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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하품상생(下品上生)

악업 저지른 사람도 임종 이르러
경전 제목만 듣고 천겁 악업 소멸

똑같이 아미타불과 극락을 말하더라도 성도문(聖道門)에서 생각하는 것과 정토문에서 생각하는 것은 다소 다릅니다. 정토문에서 생각하는 정토신앙은 사실상 정토삼부경에 다 설해져 있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 설명하는 데
반야부 600권 분량 내용 필요
경전 제목 듣는 것만도 공덕
항상 ‘나무아미타불’ 염송해야

정토삼부경 중에서 가장 초석이 되고, 종합적인 형태를 보이는 것은 ‘무량수경’입니다. 무량수불의 48가지 원이 다 중요하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 것은 제18원입니다.

“설령 내가 부처가 된다 하더라도, 시방세계의 중생들이 지극한 마음으로 신요(信樂)하고 나의 나라에 태어나고자 십념(十念)을 하는 데 이르렀음에도 나의 나라에 태어나지 못하는 자가 있다면, 정각(正覺)을 이루지 않으리라. 오직 오역죄를 저지르는 자와 정법을 비방하는 자는 제외한다.”

이제 ‘관경’의 제16관인 하배관(下輩觀)을 공부하는 데 있어서는 먼저 이 ‘무량수경’의 제18원을 한번 확인한 뒤에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해서 제시해 두었습니다. 그러면, ‘관경’의 하품상생원을 읽어보기로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과 위제희에게 말씀하셨다. 하품상생(이라는 것은 다음과 같다.) 어떤 중생이 많은 악업을 지었으나, 방등(方等)경전을 비방하지는 않았다고 하자.” 여기까지 읽어놓고서, 다시 제18원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18원의 마지막에 “오직~”으로 시작되는 단서조항이 있지 않습니까? 아미타불의 이름을 열 번 부르는 것으로도 극락왕생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예외를 두 가지 들고 있습니다. 하나는 오역죄를 저지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법을 비방하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관경’에서는 많은 중죄를 지었다고 하더라도, 방등경전을 비방하는 죄는 다행히 안 저지른 중생을 말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렇습니다. 지금 ‘관경’의 하배관은 ‘무량수경’의 유제(唯除)부분에서 예외로 제외된 둘 중에서, 대승경전에서 설하는 정법을 비방하는 자는 여전히 봉인(封印)하고 있지만 오역죄를 저지르는 악인들에 대해서는 구제의 손길을 열어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어리석은 사람이 수많은 악업을 저지르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다가, 목숨이 장차 다하려 할 때 선지식이 대승의 십이부(十二部)경전의 제목을 찬탄하는 것을 만나서, 그러한 제목을 들은 까닭에 천겁(千劫) 동안에 지어온 지극히 무거운 악업을 소멸할 수 있었다.”

불교에는 수많은 경전이 있습니다. 그 경전들을 펼쳐서 다 읽어보지는 않더라도, 그 제목만을 듣는 것만으로 공덕이 엄청 크다는 것입니다. 천겁이라는 긴 세월 동안 윤회를 거듭하면서 지어온 지극히 무거운 악업을 다 소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경전의 내용을 함축하는 것이 제목이기 때문입니다. 반야부 600권의 내용을 다 한마디로 함축하는 것이 “마하반야바라밀”입니다. 역으로 말하면, “마하반야바라밀”이라는 제목을 해석하고 설명하는 데 600권의 분량이 필요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경전의 제목을 외우고 하는 것입니다.

“지혜로운 분이 다시 합장하고 차수(叉手)하여 ‘나무아미타불’을 일컫게 한다. 부처님의 이름을 일컬었기에 오십억 겁의 생사를 거듭해야 할 죄를 다 소멸한다.” 여기서 ‘지혜로운 분’은 바로 앞에 나온 선지식입니다.

지금 ‘관경’에서는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목숨이 끊어지려 할 때 선지식을 만나고 지혜로운 가르침을 들어서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확률적으로 보면, 대단히 위험합니다. 평생 선지식을 가까이하지 않고, 평생 염불하지 않고 있다가 임종 무렵에 가서야 비로소 선지식의 가르침을 받아서 염불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말입니다.

평소에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해야 합니다. 그때 상황이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평생에 걸쳐서, 지금 이 순간이 명종시(命終時)라고 생각하고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해야 할 것입니다. 순간순간이 임종입니다.

김호성 동국대 교수 karuna33@dongguk.edu
 

[1368호 / 2016년 1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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