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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도와 깨달음 메뉴얼 ‘화엄경’이 온다

  • 교계
  • 입력 2020.05.08 12:25
  • 수정 2020.05.10 06:21
  • 호수 1537
  • 댓글 0

2016년 기점으로 화엄경 번역·해설서 출간 비약적 증가
무비·혜거·반산·수진 스님 주도, 해주·일초 스님도 착수
화엄경 사상·신앙 확산 계기…“화엄경 르네상스” 기대

대승불교의 정수를 담고 있으며 한국불교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화엄경 번역서 출간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화엄경 원문에서부터 역사상 뛰어난 화엄주석가들의 해설서까지 우리말로 속속 옮겨지면서 화엄경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화엄사상·신앙 확산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처님 세계의 장엄이자 보살도 및 깨달음의 지침서라는 화엄경은 방대함과 심오함으로 인해 번역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출판사들도 선뜻 마음을 내기 어려웠다. 그러나 2016년 이후 ‘화엄경 르네상스’라고 불릴 만큼 화엄경 출판이 비약적으로 늘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선두 주자는 조계종 전 교육원장 무비 스님이다. 용성, 운허, 탄허 스님에 이어 1994년 ‘한글 화엄경’을 완역했던 스님은 5년간의 노력 끝에 2018년 2월 화엄경에 대한 설명과 주해를 곁들인 ‘대방광불화엄경 강설’ 81권을 펴냈다. 2019년 5월에는 ‘대방광불화엄경 사경’ 81권도 완간하는 화엄경 역경불사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화엄학의 대가였던 탄허 스님의 강맥을 이은 혜거 스님도 ‘화엄경소론찬요’ 번역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화엄경소론찬요’는 명말청초 때 학승인 도패 스님이 120권으로 편찬한 것으로 화엄경의 묘체를 밝혀주는 최고의 주석서 중 하나로 꼽힌다. 혜거 스님은 2016년 6월부터 매년 2~3권씩 펴내 지난해까지 총 9권이 나왔으며, 올해 10월에 10~12권이 출간된다. 혜거 스님의 ‘화엄경소론찬요’는 3~4년 내 총 20여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다.

쌍계사승가대학 전 학장 반산 스님은 2018년 11월부터 ‘화엄경청량소’ 역해를 펴내고 있다. ‘화엄경청량소’는 당나라 청량징관 스님이 화엄경을 해석하고 주석을 단 것으로 조선후기 이래 한국불교에 큰 영향을 미쳤던 화엄경 해설서다. 반산 스님의 ‘화엄경청량소’는 현재 28권까지 출간됐으며, 올해 9월 총 35권으로 마무리된다.

해인사승가대학 학장을 지낸 수진 스님의 ‘청량국사화엄경소초’도 대단히 뜻깊다. 청량 스님의 화엄경소초는 번역문만 10만매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 수진 스님의 이 책은 원문에 대한 현토와 꼼꼼한 번역, 역대 사기(私記)들까지 망라하는 상세한 각주가 특징이다. 올해 4월, 처음으로 1차분 1~10권이 출간된 것을 시작으로 10년간 전체 100권으로 펴낼 계획이다.

화엄학자인 동국대 명예교수 해주 스님은 올해 8월부터 ‘한문·한글역 독송본 대방광불화엄경’과 ‘한글역 사경본 대방광불화엄경’ 각각 5권씩 펴내고 2026년까지 ‘독송본 화엄경’ 80권, ‘사경본 화엄경’ 80권 등 모두 160권을 발간한다. 1993년 ‘지송한글화엄경’을 펴내 화엄경 독송 문화를 이끌었던 스님은 이번엔 화엄경 전체로 확대했으며, 고려대장경을 저본으로 관련 주석서들을 참고해 편찬하되 가독성을 최대한 높여 불자들이 읽고 신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화엄경게송집’을 편찬했던 동학사 승가대학원 화엄학림 원장 일초 스님도 올해 10월 전통 방식으로 화엄경 원문과 현토, 번역문을 포함한 ‘대방광불화엄경’을 10권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승가대학에서 오랜 세월 학인스님들을 지도해왔던 만큼 학인스님들은 물론 일반인들이 화엄경을 체계적으로 공부하는데 효율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서우담 교림출판 대표는 2019년 12월 탄허 스님의 ‘신화엄경합론’에 한글음을 붙여 5권으로 펴냈으며, 민족사는 올해 6월 무비 스님의 ‘한글화엄경’(전10권)을 재간행할 예정이다.

그러면 근래 화엄경이 새롭게 주목받고 출간이 잇따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화엄 연구자들은 한국불교의 역량이 강화된 점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대승불교의 꽃이라는 화엄경은 심원한 사상과 다양하고 체계적인 수행법을 담고 있지만 동시에 방대하고 난해하기로도 정평이 나있다. 삼국시대 이후 화엄경이 한국불교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지만 정작 화엄경 자체는 근래까지도 학승들과 일부 지식인들에 의해 읽혀지고 연구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법화경, 금강경, 정토경전 등은 일반 대중이 독송하고 사경했던 것과는 뚜렷이 다른 양상이었다.

그러나 1980~90년대 불교교양대학이 활성화되면서 불교계에 변화가 시작됐다. 불자들의 경전 이해가 깊어지고, 화엄경도 교양 수준을 넘어 직접 이해하려는 노력들로 이어졌다. 1994년 발간된 무비 스님의 ‘한글화엄경’이 큰 역할을 담당했고 화엄경 법회와 화엄경 특강들이 열렸다. 이러한 시대적인 요구에 부응해 역량을 갖춘 스님들이 화엄경 번역에 뛰어들었고 교계 출판사들도 적극 호응함에 따라 화엄경 번역서들이 잇따라 출간하게 됐다는 것이다.

최근 화엄경 출판의 흐름에서 눈에 띄는 것은 화엄의 신앙적인 측면이다. 전통적으로 화엄신앙은 화엄경의 가르침이 담긴 법성게, 약찬게, 보현행원품 등을 지송하고, 화엄신중을 정근하며, 보살도의 실천이 강조되는 등 화엄경은 곳곳에서 실천되고 이어져왔다. 이제는 화엄경이 완역됨에 따라 축약을 넘어 온전히 수지하고 독송하고 사경하는 신앙형태가 확산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김시열 불교출판문화협회 사무국장(도서출판 운주사 대표)은 “방대한 분량의 화엄경 번역서들이 나오는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현상”이라며 “화엄경을 통해 한국불교의 수행과 사상의 근간을 깊이 들여다보고 우리 불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실천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대 명예교수 해주 스님도 “화엄은 한국의 가장 전통적인 불교사상과 신행 중심축이면서도 현대과학이 보여주는 세계와도 맞닿아 있다”며 “화엄경은 개인의 고통과 사회적 갈등을 종식시킬 수 있는 이념을 제시할 뿐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이곳이 장엄한 불세계임을 깨닫게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537호 / 2020년 5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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