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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말씀 마음에 담고 생명나눔 실천하길”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 스님

 
“생명나눔이라는 것은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작은 생명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자비심을 실제로 베푸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생명을 나누는 복을 짓는 것은 어떨까요. 부처님 가르침으로 볼 때 생명나눔이야말로 다른 생명을 살리는 가장 고귀한 보시입니다.”

2005년부터 이사장으로 활동
간이식 받았던 경험 바탕으로
생명나눔 권선 위해 발로 뛰어

11년 만에 회원 15만명 달성
불교계 최대 사회단체로 성장

광동학원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인재육성 철학 ‘인성교육’ 강조

장기기증 활성화·인식개선 위해
다양한 캠페인 적극 추진할 예정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 스님은 “장기를 기증한다는 것은 불교의 근본 사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삶의 끝자락에서 장기기증을 통해 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내어주는 일은 최고의 자비인 동시에 부처님께서 강조하신 동체대비 사상의 가장 헌신적인 실천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직함을 가지고 있는 스님이지만 대외활동 시 생명나눔실천본부의 활동을 가장 먼저 소개한다. 많은 사람이 생명을 살리는 나눔 활동에 참여하길 염원하는 마음에서다.

▲ 광동학원 학생들과 함께하는 수계법회.

▲ 동국대일산병원에서 7년째 진행하고 있는 한다솜 희망 음악회.

생명나눔실천본부는 1994년 법장 스님에 의해 설립됐다. 뇌사 시 장기, 각막, 조직 기증과 사후시신기증 희망등록 및 결연, 조혈모세포기증 희망자 등록, 생존 시 신장기증 결연, 혈소판 성분헌혈 공여, 헌혈증 지원, 환자치료비 및 수술비 지원 등 의료구호 및 겨울철 이불 나누기 등 사회복지 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공익법인이다. 설립 후 매년 신규 회원 수를 갱신하며 발전을 거듭한 생명나눔실천본부는 어느덧 15만명 넘는 회원을 거느린 불교계 최대 사회단체로 성장했다. 불교계 유일의 보건복지가족부 지정 장기이식등록기관이기도 하며, 일면 스님은 2005년부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일면 스님은 “불교계에서 설립했지만 종교와 이념을 초월한다”고 설명했다. 사랑을 실천하고 생명을 나눔으로써 참된 인류애를 실천하는 단체라는 것이다. 스님의 이 같은 남다른 애정은 단지 이사장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스님은 바로 생명나눔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일면 스님은 1993년 간경화 판정을 받았다. 젊기도 했지만, 다양한 직책을 맡아 한창 바쁘게 일할 때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중앙종회의원을 연임하고 종립학교인 광동학원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1994년 종단 개혁에도 앞장섰다. 모든 일을 직접 해야 성에 차는 성격이기에 함께하는 사람이 있어도 모든 일을 손수 챙겼다. 그렇게 시간이 훌쩍 흘렀다. 1998년 응급실에서 스님은 앞으로 2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 운허 스님이 설립한 광동학원은 지난 10월 건학 70주년을 맞았다. 광동인들과 함께한 화합한마당.

“이상하게 죽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수술할 수 있겠지. 수술하지 않더라도 삶은 이어가겠지. 지금처럼 열심히 살면 되는 것이지 하는 생각뿐이었죠.”

1년 동안 16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으며 수술실에 들어갔다 되돌아 나온 것도 3차례나 된다. 막상 이식수술을 하려고 하니 상대방 간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주위에서 다비식 준비까지 마쳤을 때 뇌사판정을 받은 한 청년이 나타났다.

4번째 수술대에 오르던 날 저승 가서 염라대왕에게 할 이야기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비우고 눈을 감았다. 22시간 수술 후 3일 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그렇게 스님은 기적같이 나타난 기증자로부터 새 생명을 받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 광동학원 70주년을 맞아 동국대일산병원에 발전기금 5000만원을 전달했다.

