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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수행  정미하(자비화, 51) - 상

기자명 법보

꽃꽂이 배우러 절에 가면서
부처님과의 인연으로 이어져
최악 시절에 미타선원서 명상
결석하지 않고 다닌 것 뿌듯

자비화, 51

학창시절 가정환경 조사할 때 종교를 물어보는 질문이 있었다. 그때마다 늘 ‘불교’라고 답을 했다. 사실 대답은 불교라고 했지만, 절에 가본 기억이라고는 수학여행 때 들렀던 불국사와 법주사가 전부였다. 답을 했던 이유는 어머니께서 절에 다니셨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불교를 잘 몰라도 불교를 믿는, 무늬만 불교인 생활을 꽤 오랜 기간 이어왔다. 

부처님과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결혼하고 나서부터다. 당시 심산 스님께서 주지를 맡아 계시던 통도사부산포교원(현재 불지사)에 어머니께서 꽃꽂이 강좌가 있다고 배웠으면 좋겠다고 제안해 주셨다. 그렇게 꽃꽂이를 배우러 다니기 시작한 것이 도량에 정기적으로 발을 딛는 계기가 되었다. 매주 한 번 꽃꽂이를 배우러 절에 가면서 부처님 전에 꽃 공양도 하고 신행학교와 불교대학도 다녔다. 부처님 전에 꽃 공양을 올리는 인연은 아이를 낳기 전까지 홍법사에서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당시 결혼 후 한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았었다. 나와 남편은 아이가 없는 것에 그리 걱정이 없었지만, 어머니께서는 달랐다. 딸이 아이를 갖지 못하는 것에 걱정이 많아 당신이 같이 갈 수 있는 기도에는 모두 나를 데리고 다니다시피 하셨다. 이렇듯 신행 생활의 대부분은 어머니와 함께 하는 기도였다. 

그러한 어머니의 기도 덕분에 결혼 10년 만에 소중한 딸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아이를 만났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산후에 찾아온 우울증도 함께 겪게 되었다. 그 당시 경제적 상황도 계속 좋지 않았고 남편과의 사이도 아이를 낳으면서 소원해지기까지 했다. 

돌이켜보면 아이가 없던 10년 동안에는 정말 재미있게 남편과 지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난 이후부터 혼자 떠맡게 된 육아와 점점 나빠져 갔던 경제적 상황까지 겹쳐져 남편과의 사이도 멀어져가면서 나의 스트레스는 극으로 치닫게 된 심정이었다. 힘든 시기에 매일같이 어머니와 아이와 함께 홍법사를 다녔다. 절에 가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던 어느 날, 2015년 즈음으로 기억한다. 홍법사에 같이 다니던 도반의 남편이 스님들과 함께 하는 축구팀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일요일마다 가끔 아이와 함께 따라가서 축구 구경을 했고 그때 미타선원 하림 스님과 사라수 선생님을 뵙게 되었다. 어느 날인가 도반은 미타선원에서 ‘반야심경’ 강의를 하는데 같이 가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그렇게 ‘반야심경’ 강의를 들으러 간 것이 미타선원과의 첫 인연이 되었다. 

‘반야심경’ 공부가 끝나갈 즈음 미타선원에서는 명상수업도 진행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명상수업도 같이하면 좋겠다는 도반의 말에 명상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고 얼떨결에 사라수 선생님이 안내하는 명상을 시작하게 되었다. 도반과 같이 시작했지만, 오히려 도반은 명상이 자신과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하며 곧 그만두었다. 나는 무슨 인연인지 명상하는 시간이 기다려졌다. 그래서 도반의 중도하차에도 계속 배우게 되었다. 

당시 나는 인생에 있어서 최악의 상황에 봉착해 있었다. 몸도 마음도 어찌해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내게 미타선원에서의 명상은 늘 질문과 함께했다. 호흡에 집중이 잘 되었는지, 호흡하면서 어떤 생각이 있었는지, 몸에는 어떤 느낌이 있었는지, 어떤 알아차림이 있었는지 등의 질문이었다. 

그때만 해도 나는 무척 내성적인 성격에 낯가림도 심해 사람들 앞에서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이 어색했기에 명상 후 느낌들을 말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 명상을 처음 시작할 때 제일 어려운 일이라고 여길 정도였다. 그래서 어느 때는 집중이 되지 않았을 때도 그냥 잘되었다고 말하기도 하고, 느낌이 없었을 때도 좋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호흡을 잘 해보려고 억지로 배를 부풀리다가 숨쉬기가 어려워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좌충우돌을 겪는 과정에서도 내가 가장 잘했던 걸 손꼽는다면 바로 ‘결석하지 않고 꾸준히 다닌 것’이다.

 

[1545호 / 2020년 7월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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