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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되어 천 개의 강을 비춘 이 시대 스승 25인

  • 불서
  • 입력 2019.10.22 10:39
  • 수정 2019.10.22 10:40
  • 호수 1509
  • 댓글 0

‘천강에서 달을 보다’ / 채문기 지음 / 모과나무

선·교·율 바탕 정진의 힘 보여준
우리시대 각 분야 선지식 25인
출가인연·수행·회향 등 담아내

지혜로 세간 등대된 스님 일성
표류하는 현대인 법해로 안내
내 삶에서 잃은 것 찾을 기회

‘천강에서 달을 보다’는 선·교·율을 바탕으로 정진하여 부처님과 마주한 선지식 25인의 삶과 사상을 담아냈다. 사진은 저자가 글의 흐름에 따라 정한 책 순서를 따랐다.
‘천강에서 달을 보다’는 선·교·율을 바탕으로 정진하여 부처님과 마주한 선지식 25인의 삶과 사상을 담아냈다. 사진은 저자가 글의 흐름에 따라 정한 책 순서를 따랐다.

“법의(法衣)는 여러 생에 걸친 원력의 막중함과 일찍이 심어 둔 지혜의 종자가 성숙되어야 입을 수 있다.”

스님들 사이에 전해지는 가르침이다. 다생에 걸친 ‘숙연(宿緣)’이 있어야만 가능할 만큼 ‘삭발염의’의 지중함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스님들은 새벽에 깨어나 씻으면서 삭발한 머리를 만지게 된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솟아오른 번뇌 망상만큼이나 자라난 무명초를 삭도를 들어 단박에 베어낸다. 입은 승복을 다시 보며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것 또한 수행인으로서의 자긍심이다. 그러면서 쌀 한 톨에 깃든 시주 은혜의 무게가 일곱 근이나 됨을 되새긴다. 대부분 스님들은 매일 새벽을 이렇게 시작한다.

‘혜국, 법흥, 무여, 설우, 혜거, 용타, 휘정, 마가, 성파, 지선, 법산, 종광, 월운, 지운, 각묵, 성찬, 혜총, 지현, 경선, 원명, 자광, 혜자, 금곡, 원택, 종림.’ 선·교·율을 바탕으로 정진의 힘을 보여준 이 시대 각 분야의 선지식들이다. 

이 스님들 역시 매일매일 삭발염의의 지중함과 시주의 은혜를 되새기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긴 세월을 곁눈질 하지 않고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무소의 뿔처럼 홀로 당당하게 걸으며 칼바람과 눈보라를 헤치고, 굶주림과 갈증을 이겨낸 끝에 부처님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래서 스님들이 각자 느끼고 경험한 법열(法悅) 속에서 응축시킨 한마디는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선지식의 일성(一聲)이 되어 세파에 표류하는 세인들의 마음을 부처님 가르침이 흐르는 법해(法海)로 돌리게 한다.

“부처님께서는 우리를 구제하기 위해 오신 게 아닙니다. 구제한다 하면 벌써 구제하는 주체와 구제 받아야 하는 객체로 나누어집니다.(혜국 스님)”
“번뇌가 일어나도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모든 번뇌는 업식에서 오는 것입니다. 밤길에 놓인 새끼줄 보고 뱀이라 놀란 적 있지 않습니까? 그 새끼줄이 언제 단 한 번이라도 뱀인 적이 있습니까?(설우 스님)”
“매일 반조하세요. 나도 처음엔 그게 쉬울 줄 알았는데 아니거든!(혜거 스님)”
“우리가 원하는 건 무엇입니까? 무엇을 가지면 이생에 단 한 번이라도 맑은 미소를 내어 보일 수 있을까요?(성파 스님)”

‘천강에서 달을 보다’<br>
‘천강에서 달을 보다’

‘천강에서 달을 보다’는 이처럼 선·교·율을 바탕으로 정진의 힘을 보이며 대중을 불법의 바다로 이끌어온 등대 같은 선지식 25인이 전하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책은 저자가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그리고 다시 2018년부터 현재까지 선재동자가 되어 찾은 선지식들 중 25인과 나눈 대담을 추리고 다듬어 엮었다. 그러나 결코 단순하게 대담 내용을 엮은 것이 아니다. 법보신문 상임논설위원인 저자 채문기가 스님들의 출가인연을 시작으로 각자가 주력해온 일에서 얻은 지혜를 응축시켜 그들의 삶과 사상을 녹여냈다. 그렇기에 그동안 어디서도 보고 들을 수 없었던 선지식들의 깊은 내면까지 엿볼 수 있다.

여기에는 ‘나는 누구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품고 길을 나선 스님이 있고, 할머니 혹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절에 들어 선 스님도 있다. 또한 ‘그냥 절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 하나 품고 산문을 연 스님도 있었다. 

그 스님들은 어떤 ‘숙연(宿緣)’이 있었기에 삭발염의하고, 치열하게 정진해 세간의 등대가 되었는지를 보면서 내 삶에서 잃어버린 것을 찾아가는 인연을 만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저자가 전해주는 스님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 깨달음의 깊이를 마주하는 순간, 자신을 솔직하게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고 삶의 궤도를 수정하는 일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하늘의 달은 하나지만, 강 위에 뜬 달은 천개입니다. 강뿐만은 아닙니다. 산정호수에도 천 개의 달이 뜨고, 동네 옆 흐르는 시냇가에도 천 개의 달이 떠 있습니다. 달은 불(佛)이요 자비(慈悲)라고 합니다. 달은 본각(本覺)이요 원각(圓覺)이라고 합니다. 달은 불성(佛性)이요 진여(眞如)라고 합니다. 달은 일물(一物)이요 일심(一心)이라고 합니다. 달은 법계(法界)요 열반(涅槃)이라고 합니다. 달이 가진 ‘참 뜻’을 품고 싶었습니다.”

저자가 선지식들을 찾은 이유고, 선지식들이 법열 속에서 응축시켜 내놓은 이야기를 풀어 책으로 엮은 이유다. 이제 달이 되어 천 개의 강에 그 깊이를 내비친 선지식들이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그 가르침과 지혜를 읽어내고 얻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1만6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09호 / 2019년 10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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