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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민의 받들어 정권야욕 내려놔야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1.03.02 11:26
  • 호수 1575
  • 댓글 0

‘시민불복종운동’ 파고 높고 
세계은행 등 국제사회 압박
“무력살생 책임 군부에 있다”
승가의 조직적 저항 가능성

“군부가 아무리 큰 힘을 가졌더라도 살생과 무력을 사용해선 안 된다. 방화, 총기 사용, 화학 무기 등 폭력에 대한 책임은 결국 (현재 정권을 장악한) 국가 지도자들에게 되돌아 갈 것이다.”

미얀마불교협회 회장이자 만달레이 반모우 사원 주지 바단다 꾸마라 비윈따 스님이 성명을 통해 준엄한 일갈을 내렸다. 국민들의 평화시위에 대한 강경진압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불교협회는 명실상부 미얀마 불교를 대표하는 단체다. 회장 명의 성명이지만 9개 종파 지도자들과의 교감을 토대로 천명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100여명의 사상자를 낸 현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경우 좌시만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군부가 “(불교국가인) 미얀마의 존엄성을 고려해 자비심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당부마저 외면한 채 시위대를 향한 무력진압을 계속 행사할 경우 승가는 조직적 저항을 전개할 수도 있다. 국가의 존망이 걸려 있을 때마다 승가는 분연히 일어서 국민을 이끌어 왔기 때문이다.   

123년의 미얀마 식민지사에서 독립운동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건 스님이었다. 오 우타마 사야도가 대표적이다. 정치적 연설을 감행했던 사야도는 영국 총독의 퇴진을 요구하다 수차례 투옥됐다. 옥중 단식투쟁으로 몸이 극도로 피폐해져 입적했다. 오 우타마 사야도의 독립정신은 ‘버마 독립군’을 이끈 아웅산 우누로 이어졌다. 

우 위사라 사야도 역시 미얀마 국민 가슴에 생생히 살아있다. 반영투쟁으로 옥고를 치른 바 있는 사야도는 정치연설을 하다가 1926년 다시 투옥됐다. 이때 영국 관리가 승복을 벗고 죄수복을 입으라 했지만 거부했다. 강제로 죄수복을 입게 된 사야도는 단식에 들어갔다. 40일 단식 기간에 고문도 받았지만 독립운동가로서의 풍모와 의지를 꺾지 않았다. 결국 영국 관리는 승복을 돌려주었다고 한다. 출옥 후 정치연설로 또 다시 투옥된 사야도는 승복을 입지 못하자 단식에 들어갔고 166일 되던 날 감옥에서 입적했다.

사야도이자 의사였던 사야 산은 민족주의 단체 ‘제단체총평의회’를 이끈 지도자 중 한 명이었다. 1930년 영국에게 선전포고한 후 농민들과 함께 봉기했다. 공산주의자와 산악지대의 게릴라들도 동참하며 세력은 더 커졌다. 미얀마 내 영국군만으로는 제압할 수 없어 인도에서 온 증원군의 지원에 힘입어 진압했다고 한다. 민중봉기의 힘을 역력히 직시할 수 있었던 독립운동이었다.

대영투쟁에만 나섰던 승가가 아니다. 2007년 ‘샤프란 혁명’이 증명하듯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 섰던 것도 승가였다. 군사정부가 일방적으로 유가를 올리자 민심이 요동쳤다. 미얀마 중부의 스님들이 항의시위를 벌였고 군부는 폭력으로 진압했다. 승가는 군부에 공식사과를 요구했지만 묵살됐다. 수천 명의 스님과 학생들이 시위행진을 벌였지만 정치적 구호는 없었다. 선두에 선 스님들은 긴 장대 위에 발우를 거꾸로 걸고 침묵으로 일관하며 걸었을 뿐이다. 복발은 ‘군부와 연관 깊은 사람은 더 이상 공덕을 지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군부는 선두의 스님들을 향해서도 총기를 사용하며 무력진압을 자행했다. 그러나 시위는 전국으로 확대됐다. 군부를 향한 불신이 커지고, 민주화 쟁취의 필요성을 절감케 했던 대사건이었다.

지난 50년 동안 군부는 민주화 세력을 탄압해 왔다. 봄이 온 건 불과 6년 전이다. 2015년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가 선거에서 승리하며 민주정부가 출범했고 2020년 총선에서도 민주주의 민족동맹이 압승했다. 미얀마의 봄이 완연해질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군부는 산산조각 내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미얀마 국민이 군부정권에 저항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민불복종운동’은 하루가 지날 때마다 더욱 거세지고 있다. 스님, 학생, 은행원, 의사 심지어 공무원들까지 이 운동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유럽연합, 세계은행 등의 국제사회도 군부를 향한 압박·제재 수위를 높이며 미얀마 민주주의 회복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집권 군부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국가의 평화를 회복해야 한다”는 미얀마불교협회장의 고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1575호 / 2021년 3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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