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걸치 농원'은 태평양 해변에 위치해 있다. 선원주변의 풍경이 아름답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선원에 속하며, 현재 미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선원으로서 미국 내에서 그저 ‘선원’이라고만 불러도 통하는 곳이 바로 샌프란시스코 선원이다. 숭산스님의 관음선종이 미국선불교의 발전 역사에서 비교적 후기에 합류했음에 반해 1950년대 말부터 미국선불교를 발전시킨 두 개의 법맥이 있었으니 바로 스즈키 순류 노사의 샌프란시스코 선원과 마에즈미 노사의 로스앤젤레스 선원이다. 오늘날 미국 곳곳에 퍼져있는 대부분의 선불교 불교센터는 거의 다 이 두 개 법맥에서 비롯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선원이라고 불리는 단체는 실은 한 개 선원이 아니라 3곳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우선 샌프란시스코 도심
2004년 10월 30일. 새벽 4시 30분에 눈을 떴다. 미지의 나라 미얀마로 떠난다는 기대감에 평소 출근길을 괴롭히던 수마(睡魔)도 이날은 맥을 추지 못했다. 오랜만에 쌉쌀한 새벽 공기를 허파 가득 들이 마셨다. 머리 속이 물가의 바람 같은 청량감으로 찰랑거린다. 공항은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아침부터 어디로들 떠나는지. 일상에서 벗어난 편안함에 마음은 한없이 늘어져 스치는 모든 인연들이 오래된 동료인양 친근하기만 하다. 미얀마의 하루는 승가의 거리탁발로 시작된다. 주민들은 정성껏 마련한 그날의 첫 음식을 공양올리며 고단한 또 하루를 희망으로 연다. 일행은 공항 한켠에 상기된 표정으로 모여 있었다. 미얀마로 떠날 사람은 나를 포함해 모두 7명. 성지순례 일행치고는 그야말로 조촐
부산 삼광사 불자들이 지진해일 피해 지역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인도네시아 영사관에 전달했다. 삼광사(주지 도원 스님) 측은 1월 3일 삼광사에서 인도네시아 해일 재난 이재민을 돕기 위한 성금을 김수일 부산 말레이-인도네시아 명예영사를 통해 인도네시아 공화국 영사관에 전달했다. 이날 전달된 1천7십8만2천5백십원의 성금은 1월 1일과 2일 삼광사에서 대중법회를 통해 신도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기금이다. 삼광사 주지 도원 스님은 성금을 전달하며 “35만 삼광사 불자들은 이번 지진으로 인해 가장 많은 재난을 입은 인도네시아의 피해상황을 접하고 주민들이 겪고 있는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며 “희생되신 분들의 극락왕생과 피해 지역과 사람들의 빠른 복구를 발원한다”고
죽어가는 사람이 보여주는 두 번째 반응은 자기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부정이다. 유방암 말기인 K부인은 남편이 회사의 회장이어서 병원에서도 VIP대접을 받고 있었다. 호스피스 관계자가 K부인이 누워있는 2층 방으로 들어가 보았더니, 가정부와 간병인이 옆에 있었지만, 가족들은 한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회사회장인 남편, 풍부한 재산, 이미 성장한 자녀 등 K부인은 현실적으로 소유한 것이 너무나 많았다. 그녀는 모든 것을 그대로 남겨두고 빈손으로 떠나야한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남편은 2, 3일에 한번 정도 방에 들르기만 할 뿐이어서 부부 사이의 대화는 막혀버렸고, 자녀들 역시 직장에 다니거나 대학생이라서 거의 얼굴을 보기 힘들다. 임종하던 날도 그녀는 결코 죽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 “안돼” 하고
세계문화유산인 미얀마 바간의 전경. 사방 40km의 땅에 2700여개의 탑이 산재해 있는 거대한 탑밭이다. “내가 그대의 구루(큰 스승, 참 된 스승)가 되기를 원한다면 구루로서의 나의 인격을 숭앙하지 말지어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의 인격에는 제각기 단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다른 사람의 결점을 찾으려고 한다면 우리는 그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마는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 안에 불성을 지니고 있음을 항상 기억하라. 그리고 우리가 다른 사람의 결점에 신경을 쓰는 한 우리는 그들 속에서 빛나는 다양한 빛을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대학 시절 감명 깊게 읽었던 책 가운데 『구루의 땅』이 있다. 볼리비아 태생으로 스리랑카와 티베트로 건너가 스님이 된 독특한 이력
“온 힘 다해 수행" ‘봉암 결사’ 정신 서울 복판서 재현 삼보선원을 찾은 수행인들이 화두와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12월 26일 오후 1시 30분. ‘침묵(沈默)’이라는 팻말 하나가 선원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했다. 깊은 바다 속 한 가운데 침잠해 있는 듯 미동도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화두를 부여안고 한바탕 혈투를 벌이는 중이다. 그들은 ‘봉암결사’ 정신을 이어가며 오늘도 좌복 위에 앉아 있다. “엄중한 부처님의 계율과 가르침을 온 힘을 다해 수행하여 우리가 바라는 궁극의 목적을 빨리 이룰 수 있기 바란다.” 말(言語)은 어디론가 흩어져 사라진 듯 고요만이 좌복 위에 앉은 10여명을 감싸안고 있었다. 깊은 바다 속 한 가운데 침잠해 있는 듯 미동도 없었다. 그러나 그
임종환자가 보여주는 또 다른 첫 번째 반응은 두려움이다. 60대의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간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친구인 의사가 잔여수명이 3개월 정도라고 말해 주었다. 잠시 후 환자의 상태가 이상해지더니 온 몸이 굳어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는 죽으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았더니 “죽으면 꼼짝없이 지옥에 갈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지옥의 공포가 몰려와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지옥에 대한 공포로 인해 영적인 위기를 겪은 것이다. 의사는 정신과 의사에게 의뢰했는데도 별 효과가 없자 마지막으로 호스피스에게 의뢰하였다. 병실을 찾아가 보니 환자는 침대에 똑바로 누워 무릎을 약간 세운 채 이빨을 부딪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덜덜 떨고 있었다.
