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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수행 김미리(여경, 56)-하

기자명 법보

새벽기도 불편해한 남편에
상담공부하며 신행에 집중
폭력적이던 아버지도 용서
남에게 도움되는 삶 발원도

이왕이면 자주 절에 가고 싶어서 집 근처 여여선원으로 새벽기도를 다녔다. 하지만 3년 기도를 회향하던 날 남편은 “새벽에 절에 가는 것을 끝내면 안 될까? 새벽에 외출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니까 집에서 기도하면 좋겠다”라며 불편해 했다. 

남편의 부탁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동참하던 절 봉사활동도 결국 남편의 요청에 그만두게 되었다. 함께 사는 사람이 싫어하는 것을 나만 좋자고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해결 방법은 아닌 것 같았다.

곰곰이 나 자신을 돌이켜보았다. 어릴 적부터 사람들은 내게 고민 얘기하길 좋아했다. 얘기하면 그냥 편해진다고들 말했다. 내가 하는 것이라고는 고개만 끄덕이며 아무 답도 해주지 않는 것이었는데도 말이다. 무엇보다 막상 나의 고민을 얘기하러 친구에게 갔다가도 오히려 친구의 고민을 들으면서 나의 고민도 해결되어버리는 경험도 많았다. 이왕 불교를 더 깊이 배우고 싶다면 ‘상담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길로 불교 상담과 가족 상담 자격증을 땄다.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불교 상담 공부를 하게 된 것인데 오히려 이 공부 덕분에 점점 몰랐던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공부를 거듭할수록 스스로 자신을 바르게 알아차리는 명상이 필요함을 절감했다.

‘누군가에 도움을 주려면 적어도 내가 누군지 알아야겠다. 명상이 필요하다.’ 그렇게 발길 닿은 곳이 바로 남포동 미타선원에 있는 행복선 명상상담센터의 명상반이었다. 불교 상담, 가족 상담, 미술 심리 그리고 명상을 배우고 실습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마음은 더 갈증이 나고 갑갑함과 화나는 순간들이 더 가까이 다가와 나를 괴롭게 했다. 지금껏 아무 불편함 모르고 살던 나를 너무나 불편하게 하는 무언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하루는 미술 심리를 가르치는 선생님께서 내가 그린 그림을 보시고는 내 안에 아주 검은 그림자가 있다고 하시며 삶의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 순간 도무지 알 수 없는 분노가 확 올라왔다. ‘이 모든 공부를 괜히 한 것인가. 나는 아무 이상 없이 여태까지 잘 살아왔는데….’ 하는 생각에 그 미술 선생님이 밉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것이 무엇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명상을 배우면서 ‘받아들임’ ‘알아차림’이라는 단어들을 알게 되었으니 일단 내 안의 검은 그림자를 받아들이고 찾아보기로 했다. 

매일매일 나를 바라보았다. 지금 현재 그리고 그 이전, 그 이전, 여고, 여중, 초등, 유아기, 기억이 없는 아기까지…. 그리고 어렴풋이 찾아내었다. 깊이 존재하여 꼭꼭 숨기고 싶었던 그것이 무엇인지를. 바로 아버지의 폭력이었다. 아버지께서는 술을 드시고 집에 오시면 꼭 살림을 깨거나 고함을 지르고 어머니를 괴롭히셨다. 그런 아버지의 무서움이 고스란히 남아서 미움으로 굳어져 있는 겁에 질린 나를 본 것이다. 울음이 쏟아졌다. 완벽주의에 조금이라도 맞추지 못하면 야단치시던 그 행동을 정작 내가 알게 모르게 나의 남편, 아이들에게 하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이 사무쳐 어찌해야 할지 모를 심정이었다. 아버지의 모습 중 제일 싫어하던 행동이 나의 깊은 내면에 숨었다가 툭 튀어나온 것이었다. 이제 그러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기에 “당신을 용서합니다”라고 말했다. 혼자 아무도 듣지 않게 읊조렸다. 그리고 남편과 아이들에게도 “아내로, 엄마로 인해 힘든 순간들이 있었던 걸 진심으로 미안해”라고 말했다. 명상을 통해서 내면의 나를 알게 되었고, 가장 미운 사람을 용서하면서 서운했던 남편도 이해하게 되었다. 아이들 역시 그 존재만으로 충분히 존중하고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가족이 둥글둥글하게 살아가게 되어 감사하고 또 감사하게 됐다. 지난해에는 행복선 명상상담센터에서 시행하는 명상지도사 2급 자격증도 땄다. 

이제는 수행력을 좀 더 높여서 누군가에게 도움 되는 인생을 살아가기를 발원한다. 지금까지 인연 되었던 모든 선지식께 감사의 마음을 보내며 글을 맺는다. 고맙습니다.

 

[1539호 / 2020년 5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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