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혜원정사 주지 원허 스님
부산 혜원정사 주지 원허 스님
  • 정리=주영미 기자
  • 승인 2020.04.28 13:32
  • 호수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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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으로 판단하고 환희로 실천할 때 지혜는 증장됩니다”

‘신해행증’의 첫 번째는 믿음…믿고 의지함 확실한 것이 신심
신심을 행동으로 옮길 때 지혜 얻고  삶 바꾸어 나갈 수 있어
코로나19로 어려움 크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기회로 삼아야
부산 혜원정사 주지 원허 스님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개월 간 중단했던 초하루 법회를 4월23일 재개하며 “긍정적인 마음자세로 이번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부산 혜원정사 주지 원허 스님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개월 간 중단했던 초하루 법회를 4월23일 재개하며 “긍정적인 마음자세로 이번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집에만 가만히 있으니 답답하고 우울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런데 평소 마음챙김을 하고, 기도를 꾸준히 하신 분은 답답할 일이 없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수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식제연 내심무천(外息諸緣 內心無喘)’이라고 했습니다. 밖으로 모든 반연을 자연스럽게 끊을 수 있고 안으로는 헐떡거림 없이 마음챙김을 하면서 집에서도 법당에서처럼 좌복을 깔고 앉으면 됩니다. 화두를 들고, 조견(照見)을 하고, 예경을 올리는 시간을 갖게 되면, 일부러 무문관(無門關)을 찾아 들어가지 않더라도 무문관에 있는 것보다 더 좋은 수행을 하게 됩니다.

종단의 지침에 따라 2개월 정도 초하루 법회를 보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이 종단의 지침을 잘 따라 주시고 함께 해주신 덕분에 스님들과 불자님들에게는 집단 확진이 생기지 않았고 국민으로부터 불교의 이미지가 굉장히 좋게 비친 것 같습니다. 이 모든 배경에는 불자님들이 스님들을 믿고 잘 따라 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믿음이라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고 소중한 일입니다. 신해행증(信解行證)의 첫 번째가 믿음입니다. 믿고 의지하는 것들이 확실하지 않으면 구하는 바를 쉽게 구할 수 없습니다. 믿고, 이해하고 실천하는 이것이 신심(信心)에 해당합니다. 부처님에 대한 믿음,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믿음, 그것을 믿고 이해해서 행동으로 옮겼을 때 바라는 바를 증득할 수 있는, 그런 지혜를 바탕으로 삶을 바꿀 수 있는 것입니다. 수행을 통해 지혜를 얻고 그 지혜를 통해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나아갈 수 있습니다.

부처님에 대한 믿음이 확실해 지면 우리도 부처님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게 되고, 그 자신감은 세상의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힘이 됩니다. 부처님 말씀대로, 스님들의 가르침대로 믿고 따르며 열심히 기도하고 수행하니 이루어진다는 성취감을 한 번씩 맛보게 보면 그 다음부터는 스님들이 “기도하지 마라”고 해도 몰래 와서 기도하실 정도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 바로 이것입니다. 저는 항상 여러분에게 ‘염염불리심(念念從心起)’을 강조합니다. 생각과 생각 속에서, 하루 24시간 내내 부처님을 생각하고 부처님을 향한 마음을 여의지 않는 것입니다. 마음이 여러 갈래로 흩어지지 않고 한곳으로 모여서, 그 한곳으로 모여진 마음이 일심(一心)이 되고 일심으로 모인 마음이 선정(禪定)으로 들어가고 선정 삼매를 통해 지혜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 지혜를 바탕으로 살아갈 때, 혜원정사의 슬로건(slogan)처럼 ‘넓은 세상 밝은 마음 맑은 불교’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마음이 여러 갈래로 흩어지지 않도록 좋은 것을 생각해서 자기 마음이 삿된 곳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한 삶을 위해 저항력을 키우는 것이 바로 정정진(正精進)입니다. 수행하는 힘으로 항상 노력해서 자신의 마음을 다잡아가야 합니다. 정진해도 삿된 생각이 계속 일어날 수 있기에 매월 음력 보름마다 포살(布薩)법회를 합니다. ‘범망경’ 포살법회를 통해 바른 생각으로 옮겨와야 합니다. 계율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바른 생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해도 계속 안 좋은 쪽으로 생각이 끌려갈 때는, 계목을 생각하고, 그 내용을 통해 마음이 바른 곳으로 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정정진이고 그렇게 육바라밀(六波羅蜜)을 실천해야 합니다.