8년 전에 태국 동북부의 우본 라차타니를 방문해 1975년 아찬 차 스님이 아찬 수메도를 위시로 한 서양의 제자들을 위해 설립한 왓 파 나나차에서 필자는 하루 밤을 머문 적이 있었다. 넓은 숲 속에 전기도 없는 쿠티(스님들이 거처하는 작은 오두막)에서 밤을 지내고, 아침 예불과 아침 공양에 참석하는 등, 숲 속 수행의 전통을 따르는 왓 파 나나차의 스님들의 생활을 지켜볼 수 있었는데, 태국의 사원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움과 생활 속에서 이어지는 수행의 전통을 잠시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이곳 왓 파 나나차는 이번에 소개하는 아찬 수메도 스님을 초대 주지로 하여 서양인들이 영어로 태국불교 전통을 배울 수 있도록 설립된 곳이다. 태국에서 10년간 수행 올해로 세수 70세가 되는 아찬 수메도
붓다 입멸 후 화장이 이루어진 람바르 스투파. 열반당으로부터 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람바르 스투파 옆으로는 붓다가 마지막 목욕을 했던 쿠쿠다강이 흐르고 있다. 붓다의 유적을, 그의 생애를 따라 순례하는 6000리 대장정도 어느덧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지나온 곳마다 공히 붓다의 숨결을 생생하게 느꼈던 소중했던 순간들이었다. 이제 이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쿠시나가르의 붓다 유적지 앞에 나는 서 있다. 막상 붓다 성지 순례를 마치게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있음을 느낀다. 서운함이나 아쉬움과는 다른 착잡함, 애틋함, 그리고 일종의 허탈감이 가져다주는 미묘한 심경이라고나 할까. 아무려나, 이제 붓다가 입멸한 자리에 세워진 열반당(Nirvana Mandir)과 붓다의 다비식이 행해진
플럼빌리지에서 수행이란 따로 없다. 도반과 길을 걷는(사진 왼쪽)중에도 대중과 호숫가를 산책하는 중에도 ‘걷기 수행’을 한다. 2002년 8월 센포라그란데 기차역에서 스님들이 운전하는 밴을 타고 플럼빌리지가 있는 테낙까지 가는 30분 정도의 시간 동안 좌우에는 끝도 없이 넓은 해바라기밭이 펼쳐지고 있었다. 어린아이 몸집만큼이나 만개한 노오란 해바라기꽃이 남프랑스의 말간 햇살을 받으면서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그 사이를 아직은 여물지않은 파란빛 열매를 단 포도밭이 메우고 있었다. 석일행(釋一行)을 베트남어로 발음한 이름이 틱낫한, ‘석(釋)’은 석가모니 부처님 집안 사람이라는 뜻이고 ‘일행(一行)’은 ‘한 가지 행, 한결같은 행’이란 뜻의 법명을 가진 틱낫한 스님이 이곳의 수련회는 수련회(retreat)가
“성탄절을 맞아 우리 2000만 불교도는 생명의 평화와 화해가 충만해 지도록 기원합니다. 살아 있는 목숨이 존중되는 세상에서 모든 생명이 환하게 웃을 때 예수님과 부처님 두 성인은 손잡고 웃으실 것입니다.”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이 12월 25일 ‘예수님 오신날’을 앞두고 축하 메시지를 발표했다. 법장 스님은 21일 축하의 뜻을 담은 메시지를 통해 “예수님의 구원과 부처님의 자비로 인류 모두가 부둥켜안으며 함께 춤을 추는 세상이 되기를 기원한다”며 종교간 화합의 의미를 강조했다. 다음은 총무원장 법장 스님의 성탄 축하 메시지 전문. 예수님 탄생을 우리나라 2천만 불교도는 기쁜 마음으로 축하합니다. 구원과 자비로 장엄하시고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 헐벗고 가난한 사람들이 없는 세
쿠시나가르 열반당 앞 정원에 서있는 사라수. 붓다 열반 당시의 ‘사리쌍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춘다의 동산은 생각보다 크다. 보존 상태도 인도의 유적치고는 그런대로 수준급이다. 하긴 뒷동산 같은 곳이니 보존이고 말고 할 것조차 없을지도 모르겠다. 오늘날 이곳은 동네 어린이들의 놀이터로 사용되고 있는데, 곳곳에서 왁자지껄 어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터져나온다. 낯선 이국인들의 출현에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뜀박질 속도는 두 배쯤 그 강도가 세졌다. 말 그대로 동산(童山)이 된 것이다. 그런데 붓다를 죽음에 이르게 한 죄인으로 알려진, 그래서 아마도 붓다의 유적지에서도 푸대접을 받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춘다에 대한 고정관념이 활기 가득한 동산을 돌아보면서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하기야 붓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