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상 수행  정미하(자비화, 51) - 하

기자명 법보

명상 통해 어린 시절 아픔 만나
남편에 대한 미움 점차 사라져
명상을 만나고 삶 긍정적 변화
배웠던 것 틈틈이 주변과 나눠

자비화, 51

미타선원 행복선명상상담센터 사라수 선생님과의 명상 수업을 통해 비로소 내 안에 있던 이야기들을 시작하게 되었다. 마치 깊은 산속 샘의 물길을 찾은 것 같은 기분, 명상하고 나눔을 할 때마다 그렇게 눈물이 터져 나왔다. 같이 공부하던 도반들에게 부끄러울 정도로 펑펑 울기만을 한참 동안 했던 것 같다.

그러한 시기가 어느 정도 지난 후 어느 때인가 나의 어린 시절을 만나게 되었다. 당시 지도해주시는 선생님께서 “참 외로웠겠구나”하는 한마디가 배를 칼로 찌르는 것 같은 통증으로 다가왔다. 한동안 어린 시절의 나 자신이 무척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 마음의 고통에 대해 명상을 하면서 마음보기를 계속하니 그 시절 그 아이는 저 자신조차 사랑해주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 아이를 스스로 사랑해주게 되었고 마음보기의 수행이 축적될수록 차츰 아픔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몸에도 면역력이 생기듯이 감히 마음에도 면역력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표현해본다. 

그래서 누군가 내게 “당신에게 있어서 명상이 무엇입니까?”하고 묻는다면 “명상을 만나고 다시 태어났다”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바로 타인과의 관계가 좋아졌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나 스스로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경우가 늘어난 것만 봐도 확신할 수 있는 사실이다.

남편과의 일도 마찬가지다. 남편은 처음 만났던 그대로 변함이 없었는데 아이가 태어나면서 내 마음의 변화가 있었다는 걸 명상을 한 이후에야 알게 되었다. 비로소 남편이 미웠던 순간들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극심한 낯가림으로 누군가와 마주하고 대화하고 관계하는 자체가 내게는 무척이나 힘든 상황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이 소중해졌고 관계하는 모든 일을 편안하게 받아들였다. 

이렇게 명상으로 바뀐 일상들을 점검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호흡과 몸의 느낌을 챙기고자 한다. 걸을 때는 발과 다리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주의를 둔다. 버스를 기다릴 때, 지하철을 탔을 때, 카페에서 누군가를 기다릴 때도 호흡에 주의를 둔다. 단 명상은 아플 때 먹는 약이 아니다. 나에게 있어서 나빠진 부분이 개선되었다고 하여 그만두는 게 결코 아니라는 의미이다. 오히려 아프거나, 아프지 않거나, 개선이 되었다고 하거나, 힘들 때도 멈춤이 없이 꾸준히 지속하여 대상에 주의를 두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것이 곧 수행이 아닐까. 삶 속에 그대로 자리하는 일상 수행, 명상은 그 자체로 삶에 있어서 꼭 필요한 시간이고, 그 어떤 물리적, 시간적, 공간적 소모 없이 가장 최적화된 변화를 이끌 수 있는 현대인을 위한 수행법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명상을 만나고 나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음은 물론이다. 겉모습만 보아서 상황은 아무 변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의 마음이 편해지면서 현재 삶에 만족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고 사는 나를 스스로 목격하고 반가워하게 된다. 나의 긍정적인 태도와 변화를 본 주변 사람들이 명상에 대한 질문을 던져오는 경우가 많다. 그때마다 나의 경험들을 이야기하고 내가 배웠던 것을 나누고 있다. 이렇게 명상 나눔을 시작한 이후 명상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과 소통하게 되었고 틈틈이 수행을 같이하면서 변화하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될 때 느끼는 보람도 크다. 무엇보다 일체 존재가 더불어 같이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발원도 세우게 된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쳐 지난해에는 명상지도사 2급 과정을 마쳤다. 또 명상을 꾸준히 하다 보니 명상의 길을 안내하는 명상 강사의 기회도 인연이 닿아 조금씩 맡게 되었다. 현재 사는 동네에서 강좌를 열기도 했고 지금은 아이들에게 명상의 길을 알려주고 함께 명상 수행을 실천하고 있다. 아마도 강사로는 아직 부족함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강의할 때마다 두려움보다는 감사함으로 충만해진다. 부처님께서 삶의 지혜를 안내해주셨듯이 명상 안내자로서 사람들과 나누는 삶을 앞으로도 지속하고 싶다. 

 

[1546호 / 2020년 7월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