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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예절

다른 사람 대하는 모든 행동이 예절교육

아기가 두세 살만 되면 “내가 할 거야”와 같은 자기주장을 하게 된다. 이 시기는 언어표현이 부족해 떼쓰듯 자기주장을 하므로 이를 두고 버릇없다고 나무라진 않는다. 그러나 자라면서 아이가 막무가내로 떼쓰듯 자기주장을 고집하는 것은 잘못된 버릇이 형성된 것이므로 고쳐주어야 한다. 잘못된 습관은 쉽게 형성되지만 이를 교정하는 데는 오랜 시일이 걸린다. 그래서  좋은 습관과 사회생활의 기본인 예절교육은 어려서부터 시작해야한다. 

자기주장 강해지는 아이들
고집 놔두면 나쁜 버릇 고착
뒷사람 위해 문만 잡아줘도
배려·존중 가르치는 참교육

오래전 영국을 잠시 방문했을 때다. 길을 걷고 있는데 어린아이를 동행한 엄마가 내게 “익스큐즈 미(실례합니다)”라며 내 앞을 먼저 가는데 대한 양해를 구하였다. 그런가 하면 건물의 출입문에서는 앞서가던 사람이 뒷사람을 위해 문을 열고 기다려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님에도 그 당시 우리나라는 서로 밀치며 앞질러 걸어가거나 심지어 몸을 세게 부딪쳐도 ‘실례합니다’라는 인사는커녕 무례한 시선을 보이곤 했기에 영국인들의 행동은 내게 신선했고 낯선 땅에서 다소 긴장했던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어린아이에게 보여주는 부모의 이런 태도는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행동으로 비춰져 심성을 가꾸어주는 좋은 모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영국 철학자 ‘존 로크’는 어린 시절부터 타인에게 친절하고 봉사하며 명예와 예절을 중시하는 인격, 즉 신사를 양성하는 신사교육을 부모들에게 강조한 학자다. 영국인의 에티켓 문화는 이런 교육과 생활의 반영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어떤가? 공자의 7대손 공빈이 고대 한국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 쓴 ‘동이열전’을 보면 “동방에 오래된 나라 동이는 훌륭한 단군이 계셨는데 비록 큰 나라이지만 남의 나라를 업신여기지 않고 군대는 비록 강했지만 다른 나라를 침범하지 않았고 풍속이 순박하고 후덕해서 길을 가는 이들이 서로 양보하고 음식을 먹는 이들이 먹는 것을 서로 양보하니 가히 동방예의지국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렇듯 우리 조상은 기원전부터 이미 상대에게 길을 양보하고 음식을 양보하는 후덕함과 선진문화의 예의를 갖추었던 품격 높은 민족이었다. 그래서 한국인의 유전자에는 한국고유의 예절 정체성이 내재하여 윤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은 이를 자랑스러워하기보다는 한국전통 예절이 발전에 걸림돌이라도 되는 양 구닥다리 취급을 한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예절을 들먹이느냐고 의문을 자아낼 수 있지만 예절은 없어져야 할 구식이 아니라 현실에 맞게 수용되어야 할 문화요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예술이다. 만일 우리의 삶에 예절이 없다면 사회는 무질서해지고 타인에 대한 존중감도 없이 삭막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예절바른 인격의 연마는 즐겁고 행복한 삶을 위해 필요한 덕목이다.

‘맛지마니까야’의 ‘추론의경’에는 목갈라나가 수행승에게 설법하는 장면이 나온다.

“벗들이여, 가르침을 베풀기 어렵게 만드는 조건이란 어떠한 것입니까? 벗들이여, 어떤 수행승이 꾸짖음을 듣고 얼버무려 넘기고 논외(예:엉뚱한 반응)로 하고 분노, 성냄, 불만을 드러내는 것이 가르침을 베풀기 어렵게 만드는 조건입니다.”

이 말씀처럼 가르침을 통해 인간은 보다 높은 인격을 연마해 가는데 그런 가르침에 분노나 불만을 품는다면 더 이상의 배움은 없다는 뜻이다. 배움에 끝은 없다. 우린 늘 지적인 결핍을 느끼며 살기 때문에 생활에 유용하면 옛것에서도 배우고 익히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잘못을 지적해주는 스승이 있다면 더없는 행복이 아니겠는가? 우리 아이들이 늘 배우고 익혀 예절바른 인격을 형성한다면 자신을 위해 좋은 일이다. 

황옥자 동국대 명예교수 hoj@dongguk.ac.kr

[1368호 / 2016년 1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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