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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우리를 도와주세요” 

기자명 민순의

쓰고 있던 건 다른 글이었다. 매체를 통해 조금, 아주 조금의 어눌함이 느껴지는 저 한국어를 들었을 때, 쓰던 글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겹친다. 익숙지 않은 영어로 ‘우리’를 알리려 했던 그 해 5월 트럭 위 청년의 인터뷰가. “우리를 잊지 말아 주세요.” 마지막 밤 시가를 돌며 애끓는 어조로 호소했던 그 여성분의 목소리가. 그해 그 계절, 푸른 눈의 이방인이 사투를 벌이며 카메라에 현장을 담지 않았던들, 목숨 걸고 탈출하여 그 필름을 세계인 앞에 내어놓지 않았던들, 그날의 우리는 영영 잊히고 묻혔을 것이다. 그래서 고개 돌려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양곤대학교 한국어학당 학생의 저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가 없다. 

“제발 도와주세요. 우리의 미래, 우리나라의 미래를 좀 도와주십시오. 제발요. 제발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많이 부탁드립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우리는 우리밖에 없습니다. 경찰들 다 무기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우리밖에 없습니다. 우리한테 큰 힘이 되어 주고, 제발 우리를 좀 살려주세요. 우리나라를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2월1일 여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83%의 의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둔 지난해 11월의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이루어졌다며, 군 최고사령관에게 권력을 이양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1년 동안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윈 민 대통령과 아웅 산 수치 국가고문 등 정부 여당 인사 26명을 시내 모처에 구금하였다. 처음 며칠간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쿠데타는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이 가시화되자 유혈진압을 시작하여 한 달여가 지난 사이 여러 명의 인명피해를 발생시켰다. 현재 미얀마 시민들은 외부와의 통신이 거의 단절된 상태에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국제사회에 호소하며 민주주의를 위한 외로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유엔을 위시로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정부는 미얀마 군부의 무력 진압을 규탄하며 강력히 비판하였다. 대한민국 외교부에서도 대변인 논평을 내어 미얀마 군부의 시위대에 대한 과도하고 불필요한 폭력 사용 자제를 촉구하였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 규탄 및 민주주의 회복과 구금자 석방 촉구 결의안’을 의결하기도 했다. 불교와 기독교 등 교계 또한 쿠데타 규탄과 민주시위 지지 등의 성명을 발표하고 미얀마 평화를 위한 기도와 명상을 올리는 등 행동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많은 분들이 저마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고 계실 것이다. 혹자는 미얀마 군부와 관련이 있는 국내외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자고도 한다. 옳다. 모두 좋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와 평화에 동참하는 우리의 뜻을 알리는 것, 연대의 움직임을 행동으로 표시하는 것, 그래서 바로 지금 미얀마의 민주시민들이 외롭지 않도록 하는 것, 그와 함께 저 독재 세력들을 두렵게 하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있는 힘껏 소리 내어 화답해 본다.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시민들이시여. 죽지 마시라. 다치지 마시라. 절대로 절대로 용기를 잃지 마시라. 당신들과 함께 하는 우리, 세계시민이 여기에 있다. 인권과 민권의 가치를 아는 인류의 동지애가 있다. 그리고 독재 세력은 지금 당장 폭력을 멈추라. 살상을 멈추라. 미얀마와 전 세계 민주주의와 시민주권의 무서움을 알고 다신 발붙이지 못할 곳으로 멀리멀리 물러가라.”

다시는 아픈 죽음을 가슴에 묻고 싶지 않다.

민순의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실장 nirvana1010@hanmail.net

 

[1575호 / 2021년 3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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