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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불교의 수행 원리

기자명 마성 스님

앉아있더라도 원리 모르면 수행 안 된다

사리뿟따, “모든 세존·아라한·정등각자 수행원리 지켜 열반 성취”
오온·마음 속 번뇌 제거  선행돼야 방해 없는 사념처 수행 가능해 
수행으로 무상·고·무아 통찰 후 ‘칠각지’ 성취하면 깨달음 이르러

인도네시아(Indonesia) 중앙자바 주(Province of Central Java), 마켈랑 시(Regency of Magelang)에 위치한 보로부두르(Borobudur) 불교 사원 전경. 8, 9세기에 세워진 이 불교 사원군은 세 부분으로 구성됐으며, 5단의 정사각 층이 있는 피라미드형 기단, 3단의 원형 받침돌로 이루어진 원뿔형 본체, 맨 꼭대기의 기념비적인 탑(stupa, 종 모양의 탑)으로 이루어졌다. 1970년대 유네스코의 지원으로 복원됐다.
인도네시아(Indonesia) 중앙자바 주(Province of Central Java), 마켈랑 시(Regency of Magelang)에 위치한 보로부두르(Borobudur) 불교 사원 전경. 8, 9세기에 세워진 이 불교 사원군은 세 부분으로 구성됐으며, 5단의 정사각 층이 있는 피라미드형 기단, 3단의 원형 받침돌로 이루어진 원뿔형 본체, 맨 꼭대기의 기념비적인 탑(stupa, 종 모양의 탑)으로 이루어졌다. 1970년대 유네스코의 지원으로 복원됐다.

한때 아난다(Ānanda, 阿難) 존자는 웃띠야(Uttiya)라는 유행자(paribbājaka)에게 불교의 수행 원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여래는 ‘세상으로부터 [열반으로] 인도되었고, 인도되고, 인도될 자들은 모두, 다섯 가지 장애[五蓋]를 제거하고, 지혜로써 마음의 번뇌들을 무력하게 만들고, 네 가지 마음챙김의 확립[四念處]에 마음을 잘 확립하고, 일곱 가지 깨달음의 구성 요소[七覺支]를 있는 그대로 닦은 뒤에 비로소 세상으로부터 [열반으로] 인도되었고, 인도되고, 인도될 것이다’라고 압니다.”(AN.Ⅴ.195) 이처럼 아난다 존자는 이교도에게 불교의 수행 원리를 간단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다. 불교의 수행 원리를 이보다 더 잘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붓다시대의 바라문이 아닌 사문들은 거의 대부분 유행하면서 사의법(四依法: 걸식, 분소의, 수하좌, 진기약)에 의해 생활했다. 이 때문에 유행 중에 자주 만나 자기 종교의 스승들이 무엇을 가르치는가? 등에 대해 서로 토론하기도 했다. 그러한 장면이 초기경전의 여러 곳에 나타난다.

당시의 왕들은 유행자들을 위한 숙소를 여러 곳에 마련해 놓았다. 지금의 ‘여행자 숙소’와 같은 곳이다. 당시 여러 부파의 유행자들이 저녁이면 그곳에 모여 자기 종교의 우월성에 대해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유행자들의 복장은 비슷했기 때문에 외형적인 모습만으로는 그가 어떤 교파에 속한 수행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 만나면 당신의 스승은 누구인가를 물어 그가 어느 교파에 속한 수행자인지 확인했다.

위에 인용한 ‘웃띠야-숫따(Uttiya-sutta)’(AN10:95)에 의하면, 웃띠야 유행자(Uttiya paribbājaka)가 세존께 ‘세상은 영원한가, 영원하지 않는가’와 같은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붓다의 ‘무기(無記)’에 대해 왜 답변하지 않았는가에 대해 추궁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웃띠야 유행자는 붓다에게 “그러면 고따마 존자는 무엇을 설하십니까?”라고 묻는다. 그러자 붓다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웃띠야여, 나는 최상의 지혜로 안 뒤에 제자들에게 법을 설하나니 그것은 중생들을 청정하게 하고, 근심과 탄식을 다 건너게 하며,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사라지게 하고, 옳은 방법을 터득하게 하고, 열반을 실현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자세히 일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웃띠야 유행자는 그러면 고따마 붓다는 그 가르침으로 “세상 사람들이 모두 [열반으로] 인도됩니까? 아니면 반입니까? 아니면 삼분의 일입니까?”라고 트집을 잡는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더 이상 답변하지 않고 침묵했다.

