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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정목 스님 설법 노하우 ③

대중 고뇌 읽어내 소통하며 깊은 깨달음 이끌어

“달팽이가 느리다고 달팽이를 채찍질하지도 마십시오. 우리가 행복이라 믿는 것은 많은 경우 행복이 아니라 어리석은 욕심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우주의 시계에서 달팽이는 느려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56쪽) “아무도 돌아보지 않고 보살펴주지 않아도 섭섭해 하지도 않고, 투정부리지도 않고 저 자체로 아름답게 피었다가 소리 없이 지는 꽃들에게서 겸손과 침묵의 아름다움을 배우게 됩니다.”(60쪽) “마음의 질주를 멈추고 혼자 잠시 머물 공간이 있다면 내면의 성스러움과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1분 명상, 기도, 책읽기 뭐든 좋아요.”(71쪽)

생활 속 이야기 스토리로 되살려
비유 통해 부처님 말씀 되새김질

정목 스님은 경전을 즐겨 인용하지 않지만, 스토리의 바탕은 부처님 말씀이다. 대중화법으로 민초들의 소재를 통해 비유하며 구체적으로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이 탁월하다. 달팽이와 느림의 미학, 홀로 피는 꽃과 조우하는 그런 명상법의 원류는 어디일까? ‘법구경’에는 “배우려는 사람은 한적한 곳에 들어가/ 고요히 머물면서 마음을 쉬어라/ 그윽한 곳에 혼자 있기를 즐기면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법을 주시하라”고 했다. ‘증일아함경’에는 “말할 때 말하고 침묵할 때 침묵할 줄 알아야 마음의 평온을 얻고 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소부경집’에는 “모든 속박을 끊어 버려 두려울 것이 없는 자, 매듭을 풀어 자유로운 자, 이러한 자를 나는 성자라 부른다”고 했다. 부처님은 10년 동안 수행하고 45년 동안 제자를 가르쳤는데, “너희들 마음속에 있는 것 그대로를 꺼내어서 다시 들려주었을 뿐, 그 이상의 설법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목 스님은 그렇게 대중의 고뇌와 고독을 읽어내 소통하면서 깨달음을 준다. 

동양철학과 우화 등 생활 속 이야기를 대중적 스토리로 되살려 되새김질하게 한다. “자신의 그림자가 마음에 안 들고, 자신의 발소리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자신의 그림자와 발소리를 없애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좋은 수가 생각났어. 그림자와 발소리로부터 멀찌감치 달아나는 거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그는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땅에서 발을 뗄 때마다 발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고, 그림자는 쉬지 않고 따라왔습니다. 어리석은 그는 실패의 원인을 빨리 뛰지 않는 데 있다고 생각한 나머지 더 빨리, 더 빨리 뛰려고 노력했습니다. 쉬지 않고 뛰었지요. 그렇게 뛰다가 그는 끝내 죽고 말았습니다. 어리석었던 그는 그늘에 들어가면 그림자가 사라지고, 고요히 앉아 있으면 발소리가 사라진다는 간단한 원리를 알이 못했던 것입니다.”(109쪽) 장자의 우화를 인용해 깨침을 준 사례다.

“혹시 바닷가 반질반질한 윤이 나는 돌의 이름을 아시나요?”(61쪽)라면서 해미석(海美石)이라는 몽돌을 소재로 정서적 메시지로 전달하는 대목은 자연을 통한 문학적·철학적 비유법의 탁월함을 보여준다. 윤기 나는 돌들은 스스로 갈고 닦음의 결과물이다. 숱한 비바람과 파도 속에서 견뎌낸 영육의 표상이다. 그래서 무소의 불처럼 홀로 가라는 메시지로 발전한다. 작은 것은 아름답고 단순하고 아름답다. 그러니 “덜 가지면 덜 쓰게 되고, 덜 쓰면 덜 벌어도 되고, 덜 복잡해지니 단순해지면 아름다움이 보인다”는 것이다. (89쪽) “감정을 일으키는 것은 그대도 상대도 아니며 오직 마음이 그럴 뿐입니다. 마음에 비친 분노라는 감정은 실체가 없어서 마치 영화관에서 스크린을 통해 보는 영상과 같습니다.” “펄럭이는 깃발을 보고 한 사람은 깃발이 움직인다고 하고, 또 한 사람은 바람이 깃발을 움직인다고 하는데, 이들의 말을 듣던 혜능 선사는 움직이는 것은 마음이라고 한다. 깃발도 바람도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는 것은 그대들의 마음이다.”(107쪽)

이런 비유법을 통해 문득, 문득, 심금을 울리는 부처님 말씀들을 되새김질하게 해준다. ‘능가경’에 “마음이 생하면 온갖 현상이 생하고, 마음이 소멸하면 온갖 현상이 소멸한다”는 구절, ‘유마경’에 “정토에 이르려고 하면 마음을 깨끗이 해야 하고, 그 깨끗한 마음에 따라 부처의 정토가 된다”는 구절, ‘유교경’에 “오직 마음을 잘 다스리기만 하면 이루지 못할 게 없다”는 말씀까지…. 해탈의 경지는 다름 아닌 스스로 내 마음을 다스리고 수련하는 것, 그런 지혜라는 것을 대중들의 마음으로 읽어내고 닦아내 준다. 정목 스님만의 설득심리학이며 공감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박상건 동국대 겸임교수 pass386@hanmail.net

[1362호 / 2016년 10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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