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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성공 스님과 원각사 두부장아찌 [끝]

먹는 것 입는 것 모두가 수행…음식은 약으로 먹어야

▲ 일러스트=강병호 작가

충남 논산시 초입에 위치한 석림사는 어린이·청소년 포교도량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연화어린이집을 비롯해 청소년교화연합회 충남지회, 충남청소년자원봉사센터 등을 열어 새싹포교에 적극 매진하고 있다. 지난 1986년 신도 한 명 없이 문을 연 석림사는 학생법회를 시작으로 신도법회, 어린이법회 등 오로지 포교와 정진으로 지금의 사격을 갖추었다. 회주 성공 스님은 20살 되던 해 청양 원각사에서 자장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건강이 좋지 못해 요양하러 간 것이 입산의 계기가 됐다. 젊은 날 몸과 마음을 괴롭히던 질환이 신기하게도 절에 들어간 날부터 차도를 보이기 시작했고 이내 건강을 되찾게 됐다. 부처님 덕분에 다시 살게 된 인생, 오롯이 부처님 법대로 살아가겠다고 발심했다. 스님이 창건한 석림사(釋林寺) 역시 석가모니부처님의 가르침이 숲을 이루도록 널리 전하겠다는 출가 당시의 원력이 오롯이 담긴 사명이다.

텃밭에 심어놓은 채소들은
어느 것 하나 버리지 않아

수확량 많으면 장아찌 담가
저장해 놓고 오랫동안 먹어

두부를 고추장 속에 절이면
쫄깃한 절임음식으로 변신

“1960년대 청양 원각사에는 대중스님 10여명이 함께 생활했습니다. 밤에는 호롱불을 켜 어둠을 밝혔고, 직접 나무를 해서 공양을 짓고 추위를 견뎌야 했는데 나무마저 귀해 함부로 때지 못했어요. 나라 전체가 가난했던 시절이라지만 충청지역 사찰의 형편은 더욱 열악했습니다. 어른스님 공양에만 쌀을 조금 섞어 올렸을 뿐 대중들은 보리쌀로 지은 밥으로 공양을 했습니다. 이마저도 부족하면 아침에는 죽을 먹고 낮에는 감자, 도토리묵, 메밀묵으로 때워야 했어요. 그래도 공양 때는 대중스님들이 모두 모여 여법하게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공양거리는 대부분을 자급자족했다. 직접 보리와 밀을 키워 주식을 마련했고 담배나물, 냉이, 쑥을 캐 부식으로 사용했다. 오이와 가지, 호박 등의 푸성귀도 기르고 두부, 콩나물, 엿 같은 특식도 절에서 만들었다. 당시 스님들은 텃밭에 심어놓은 채소들을 전혀 버리지 않고 모두 사용했다. 간혹 수확량이 많을 때는 장아찌 같은 저장음식을 만들어 오랫동안 먹었다. 장아찌는 끓인 조선간장에 물을 더해 간을 맞춘 후 깨끗이 씻은 재료를 넣어두면 된다.

장아찌로 즐겨 먹던 것으로는 고들빼기, 오이, 산초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고들빼기는 원재료를 깨끗이 씻어 조선간장과 엿, 고춧가루를 무쳐 내놓기도 했다. 이렇게 만든 고들빼기 무침은 쓴맛이 빠지지 않아 한 결 입맛을 돋우어 스님들이 특히 좋아했다. 오이 역시 소금을 묻혀 누글누글해진 것을 잘게 썰어 참기름과 깨소금에 무쳐 내놓으면 더 인기가 좋았다.

“가을에는 두부를 자주 해먹었습니다. 직접 재배한 콩을 맷돌에 갈아 두부를 만들었는데 요즘 두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맛이 났지요. 보통 두부는 들기름에 부치거나, 조선간장에 담가 놓았다가 잘게 잘라 물을 조금 넣고 깨소금, 고춧가루, 생강 등으로 양념해 먹었어요. 이렇게 조리한 두부는 일주일 이상 두고 먹을 수 있었습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스님들의 지혜가 아닌지 싶어요.”

콩을 많이 수확해 두부를 많이 만들면 이 역시 장아찌로 만들었다. 두부장아찌는 물기를 뺀 두부를 4등분해 얇은 보자기에 싸서 고추장 항아리 속에 넣어두면 된다. 두부가 고추장 속에 완전히 박혀 잘 절여지면 신기하게도 부드러움은 사라지고 쫄깃한 절임음식으로 변신한다. 성공 스님을 비롯한 대중스님들은 이 쫄깃한 맛에 반해 모두 두부장아찌를 좋아했다.

원각사는 간장, 된장, 고추장 외에 특별히 ‘쩜장’이라는 것을 만들어 먹었다. 보통 절에서는 11월 초순 콩을 쑤어 메주를 말려 장류를 담갔다. 쩜장은 익은 메주를 빻아 만든 가루에 찹쌀밥과 엿기름, 끓인 소금물, 고춧가루를 더해 장처럼 찰기 있게 만든 것을 말한다. 쩜장은 메주를 그대로 사용하는 만큼 콩의 본래 맛과 영양분을 그대로 섭취할 수 있는 최고 건강식이었다.

김장은 10월 하순에 했다. 확실히 그 당시가 지금보다 추웠고, 겨울도 길었다. 김장에 사용하는 배추도 스님들이 재배한 것을 사용했다. 김치 속에 들어가는 풀은 찹쌀이 귀해 대부분 밀가루를 사용했고, 간혹 호박 삶은 물에 쌀가루를 섞어 풀을 만들기도 했다. 또 시원한 맛을 내기 위해 청각을 많이 사용했다. 가장 기억 남는 것은 김칫독이 사람이 들어가도 될 만큼 컸다는 점이다. 이 큰 독을 땅속에 묻고는 짚으로 감싼 뚜껑을 덮어두었다.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과일과 차는 비교적 넉넉하게 맛볼 수 있었다. 여름이면 참외와 수박, 옥수수를 심었고, 가을에는 감 등의 과수를 직접 수확했기 때문이다. 또 마가목차, 인등꽃차, 생강차 등을 즐겨 먹었는데 차의 개념보다는 약으로 마셨다.

“수행자는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또한 수행의 일환인 만큼 일상이 여법해야 합니다. 또한 수행자는 시대의 변화를 수용해 사회를 발전시켜야 할 책임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잃지 말아야 할 하나는 바로 출가정신입니다. 따라서 음식의 맛과 취향은 시대에 따라 바뀌더라도 공양이 수행을 위한 약이라는 점은 잃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정리=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성공 스님은

1962년 청양 원각사 자장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개심사 강원에서 수학하고 법주사 수정암 등에서 정진했다. 40여년 전 논산 석림사를 창건해 어린이·청소년 포교에 매진하고 있다.

 

[1372호 / 2016년 12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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