이때 세존의 곁에서 웃띠야 유행자와 붓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아난다 존자가 웃띠야 유행자에게 비유를 들어 보충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그와 같이 여래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열반으로] 인도되거나, 반 혹은 삼분의 일이 그렇게 되는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고 말하고, 위에서 인용한 불교의 수행 원리를 설명해 주었다.

또한 사리뿟따(Sāriputta, 舍利弗) 존자도「삼빠사다니야-숫따(Sampasadanīya-sutta, 自歡喜經)」(DN28)에서 과거의 모든 정등각자들도 다음과 같은 수행법을 통해 깨달음을 성취하게 되었다고 찬탄했다.

“과거의 모든 세존・아라한・정등각자께서는 다섯 가지 장애[五蓋]를 제거하고, 지혜로써 마음의 번뇌들을 무력하게 만들고, 네 가지 마음챙김의 확립[四念處]에 마음을 잘 확립하고, 일곱 가지 구성 요소[七覺支]를 성취하게 되었다.”(DN.Ⅲ.101)

이와 마찬가지로 현재・미래의 정등각자께서도 이와 같은 수행 과정을 거쳐 깨달음을 성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수행자들도 먼저 다섯 가지 장애를 제거하고 지혜로써 마음의 번뇌들을 무력화시키고, 사념처와 칠각지를 닦아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을 성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불교의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섯 가지 장애[五蓋]를 제일 먼저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섯 가지 장애란 감각적 욕망(kāmacchanda, 愛欲), 악의 혹은 분노(vyāpāda, 瞋恚), 해태와 혼침(thīna-middha, 昏沈睡眠), 들뜸과 후회(uddhacca-kukkucca, 掉擧惡作), 회의적 의심(vicikicchā, 疑)이다. 이 다섯 가지 장애는 출세간적인 수행은 물론 세간적인 생활에서도 정신적 발전에 방해가 된다. 세 번째 해태와 혼침은 무기력한 상태를 말하고, 들뜸과 후회는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고 안절부절 한 상태를 말한다.

이와 같이 수행자는 무엇보다도 먼저 다섯 가지 장애를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다음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번뇌들을 지혜로써 제압해야 한다. 그래서 불교의 수행을 다른 말로 ‘번뇌의 단절’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번뇌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단 생활이 간소해야 하며, 육체적으로도 건강해야 한다. 즉 몸과 마음의 상태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만 번뇌를 줄일 수 있다. 바깥 세상에 대한 근심과 걱정은 모두 수행에 장애가 된다.

이와 같은 준비 단계가 완성된 다음 본격적인 사념처(四念處) 수행이 가능해진다. 이른바 사마타(samatha, 止) 수행과 위빳사나(vipassanā, 觀) 수행을 통해 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를 꿰뚫어 보게 된다. 초기경전에서는 여기에 다시 칠각지를 성취해야 된다고 설해져 있다. 칠각지(七覺支, satta bojjhanga)는 염각지(念覺支, sati), 택법각지(擇法覺支, dhamma-vicaya), 정진각지(精進覺支, viriya), 희각지(喜覺支, piti), 경안각지(輕安覺支, passaddhi), 정각지(定覺支, samādhi), 사각지(捨覺支, upekkhā) 등 일곱 항목을 말한다. 칠각지는 깨달음에 이르는 일곱 가지 부분이라는 뜻이다. 이 가운데 택법(擇法)은 진리인 법을 판별 사유하여 연구하는 지혜이고, 희(喜)는 높은 선정을 얻기 전의 정신의 만족 희열이며, 경안(輕安)은 선정을 얻기 전에 심신이 경쾌하고 명랑한 것이고, 사(捨)는 애증・취사의 생각을 버려 어떤 일에도 마음이 치우치거나 마음의 평정이 흔들이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은 수행의 원리를 모르고 그냥 앉아있다고 해서 수행이 되는 것이 아니다.

마성 스님 팔리문헌연구소장 ripl@daum.net

 

[1575호 / 2021년 3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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