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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재의식과 사찰음식

기자명 김유신

재는 범어 번역, 포살과 한 뿌리
재일 때 공양 의식화가 식당작법

사찰음식을 이야기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재의식(齋儀式)’이다. 재의식은 불교의 기본이 되는 의식으로 49재, 영산재, 수륙재, 생전예수재, 우란분재 등을 들 수 있다. 49재는 돌아가신 이가 지옥의 10대왕을 만나 생전에 지은 공덕에 따라 극락과 지옥행 심판 받을 때 극락왕생하도록 기원하는 의식이기에 ‘천도재(薦度齋)’라고도 하였다. 영산재는 부처님께서 왕사성 영취산에서 설법하시던 모습을 의식으로 재현한 것이고,  수륙재는 육지와 수중에 사는 모든 중생의 천도를, 우란분재는 하안거 해제일을 맞이하여 포살에 임하는 수행대중에게 공양과 더불어 조상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의식을 말하는 데 이들 모두 천도재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재(齋)란 본래 ‘upavasatha’란 산스크리트어를 번역한 말로 그 뜻은 ‘기르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 ‘장양(長養)’이라고도 하였다. ‘upavasatha’를 발음대로 음차한 말로 ‘포살(布薩)’이 있다. 언뜻 보기에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 포살과 재가 무슨 이유로 한 뿌리를 둔 다른 단어가 된 것일까? 석가모니 부처님 이래로 지금까지 수천년 동안 면면히 이어져 온 포살은 출가수행자들이 매달 보름날 한 자리에 모여 각자 지은 죄를 참회하고 수행생활을 점검하는 거룩한 의식이다. 그리고 포살이 이뤄지는 때에 재가신도들은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하여 출가수행대중에게 공양을 올렸는데 이를 ‘반승(飯僧)’이라고 하였다.

반승과 더불어 재가신도들 또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행할 것을 다짐하며 몸과 마음을 정결히 하였는데 이를 ‘재(齋)’라고 하였다. 재를 지키는 날을 ‘재일(齋日)’이라하고 8재일, 10재일이나 매달 초하루 정광불재일, 18일 지장재일, 24일 관음재일이 여기에 해당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목욕재계(沐浴齋戒)’ 한다는 말도 기실은 여기에서 유래한 말이다. 1일 권공, 3일 영산재라는 말처럼 재의식 중 가장 성대하게 치러지는 의식인 영산재를 기준으로 보면 의식절차가 크게 시련(侍輦), 대령(對靈), 관욕(灌浴), 시식(施食), 봉송(奉送)의 5단계로 구성되고 이를 공양의 대상으로 구분하면 불보살님께 올리는 상단불공(上壇佛供), 호법제신중들에게 올리는 중단퇴공(中壇退供), 영가에게 베푸는 하단시식(下壇施食)으로 나뉠 수 있다.

절차와 대상에 따라 별도의 음식 상(床)이 차려지는데 가장 성대하고 장엄하게 차려지는 것이 상단이고 중단, 하단 순서로 차등을 두어 음식이 진설된다. 상단 설단의 기본은 향(香), 등(燈), 다(茶), 과(果), 미(米), 화(花)의 6가지 신성한 공양물로 구성된 ‘육법공양(六法供養)’이다. 여기에 더하여 떡과 유밀과 등이 더해지기도 한다. 중단은 상단의 음식을 기준으로 하되 상단보다는 덜 차리고, 하단은 영가단(靈駕壇)이라 하여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제사음식과 유사한 음식들이 차려지게 된다. 영가단의 음식이나 의식은 우리의 일반 제사와 비슷한 형태를 띠는데 특히 영가를 모셔서 목욕시키는 대령(對靈)의식에서 면(麵)위에 수저를 꽂는 것이나 감로차를 3번 올리는 것 등은 유교적 습속과 혼용된 사례라고 하겠다. 또한 과일이나 떡, 유밀과를 높이 쌓아 올리는 ‘고임’, 혹은 ‘굄새’의 풍속 또한 궁중연회의 연장이다.

한편 고려왕조 500년 동안 국가의례로서 행해진 불교의례 횟수가 약 1038회라고 하니 이처럼 굳건하게 자리잡은 고려의 제도를 이어받은 조선 또한 의도적으로 불교를 배제하고 유교의례를 강조하였을지언정 불교에서 배태된 풍속을 모두 없애지는 못한 것을 보면 이러한 풍속 또한 반드시 유교에서 유래한 것으로만 볼 수도 없을 듯하다.

재의식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식(施食)’이다. 시식에는 출가수행대중들에게 올리는 공양식과 의식을 통해 일반음식에서 거룩한 공양물로 화(化)한 음식을 좁게는 참석한 대중들이, 넓게는 시방삼세에 존재하는 모든 유주무주 영가들이 함께 나누는 법식(法食)이 있는데 공양식의 의미를 의식화한 것이 바로 ‘식당작법(食堂作法)’이다. 사찰음식의 여러 전통 중 명절절식과 특별한 날에 먹는 특별식, 아픈 이를 치유하기 위한 병인식과 더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의례음식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발우공양 총괄부장 yskemaro@templestay.com
 

[1362호 / 2016년 10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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