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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제정 원력 싣고 평등버스는 달렸다

  • 교계
  • 입력 2020.08.27 14:59
  • 수정 2020.08.30 07:41
  • 호수 1551
  • 댓글 1

8월26일, 춘천-대전-부산 등 거쳐 20번째 도시 아산 도착
현대자동차아산공장에서 비정규 노동자들과 대화·소통
“차별금지법은 평등세상 만들겠다는 확인이자 실행의지”
보수단체 방해에도 기자회견 이어가…천안선 문화제 개최

“차별 그 자체가 사회적 폭력이다! 코로나19로 마스크가 의무화 된 것 같이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도 이 시대가 이뤄야할 의무다!”

8월26일 오후 2시 현대자동차아산공장 정문. 태풍이 오기 전 무더위에도 ‘평등의 약속을 제정하라’ ‘모두를 위한 차별금지법 지금 당장’ 등의 손피켓을 든 이들이 1m씩 거리를 두고 섰다. 이들 옆에는 ‘평등버스’가 함께했다. 버스에는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인종·국적, 용모, 혼인·출산, 가족형태, 종교, 전과, 성적지향, 학력, 고용형태, 건강상태’ 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교대 근무를 위해 통근버스를 타고 출근하던 현대자동차 직원들은 창밖의 상황이 신기한지 커튼까지 젖혀가며 관심을 보였다.

평등버스는 8월17일부터 차별금지법 제정 여론을 모으고 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전국 25개 도시를 순회하고 있다. 춘천-대전-부산-홍성 등을 거쳐 20번째 도시 아산에 도착한 평등버스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와 함께 ‘고용형태’ 차별철폐에 목소리를 높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청취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는 시간이었다. 이 자리에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무기한 기도회를 진행 중인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스님도 동참했다.

사노위 부위원장 지몽 스님은 “누구나 언제든지 지위나 신분이 변화해 소수자의 위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며 “사회는 연기법에 의해 모든 존재의 실상이 인드라망으로 연결돼 있다. 나의 고통이 남의 고통이 되고 이웃의 고통이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이분법적 사고 방식으로 나와 세상이 분리돼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차별금지법 제정과 더불어 어렸을 때부터 도덕적인 교육을 통해 인성과 인권을 배우는 시간이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이백윤 사회변형노동자당 충남도당 대표는 “왼쪽 바퀴를 조립하는 노동자는 정규직, 오른쪽 바퀴를 조립하는 노동자는 비정규직으로 나눠 보수와 처우에서 차별이 일어났다. 뿐만 아니라 특근 시 제공하는 간식을 정규직에게만 제공하는 등 눈에 보이는 설움도 겪어야했다”며 “차별금지법은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평등하게 대우받는 세상을 지향하며 사회질서를 만들겠다는 원칙에 대한 확인이자 실행 의지”라고 강조했다.

평등버스 활동가 4명이 즉석에서 만든 ‘노네임’ 율동단은 차별금지법 제정송에 맞춰 춤을 선보이고, 2005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비정규직노조 사무실 옥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류기혁씨를 추모하는 시간도 가졌다.

평등버스는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아산시민사회단체협의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온양온천역으로 향했다. 그러나 평등버스가 도착하자 보수단체들이 일제히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한다”고 소리쳤다. 이들은 이날 오전 홍성에서 열린 평등버스순회단의 기자회견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장본인들이다. 경찰들의 제지로 직접적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고의적으로 스피커 소리를 키워 기자회견을 방해하기도 했다.

평등버스 뒤편에는 보수단체들이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평등버스 뒤편에는 보수단체들이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평등버스순회단은 기자회견에서 2017년 보수 종교단체와 정당의 반대로 ‘충남인권조례’가 폐지됐다 2018년 지방선거 직후 다시 제정된 사례를 상기시켰다.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가 혐오세력에 의해 쉽게 왜곡되고 폄하될 수 있음을 통감했다”고 지적한 순회단은 “차별과 혐오 금지를 위한 법률 제정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88.5%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 역시 출마 당시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한 바 있다”며 “국회, 충남 출신 11명의 국회위원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적극 동참해야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장애인차별금지법’ ‘남녀고용평등법’ 등 개별적인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은 마련돼 있다. 하지만 평등버스 순회단은 “한사람이 다수의 신분을 가지게 되면서 복합차별 문제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개별적인 차별금지법만으로는 차별구제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평등버스는 오후 6시 이날 종착지인 천안터미널에 도착했다. 시민들과 함께하는 밴드공연과 다함께 차별금지법 제정송을 부르는 작은 문화제로 일정을 종료했다. 평등버스는 평택, 수원, 안산, 인천을 거쳐 8월29일 국회 도착으로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편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1월16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무기한 기도회'에 입재했다. 입재를 시작으로 격주 목요일 정부청사 앞에서 기도회를 이어가고 있으며,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는 날 회향할 방침이다. 특히 사노위는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국회와 여야당사 앞에서 오체투지도 진행했다. 

충남=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551호 / 2020년 9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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