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수행 김미리(여경, 56)-상
명상수행 김미리(여경, 56)-상
  • 법보
  • 승인 2020.05.18 16:06
  • 호수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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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소리 듣고 자연스레 귀의
천수경 독경으로 하루 시작해
나를 바라보는 ‘알아차림’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도 쉽게 적응
여경, 56

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은 부처님 도량에 걸음을 하고 부처님을 공부한 일이다. 불법을 만나고 명상을 한 덕분에 이번 코로나 태풍 속에서도 마음 들뜨지 않으며 지낼 수 있었다. 얼마 전에는 뉴질랜드에 사는 친구가 전화로 내게 물었다.

“친구야, 너는 어쩜 그리도 지루해하거나 외롭지 않게 집에서 생활을 잘하니?” “응. 그것은 바로 부처님 만나 수행하고 기도한 덕분이지. 너도 해볼래?”

이렇게 누구에게든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코로나 극복의 비결은 바로 명상수행이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공고되기 전부터 스스로 밖으로 나가는 모든 일정을 접고 단순한 일상에서부터 전통의 불교 수행과 함께 명상을 실천했다. 아침에 ‘천수경’을 읽으며 신묘장구대다라니 21독, ‘법화경’ 1품 독송을 한 뒤 가족 식사를 준비했다. 또 일과를 마치고 잠들기 전에는 ‘법화경’ 사경을 하며 수행했다. 그리고 하루 중 틈틈이 명상을 지속했다. 하루의 모든 과정에서 일어나는 생각에 대해 알아차림을 하면서 나를 천천히 바라보기를 반복했다. 어느새 ‘법화경’ 사경은 16번째를 마무리하고 17번째 시작을 하고 있다.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단순한 일상을 살면서 동시에 가장 고요한 일상, 기도와 명상수행이 내게 준 선물이라 여기게 된다.

내가 안정되게 중심을 잡고 있으니 학교 가지 못하고 집에서 컴퓨터 강의만 들어야 하는 아들도 다행스럽게 들뜸이 없이 지낸다. 여행업을 하는 남편은 여행업이 마비되어 수입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지만 그 역시 안정되게 지내고 있다. 집안에서는 늘 서로 격려하는 웃음소리가 난다. 힘듦은 단지 지금 상황이 힘들 뿐, 그 속에서도 감사함과 행복함은 무궁무진하다. 이것이 부처님 향한 감사 기도의 가피가 아닐까. 일상에서 명상하며 마음 고요와 현재 일어나는 상황을 받아들임하는 덕분에 또 감사하게 된다.

문득 청소년 시절이 떠오른다. 나는 중학생 시절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교회를 다녔다. 교복을 깨끗이 다림질하여 입고 전도를 위한 전단지를 돌리며 아주 열심히 종교 생활에 빠져있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성경책과 찬송가집이 불에 타고 있었다. 그것도 아버지께서 직접 태우고 계신 상황이었다. 아버지의 말씀은 단호했다. 

“우리 집안은 대대로 불교 집안이다. 네가 너무 교회에 빠져서 다니면 안 된다.”

울면서 교회로 달려가 전도사님께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당시 전도사님은 “하나님 아버지는 너의 마음속에 계시지만 너를 태어나게 해주신 아버지는 너의 옆에 계시니 지금은 우선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아버지 마음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이 중요하다.”

전도사님의 그 말씀이 너무 와 닿아서 그길로 교회를 그만 다니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종교를 초월해 전도사님은 나의 입장을 헤아려주셨고 진심 어린 상담으로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셨다. 무조건 종교를 강요하지 않았던 전도사님을 통해 상담의 가치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고 그 무렵부터 나 역시 누군가 아픔을 겪고 있다면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어야 하겠다는 소박한 발원을 가졌던 것 같다. 

세월이 흘러 가족과 진주 남강으로 여행 갔던 날이었다. 해 질 무렵, 저녁노을이 예쁘게 물들고 바람은 살랑살랑 부는데 어디선가 은은한 목탁 소리와 염불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이 염불 소린지 목탁 소리인지는 어머니께 물어보고서야 알았다. 이전에는 불교 의식 자체를 모르고 살아온 것이다. 

그 염불 소리와 목탁 소리는 남강 주변의 저녁 풍경과 함께 나의 마음 깊숙이 울렁임을 주었다. 표현할 수 없는 그 날의 감동을 안고 부산 초량동에 있는 소림사를 참배하게 되었다. ‘천수경’도 모르고 법당에 앉아서 기도에 동참했다. 혜인 큰스님의 초하루 법문은 무척 재미있었다. 초심자인 내가 초하루마다 소림사에서 법문을 듣는 인연을 만들어주셨다. 공양간에서 설거지도 하고 내려오면 마음이 참으로 행복했다.

 

[1538호 / 2020년 5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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