▲ 봉선사 조실 월운 스님과 함께.

병실 창문 밖으로 흘러가는 한강을 보며 한없이 눈물이 났다는 스님은 “남은 인생, 생명을 살리는 일에 헌신하겠다 발원했다”고 말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수술 직전까지 기도 정진에 들어갔던 스님이다. 스님은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일 이름 모를 그 청년을 위해 기도한다. 그리고 매년 생명나눔을 실천하고 떠난 이들을 위한 천도재를 정성껏 봉행한다.

남으로부터 덤으로 얻은 삶인데, 남을 위해 하지 못할 일이 있을까. 2005년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을 맡았다. 생명나눔을 직접 체험한 사람으로서 일면 스님은 적임자였다. 10년 넘는 시간 동안 스님은 생명나눔실천본부 홍보와 장기기증 희망등록 권선에 앞장섰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장소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스님과 직원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생명나눔실천본부는 지난해 뇌사 시 장기기증을 약속한 희망등록자 5만명을 달성했고 회원은 15만명에 달한다. 2005년 일면 스님이 이사장에 취임했을 당시만 해도 회원은 2000여명에 불과했다.

▲ 생명나눔실천본부는 매년 2억원 이상 희소병 환자들의 치료비를 지원한다.

일면 스님은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스님은 “장기기증 희망등록이 활성화되고 있긴 하지만 나라 전체 통계로 보면 5000만 인구 중 장기기증희망등록자는 2.6%에 해당하는 120만명에 불과하다”며 “우리나라에서 장기기증을 기다리는 대기자는 연간 2만여명이 넘지만 장기기증자는 대기자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식 의료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공급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활성화되기 어렵다.

스님이 직접 나서 적극적으로 생명나눔을 홍보하는 이유다. 이사장으로 재임 중인 광동학원 재학생들에게도 생명나눔의 가치를 끊임없이 설한다. 당장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하지 못하지만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생명나눔의 가치를 인식시키기 위해서다. 광동학교 학생들은 걷기대회, 캠페인, 봉사활동 등 생명나눔실천본부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석한다. 환자 치료비 마련 등을 위한 십시일반 모연에도 열심이다. 스님은 “작은 생명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바로 생명나눔”이라며 “재학기간 동안 몸소 실천한 나눔활동이 사회에 나가서 꽃피우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생명나눔의 가치를 사회 곳곳에 알리는 일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사회에 남아있는 유교적 사고관으로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하더라도 실제 기증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명나눔실천본부는 올해 조혈모세포 기증으로 50여명의 생명을 살렸다. 그뿐만 아니라 2억원 이상을 희소병 환자와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환자를 위한 치료비로 지원했다. 일면 스님이 이사장으로 취임하고 12년 동안 치료를 지원한 인원은 200여명. 총 30억원이 넘는다. 엄청난 규모다.

▲ 2001년 장기기증 희망등록으로 인연을 맺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스님은 “불교계와 불자들의 도움이 컸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부처님 제자로서 생명을 소중히 여기라는 가르침을 실천해야 하지 않겠냐는 일면 스님의 설명에 2000여명의 스님이 회원으로 등록했다. 스포츠·연예계 스타들도 홍보대사로 동참해 걷기대회, 음악회 등 생명나눔실천본부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해 힘을 보태고 있다.

“불교계가 적극적으로 생명나눔운동을 펼치는 것은 곧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는 일”이라고 설명한 스님은 “부처님 말씀은 머리에 저장하는 게 아니라 마음에 담아야 하고 원력과 자비는 마음에서 나온다”며 “내 가족과 내 생명을 지킨다는 마음을 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일면 스님은

1959년 해인사에서 명허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해인사승가대학, 동국대 승가학과를 졸업했으며 조계종 포교부장, 사회부장, 중앙종회 수석부의장, 교육원장, 군종특별교구장, 동국대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생명나눔실천본부와 광동학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1368호 / 2016년 1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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