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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선원장 혜거 스님 입적

  • 부고
  • 입력 2024.11.04 12:15
  • 수정 2024.11.05 17:14
  • 호수 1752
  • 댓글 6

11월 4일 입적…11월 8일 월정사서 다비식

금강선원장 혜거 스님
금강선원장 혜거 스님

'水水山山是何問
 碧空笑破三日聾
 東嶺雲起西風吹 
滿目靑山風月清'

(물은 물 산은 산 이 소식을 그 어디 물어볼까? /
푸른하늘 웃음소리에 사흘 귀먹었네 /
동령에 일어난 구름 서풍에 사라지니 /
눈앞의 청산에 맑은 바람과 달/)

-혜거 스님 열반게송

금강선원장 여산당 혜거 대종사가 11월 4일 오전 10시 입적했다. 법랍 64년, 세납 80세. 

빈소는 탄허불교박물관에 마련됐으며, 영결식은 11월 8일 오전 8시 봉행된다. 다비식은 8일 오후 1시 조계종 제4교구본사 오대산 월정사 사리골 연화대에서 산중장으로 봉행된다.

혜거 스님은 16세 되던 1959년 불교학자 고(故) 김지견 박사의 추천으로 탄허 스님 문하로 출가해 1961년 월정사에서 범룡 스님을 계사로 수계했다. 어려서부터 한학에 밝았던 스님은 탄허 스님 회상에서 3년 결사 후 스승의 역경사업을 도왔다. 탄허 스님이 입적(1983년)한 후 스님은 1988년 서울 개포동에 금강선원을 개설, 일반인들에게 참선을 지도해 왔다.

스님은 특히 금강선원에 경전반을 상설 운영하며 각계각층 시민들에게 부처님 교리를 전하는데 매진했다. 또 ‘전국금강경강송대회’를 열의 조계종 소의경전인 ‘금강경’을 불자들에게 전파하는 데에도 앞장섰다. 뿐만 아니라 부처님 가르침에 기반한 어린이·청소년 인성교육 및 마음치유 프로그램 개발에도 매진했다. 경전교재, 학술서, 수행지도서 등 스님이 발간한 저서만 100여 종에 이른다.

불광출판사 제공
불광출판사 제공

조계종은 신도교육과 교육불사, 지역사회 포교에 공헌한 공로로 2018년 포교대상 대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당시 스님은 “세상에 갈등이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는 공부하고 수행하는 자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며 “세상을 밝히는 불자가 되자”는 당부로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이듬해에는 대한불교진흥원이 수여하는 제16회 대원상 대상을 수상했다.

2020년 대종사 법계를 품수한 스님은 1964년 운허 스님을 초대원장으로 개원한 동국역경원 6대 원장에 취임했다. 스님은 “고전을 가장 잘 번역하고 능숙하게 다루는 기관인 동국역경원의 명성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며 한글대장경 디지털화 사업의 완성과 고전 번역의 현대적 해석 등 역경불사에 대한 식지 않은 열의를 보였다.

올 4월 동국역경원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스님은 금강선원장, 탄허불교문화재단 이사장, 한국전통불교연구원장,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이사장 등으로 전법과 포교를 이어왔다. 특히 불자들에게 “마음이 있지만 행하지 못하면 마음이 없는 것과 같고, 마음이 있고 행도 있으면 부처님과 같다”며 매일 경전 하나를 수지독송하고, 하루에 한 번은 반드시 선행을 베풀며, 자기 반조(返照)할 것을 당부했다.

“마음이 불심의 뿌리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본래 마음은 닦을 게 없고, 버리고, 내려놓고, 비우는 일만 있는 겁니다. 물속에 보물이 있다 해도 그 물이 흐려져 있다면 그 보물을 볼 수 없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그 물을 맑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인데, 풍랑 때문에 물이 흐려졌다면 그 풍랑을 잠재우면 됩니다. 물이 더러워진 원인을 알고 그 원인을 해결하고 나면 물은 본래청정한 것이니 맑게 드러나는 것이지요. 그러면 보물 중의 보물이라 할 수 있는 불성, 진리, 지혜 등을 내 손으로 직접 건져낼 수 있는 겁니다.”

현대인들을 위해 ‘화엄경’의 요체를 간결하고 명확하게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2016년 ‘화엄경소론찬요’ 역주 불사를 시작해 21권을 펴낸 혜거 스님은 내년 2월 26권으로 회향할 예정이었다. 저서로는 ‘한암일발록’ ‘금강경강의’ ‘금강경강설’ ‘좌선의’ ‘참 나’ ‘15분 집중공부법’ ‘가시가 꽃이 되다’ ‘금강경 야보송강설’ ‘명상으로 10대의 뇌를 깨워라’ ‘그림으로 보는 금강경’ ‘화엄경 소론찬요’ ‘한국, 선을 잇다’ ‘선종사부록’ 등이 있다.

한편 혜거 스님의 49재는 11월 10일 초재를 시작으로 17일 2재, 24일 3재, 12월 1일 4재, 8일 5재, 15일 6재까지 탄허기념불교박물관에서 봉행되며, 막재는 12월 22일 월정사에서 엄수된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752호 / 2024년 11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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