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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환희의 나라

시방세계 노닐고 진리 말씀 들으며
3소겁 지나 비로소 환희지 이르다

위없이 높은 보리심을 발한 수행자 앞에 아미타불께서 금련화(金蓮華)를 들고 나타나셨습니다. 극락세계로 이끌어 가기 위해서입니다. 아미타불께서 내영(來迎)해 주시는 은혜를 입자, 몰록 아미타불께서 들고 오신 “금련화 위에 앉아있는 자기 자신을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행자가 금련화 위에 “다 앉자마자 꽃잎이 닫혔다.”

수행자가 금련화 위에 앉자
아미타불이 꽃잎 닫아 포용
꽃잎 다시 열려 극락 살피며
부처님 상호 다 보고 이해해

금련화는 아미타불의 지물(持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아미타불의 자비, 아미타불의 사랑을 상징합니다. 그러므로 금련화 속에 앉아있는데, 꽃잎이 닫힌다는 것은 바로 아미타불에게 포옹되었음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아미타불로부터 따스하게 포옹된 채 “(아미타) 세존의 뒤를 따라서 곧 (극락국토의) 칠보(七寶)로 된 연못에 왕생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칠보로 된 연못 위에서) 하루 밤낮을 지나자 연꽃이 다시 열렸다.” 금련화는 아미타불의 지물일 뿐만 아니라 승물(乘物)이기도 합니다.

선도대사가 착안한 저 유명한 이하백도(二河白道)의 비유에서, 사바세계와 극락세계 사이에는 물의 강과 불의 강이 가로막고 있다 하였습니다. 그 사이에 한 줄기 길이 나 있는데, 하이얀 길(白道)입니다. 정토로 왕생하는 사람들은 이 백도를 통해서 간다고, 그 길은 수해도 없고 화재도 없는 안전한 길입니다.

그 백도가 무엇일까요? 바로 “나무아미타불”이라고 잇펜(一遍, 1239~1289)스님은 말씀하셨습니다만, 여기 ‘관경’의 상품하생에서는 보리심을 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염불에 의해서 건너가고, 보리심에 의해서 건너갑니다. 금련화를 타고서 건너갑니다. 이렇게 금련화는 고해 바다를 건너는 배가 되기도 합니다. 반야용선(般若龍船)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꽃잎이 다시 열렸습니다. 그 덕분으로 이제 행자는 칠보로 된 연못은 물론 극락을 두루 살펴볼 수는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아미타불은 뵙지 못했습니다. “(꽃잎이 다시 열린 뒤) 7일이 지나서야 비로소 부처님을 뵈올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부처님 몸(佛身)을 뵈올 수는 있었지만 (부처님의) 수많은 상호에 대하여 마음으로 선명하게 다 알 수는 없었다.”

마치 선에서 몰록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지속해서 닦음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아미타불이 가진 수많은 신체적 특성(相好)들에 대해서 다 보고 다 이해하는 데는 다소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는 것입니다.

“3·7일이 지나서 비로소 분명하게 볼 수 있게 되었으니, (극락의 모든 존재의) 소리가 다 지극한 진리(妙法)를 연설하고 있음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3·7일은 3주입니다. 우리나라 절에서 3·7일 기도를 많이 하는데 여기 ‘관경’에 그 유래가 있었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극락에만 머물지 않고, “시방세계를 노닐면서 모든 부처님을 찾아뵙고 공양한다. 그 부처님 앞에서 다시 매우 깊은 진리의 말씀을 듣는데, 3소겁(小劫)을 지나서 모든 진리에 대하여 명료하게 아는 지혜(百法明門)를 얻어서 환희의 경지(歡喜地)에 머문다. 이를 상품하생이라 말한다.”

환희지는 십지(十地) 중에서 첫 번째입니다. 그 환희지를 얻는데 왕생극락을 해서도 3소겁이라는, 가히 한량없는 시간 동안 부처님을 공양하고 법문을 들어야 합니다. 공덕을 쌓아야 합니다.

“극락 국토의 모든 중생들은 다 아비발치(avivartika, 불퇴전지, 부동지)이다”라고 하는 ‘아미타경’의 입장과는 다릅니다. 아비발치는 제8지이기 때문입니다. ‘아미타경’은 ‘관경’과는 달리, 구품(九品)으로 나누어서 왕생한다고 설하는 것이 아니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상의 상품상생, 상품중생, 상품하생을 “상배들이 왕생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라 하고, 제14관이라 말한다. 이렇게 관찰하는 것은 올바른 관찰이라 말하고, 만약 이와 달리 관찰한다면 삿된 관찰이라 말한다.”

김호성 동국대 교수 karuna33@dongguk.edu
 

[1362호 / 2016년 10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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