‘법화경’에는 “육바라밀을 통해 성불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보살의 수행법은 육바라밀을 실천해서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육바라밀을 통해서 팔정도(八正道)를 행할 때 바른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바른 생각을 하게 되고 바른말을 하게 되고 바른 행동을 하게 되어서 업을 가볍게 할 수 있게 됩니다. 바른 삼매와 바른 견해가 생기지 않는 것은 팔정도를 실천하지 않고 육바라밀을 실천하지 않은 결과로 자꾸 삿된 쪽으로 마음이 끌려가기 때문입니다. 팔정도를 실천하지 않는 출가자나 육바라밀을 실천하지 않는 불자의 삶은 출가자도, 불자도 아닙니다. 부처님의 제자라고 생각한다면, 항상 육바라밀과 팔정도를 실천해야 합니다. 

부처님오신날을 전후해 ‘법화경’을 독송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은 부처님께서 행하신 삶을 새기고 그 길을 실천하는 계기로 삼는 날입니다. ‘법화경’은 부처님 재세 시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법화경’은 7권으로 잘 정리되어 있어서 하루 한 권씩 일주일동안 수행하기 좋습니다. ‘법화경’으로 정진하고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면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뜻을 좀 더 깊이 새길 수 있으리라 봅니다.

‘본생경’에도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업을 따라 살아간다. 좋은 씨앗을 뿌렸든 나쁜 씨앗을 뿌렸든 간에 자신이 뿌린 씨앗은 자신이 거두는 것과 같다.” 콩을 심은 자리에 콩이 나고 팥을 심은 자리에 팥이 나는 것과 같이, 자신이 행하지 않은 결과를 받을 수 없음을 잘 압니다. 물론 전생의 어느 생애엔가 지은 업을 금생에 와서 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생에 지은 업이니까 그대로 받겠다고 하면서 방치를 하면 더 좋지 않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전생에 업을 지어서 금생에 이런 업을 받으니까 다시는 이런 업을 받지 않도록 금생에 열심히 업을 닦아 나가고 수행하고 정진하겠다는 원을 세워야 합니다. 

수행을 통해 업을 닦아 나가고, 다시는 똑같은 업을 짓지 않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죄는 누구나 알게 모르게 지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참회할 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지혜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기쁘고 즐거운 사람은 선업을 거듭해 지을 수 있지만, 무엇인가 부족하고 불안한 사람들은 실패를 만회하려고만 하다 자기도 모르게 오히려 실패에 끌려가게 됩니다. 그래서 경전에는 ‘환희봉행(歡喜奉行)’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기쁨에 충만해서 받들어 행한다는 뜻입니다. 환희에 가득 찬 사람이라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받들어 일상에서도 잘 행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현대인들은 누구나 마음의 병을 하나씩 갖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물질이 풍족해도 삶은 버겁고, 많은 사람이 곁에 있어도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고독하고 우울하고, 그러다 보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부처님 법을 믿고 따르면, 우울증에 걸릴 시간이 없습니다. 자기가 자기 마음을 잘 수습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 때 불자님들이 스님들의 말을 잘 따라주시고 실천하고 지키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절에서는 자기가 자기 마음을 닦아 나가고 자기가 자신을 판단할 수 있도록 가르칩니다. 어떤 것이 옳은지 선택해서 옳은 쪽을 선택하도록 가르칩니다. 스스로 사유하고 판단하여 선택한다는 것은, 절대 신앙으로 무조건 따르는 것과는 차이가 엄청납니다. 현재가 힘들고 어렵다면, 피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럴 때일수록 조용히 앉아서 자신을 돌아보고, 참구(參究)하고, 점검하는 시간을 통해서 떨쳐내어야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도 많지만, 오히려 자기를 돌아볼 시간이 되었다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어떤 분은 모처럼 가족과 같이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같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합니다. 현대사회는 오히려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없어서 문제였습니다. 아침도 제대로 먹지 않고 점심과 저녁 식사는 모두 밖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족애가 없어지는 것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도 학교에 가지 않고 부모도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대화할 기회가 많아져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법회를 이끄시는 한 선생님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선생님은 부처님오신날 하루 전에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절에 와 등을 달고 철야기도를 하고 다음 날 법회 후 정리까지 다 하고 내려가던 길에 차량 접촉사고가 났었다고 합니다. 그 상황에서 거사님은 “이틀간 절에 머물면서 봉사까지 했는데 왜 사고가 난 겁니까?”라고 원망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선생님은 오히려 “그렇게 봉사를 했으니 가족 모두 다치지 않고 차만 약간 찌그러지고 만 겁니다”라고 말했답니다. 그 말에 거사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런 불평 없이 사고를 잘 수습하고 집으로 돌어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항상 마음을 긍정적인 쪽으로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판단을 잘하려면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지혜가 있으려면, 언제 어디에서나 부처님을 여의지 않는 마음으로 정진하고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이 법문은 4월23일 부산 혜원정사 대웅보전 및 육화전에서 봉행된 ‘음력 4월 초하루 자비회 및 법화경 독송 제2일째 법회’에서 혜원정사 주지이며 조계종부산연합회장 원허 스님이 법문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1535호 / 2020년 4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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