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불교계의 복잡한 의식을 실용적으로 간소화한 용성 스님의 ‘대각교의식’이 국가등록문화재가 됐다.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은 예고기간을 거쳐 2월3일 '대각교의식(大覺敎儀式)'을 국가등록문화재 제803호로 지정했다.
문화재청은 “'대각교의식'은 예불·향례·혼례·상례 등 불교계의 복잡한 의식을 실용적으로 간소화하고 찬불가 7편을 수록했으며, 이를 모두 한글로 보급해 불교의 대중화와 개혁을 꾀했다”며 “민족의식 고취를 위한 역사·문화적 자료로서도 큰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대각교의식’은 모두 21장으로 구성됐다. 제1장부터 제12장까지는 항례, 성공절차, 원각경 문수장, 보문품, 반야심경, 시식(약례), 시식(광례), 구병시식, 거량, 혼례, 병인간호, 상례가 담겼다.
찬불가도 7편 수록됐다. 제13~19장에 왕생가, 권세가, 대각교가, 세계기시가, 중생기시가, 중생상속가, 입산가 등이 실렸다. 제20장은 극락세계노정기가, 제21장은 육자주 이행관법이 소개돼 있다.
이 책은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용성 스님이 불교의 대중화를 위해 대각교를 창립하고 저술한 서적이다. 스님은 1927년 ‘대각교중앙본부’ 현판을 내걸고 근대불교의 새로운 노선을 개척해 불교 대중화와 혁신에 앞장섰다. ‘화엄경’ ‘범망경’ 등을 우리말로 번역·간행했고 ‘각해일륜’ ‘청공원일’ ‘수심론’ ‘임종결’ 등 다양한 사상서도 발간했다.
‘대각교의식’도 당시 이들 저술과 함께 지어졌다. 1931년 편찬된 ‘대각교의식’은 한문투로 전래돼 온 불교 의례를 순 우리말로 번역한 첫 의례의식집으로, 누구나 쉽게 의례에 담긴 사상을 이해해 일상에서 수행과 기도가 이어질 수 있도록 기획됐다.
이외에도 스님은 왜색불교에 대항하고자 임제종 운동, 선학원 창건, 만일참선결사회 등을 주도했다. 만주 용정에 사찰과 대규모 농장을 조성해 상해 임시정부 등 독립운동 단체에 많은 자금을 보내는 등 독립운동가로서도 큰 족적을 남겼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573호 / 2021년 2월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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