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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수행 임미강-하

기자명 법보

서운한 감정의 인과 알게되면서
주변 사람들과 관계회복에 도움
매일 모든 존재 평화 발원 기도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말에 감사

55, 원혜화

서운한 감정 알아차리기를 수차례. 그 서운한 감정은 그 친구의 잘못이 아니라 내가 만든 집착의 결과임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수행을 반복하던 어느 날,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통화를 하며 나의 감정을 지켜보았다. 그 친구에게 가졌던 서운한 감정은 눈 녹듯 사라지고 없었다.

이렇게 명상수행을 거듭하면 할수록 의사소통은 물론, 가족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회복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항상 나로 인한 조건의 대상에서 떨어져서 보게 되니, 어떤 경계에 걸림이 있는지를 온전히 만나게 되므로 훨씬 자신의 마음보기가 편해졌다. 판단하거나 분별하여 그것을 조절하려는 데서 많이 멀어진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일어남을 알아차리고 멈추어서, 지켜보는 즐거움으로 전환되니 사라지는 것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서기 시작했다. 그러한 나의 몸 작용인 호흡도 고요해지므로 질병으로부터 많이 벗어나 에너지가 늘 새롭고 활기찬 나날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시시때때 일어나는 대상을 잘 관찰하여 일어나면 일어나는 대로, 있는 그대로 나의 감정, 생각, 욕구를 알아차리고 머물러 사라질 때까지 명료하게 보는 그것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늘 변화하고 있구나!’라는 자각을 하면서 상대를 덜 탓하게 되었고 그 감정을 조절하고 없애려는 생각 뭉치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마침 미타선원에서 1000일 정진이 시작됐다. 어떤 발원을 세우고 수행을 할지는 각자의 몫이었다. 나는 ‘실천하는 불자가 되자’는 서원으로 매일 출근 전 30분 수행을 했다. 예경과 칠정례 후 ‘금강경’을 한 품 읽고 자비명상을 소리내어 천천히 읊었다. 마지막은 나와 걸림이 많은 대상을 향하여 부처님께 경배를 올렸다. 자비명상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나는 진정으로 건강하기를 발원합니다./나는 진정으로 행복하기를 발원합니다./나는 진정으로 평화롭기를 발원합니다./나는 진정으로 고통과 슬픔에서 벗어나길 발원합니다./나는 진정으로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길 발원합니다./나는 진정으로 세상 모든 생명체들이 건강하길 원합니다./나는 진정으로 세상 모든 생명체들이 행복하길 원합니다./나는 진정으로 세상 모든 생명체들이 평화롭길 원합니다./나는 진정으로 세상 모든 생명체들이 고통과 슬픔에서 벗어나길 원합니다./나는 진정으로 세상 모든 생명체들이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길 원합니다.”

때로는 일상생활 중에도, 길을 걸으면서도 한 문장씩 읊조리곤 했다. 점심 식사 후 오후 업무 복귀하기 전 홀로 회사 근처 강가 벤치에 앉아 짧은 명상 시간을 자주 갖는다. 이렇게 하면 짧은 시간인데도 무척 몸이 상쾌해진다. 종종 스스로를 칭찬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자신에게도, 주변 상황에 대해서도 짜증과 화를 불쑥불쑥 내뱉던 삶이었다. “성격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달라졌다”며 친구들로부터 신기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지나온 시간이 부끄럽기도 하고 명상의 가치를 알게 해준 이 모든 인연을 향한 감사함에 젖어 들곤 한다.

20여 년 전 나의 손을 잡고, 등에 업혀 절을 오르내리던 두 딸은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었다. 첫 딸은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첫 딸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있는 그대로 보자”는 말이다. 과대 포장하지 않고, 모자란다고 투정 없이, 있는 그대로 자신을 비추어보고, 남편을 대하고, 가족을 향할 때, 진실의 가치와 아름다움과 사랑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곧 부처님의 가르침이며 명상을 통해 배운 세상과의 가장 탁월한 소통 방법이기도 하다.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된 것은 도량의 여러 스님들의 법문과 원장스님 가르침 덕분이며 또한 함께한 도반들의 힘인 것 같다. 삶에 있어서 걸림이 없었더라면, 나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걸림돌이 디딤돌로 변화하여 일상을 선명하게 비춰 드러나니 그것이 명상이 주는 기쁨이자 감사의 선물인 것 같다. 큰 가르침을 주신 모든 인연에 감사드린다.

 

[1469호 / 2018년 1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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