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역경원장 혜거 스님 “바른 번역·현대 말로 만든 데 최선”
동국역경원장 혜거 스님 “바른 번역·현대 말로 만든 데 최선”
  • 김현태 기자
  • 승인 2020.05.12 11:34
  • 호수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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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옹 스님 ‘청산은~’ 지금도 사랑받는 건 아름다운 번역 때문
역경원 역량 키우고 연구인력 양성…디지털화도 지속해 추진
동국역경원장 혜거 스님

“출가한지 60년이 넘어 처음으로 맡게 된 공적인 자리입니다. 모든 걸 놓아야할 때에 소임을 맡게 돼 마음이 무겁습니다. 주어진 기간 역경이라는 대작불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동국대 구성원들과 종단, 그리고 불자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기원합니다.”

지난 4월 동국역경원장으로 임명된 혜거 스님이 5월11일 동국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동국역경원의 향후 운영 방향과 목표 등을 설명했다. 스님은 “갑작스레 역경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장고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며 “동국역경원은 불교의 과거 성과를 연구해 미래를 준비하는 기관인 만큼 해야 할 일, 가야할 방향 등을 원장이라고 함부로 결정하거나 바꿀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교와 종단, 그리고 역대 역경원장 스님들에게 동국역경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다”며 “관련 기관과 단체, 여러 스님들의 의견을 청취해 중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선수행 과제를 정리하는 등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동국역경원은 1964년 운허 스님을 초대원장으로 개원했다. 한글대장경 제1집 ‘장아함경’ 출간을 시작으로 2000년 총 318책 한글대장경을 완간했다. 전자불전연구소와 한글대장경 개역·수정 및 전산화 사업을 수행했고, 현재 고려대장경의 원문과 한글대장경 번역문을 매칭해 서비스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혜거 스님은 영암, 자운, 월운, 보광 스님에 이어 6대 역경원장으로 취임했다.

동국역경원에 대한 스님은 개인적 바람은 우리나라 최고 고전번역기관으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했다. 스님은 “동국역경원 외에도 고전을 다루는 기관이 몇 곳 존재한다. 동국역경원이 여타 기관에 비해 고전을 가장 잘 번역하고 능숙하게 다루는 기관으로 평가받았으면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동국역경원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고, 공부가 잘 된 분들을 모셔 와야 한다. 이 일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스님은 또 “경전을 비롯해 고전은 정확하고 바르게 번역돼야 하고, 이후 현대화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며 “나옹 스님이 지은 ‘청산은 나를 보고’의 경우 직역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시의 맛을 느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누군가가 우리말로 아름답게 풀어놓았고 600년 전에 지은 시를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도 좋아하고 가까이하고 있다”며 “고전은 번역도 중요하지만 현대화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사람들이 멀리하지 않는다. 이 같은 능력을 갖춘 분들을 발굴하고 함께하도록 하는 역할을 당당하겠다”고 말했다.

한글대장경을 디지털화하는 사업의 지속적인 추진도 강조했다. 스님은 “고려대장경 경판과 원문 그리고 번역을 매칭해 서비스하는 통합대장경 사업이 16만경 중 9만경을 완료했다”며 “남은 부분에 대한 작업과 함께 매칭 서비스를 정교화하고 검색기능을 강화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우선 저를 비롯해 동국역경원 구성원들이 번역뿐 아니라 한문으로 글을 짓고 만드는 능력을 갖추도록 노력하겠다”며 “바르고 정확한 번역과 번역의 현대화는 동국역경원을 고전에 관한한 최고 기관이라는 평가와 함께 우리의 문화를 한 단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동국역경원에 대한 사부대중의 관심과 성원을 당부했다.

한편 혜거 스님은 1959년 삼척 영은사에서 탄허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61년 월정사에서 범룡 스님을 계사로 수계했다. 1988년 서울 개포동에 금강선원을 개설해 일반인들에게 불교원전을 바탕으로 다양한 강의와 참선을 지도하고 있다. 현재 금강선원장, 탄허불교문화재단 이사장, 한국전통불교연구원장,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이사장 등을 맡아 한국불교 대중화를 위해 왕성히 활동 중이다. 2018년 조계종 포교대상 대상, 2019년 대원상 출가부문 대상을 수여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538호 / 2020년 5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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