으니 수긍이 간다. 네 의견을 정확히 말해주어 고맙구나”라며 아이 말을 비난하지 않고 경청하며 그 다름을 인정해주는 부모는 지금 자녀에게 서로 다른 견해를 어떤 방식으로 일치해 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있는 그대로 봄’이다.

황옥자 동국대 명예교수 hoj@dongguk.ac.kr

[1360호 / 2016년 9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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