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수행법 해결위해
2002년부터 기초반 운영
기초자세서 집중수행까지
일상서 생활선 실천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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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눈이 가는 곳에 마음이 따라가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눈의 시점과 마음이 일치하게 되면 그 때 본격적으로 참선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9월20일 저녁 7시30분, 서울 개포동 금강선원 법당. 선원장 혜거 스님의 강의를 듣는 기초참선반 수강생들의 눈빛이 사뭇 진지하다. 스님은 법석에 올라 가부좌를 트는 방법에서부터 시선을 집중하는 방법 등에 대해 직접 시범을 보였다. 초심자를 위한 기초참선 강좌라고는 하지만 선원장 스님이 직접 법석에 올라 시범까지 보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스님은 참선을 시작하기에 앞서 기초 자세 등 바른 수행법을 먼저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금강선원이 지난 2002년부터 매년 봄가을마다 기초참선반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당시 시민선방이 속속 개원되고 참선 수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선방을 찾는 불자들이 늘었다. 그러나 참선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참선을 하면서 적지 않은 문제점들이 발생했다. 마음집중 훈련이 되지 않은 일반인들이 화두를 잡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잘못된 자세로 오랜 시간 앉아 있다 보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이런 까닭에 혜거 스님은 참선 수행에 앞서 기초참선반을 개설해 앉는 자세에서부터 시선을 집중하는 방법, 순간순간 떠오르는 번뇌를 다스리는 법 등을 지도했다. 참선수행을 위한 기초과정을 체계적으로 교육함으로써 초심자들이 잘못된 수행의 길로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스님은 이날 강의에서 “참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늘 마음을 시선가는 곳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스님에 따르면 우리가 주변의 사물을 그냥 스치듯 보고 지나가면 나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마음까지 함께 따라가서 본 사물은 시간이 흐르더라도 기억에 남는다. 결국 행동 하나하나를 철저하게 자각하고 몸의 움직임과 마음의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는 훈련이 바로 참선이라고 스님은 설명했다.
30분간 진행된 선원장 스님의 강의가 끝나자 본격적인 좌선 실습이 진행됐다. 죽비소리가 법당에 울리자 초심자들은 반가부좌를 틀고 두 손을 모아 깊은 호흡을 시작했다. 그리고 눈은 선원장 스님이 초심자를 위해 특별히 고안한 원형 모양의 ‘집중표’를 응시했다. ‘집중표’는 가운데 원을 중심으로 점차 커지는 원형을 순차적으로 배열한 그림으로 그 중심을 계속 응시하면 마음이 산란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실제 금강선원이 지난해 중학생 30명을 대상으로 집중명상수련 진행한 결과 학생들의 학업성적이 크게 향상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 동안 사경 수행을 하다 참선을 경험하기 위해 참가했다는 김형진(대각심·61)보살은 “스님의 말씀에 따라 집중표에 시선을 고정하다보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머리가 맑아짐을 느꼈다”며 “앞으로도 체계적인 참선수행을 경험해 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선방에 서 참선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는 홍언표(현웅·50)거사는 “처음 기초교육을 받고 좌선을 해보니 예전과 달리 빠른 시간에 마음을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원장 혜거 스님을 도와 기초참선반을 지도하고 있는 대지행 보살은 “금강선원 기초참선반의 또 다른 특징은 일상에서도 선을 참구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특히 매회 수업이 끝나면 일상에서 지켜야 할 실천 과제와 수행일지를 작성, 점검함으로써 초심자들이 자신의 변화하는 모습을 스스로 관찰하도록 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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