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에도 많은 불교박사가 탄생했다. 법보신문 조사 결과 이번에 불교 관련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학자는 모두 41명이었다. 이 가운데 39%(16명)가 스님이었고, 61%(25명)가 재가자였다.
대학별로는 동국대가 18명으로 가장 많았다. 동방문화대학원대가 4명, 중앙승가대·서울불교대학원대·원광대·대구가톨릭대가 각 3명, 금강대·청주대가 각 2명으로 뒤를 이었다. 건국대·동아대·서강대에서도 각 1명의 불교박사가 나왔다.
분야별로는 유·무형 불교문화재와 순수교학 성격을 다룬 논문이 각 7편으로 가장 많았고, 인물과 심리·명상도 각 6편이었다. 이어 문화·예술(2), 수행(2), 복지(2), 교육(2), 역사(2), 해외불교(1), 문학(1) 순이었다. 응용 분야도 3편이었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건 불교문화재 연구 증가다. 특히 불교무형문화재 연구가 점차 다변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수륙재·영산재 등에만 집중했던 앞선 연구와 달리 이번엔 지화·나비춤·관욕의식 등 다양한 분야가 고찰됐다. 이는 2000년대 이후 불교 무형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현상과 맞닿아 있다.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불교무형문화재를 발굴하고 제대로 보존·전승하자는 의식도 증가하는 추세다.
먼저 정명 스님(심갑식)은 지화(紙花) 장엄이 올바로 전승될 수 있도록 전통제작 과정 25가지를 조명했다. 기법과 색이 가진 상징도 규명했다. 이정민 박사는 일부 사찰과 스님에게만 전승됐던 영산재 작법무 나비춤이 문화재로 전승될 수 있도록 향(香)·등(燈)·다(茶)·화(花)·과(果)·미(米) 공양 등 핵심 동작을 도상하고 그 구성을 밝혔다. 왕욱 박사는 한국 영산재와 중국 방염구의 경문, 창송, 작법무에서 나타나는 상이점을 통해 두 의식의 특징을 선명히 드러냈다. 연산 스님(황갑수)은 부처님오신날에 설행되고 있는 관욕의식의 기원과 그 의미를 고찰했다. 세존 재새시 목욕공양에서 관욕의식이 시작됐으며 이는 청정·무량한 공덕의 복전이자 자비방편을 의미했다고 밝혔다. 30여년 간 범패를 수행해 온 덕림 스님(이병진)은 불전에서 언급돼 있는 범패 전거를 체계화해 의례에 담긴 수행 법리를 탐구했다. 유형문화재로서 봉로대(奉爐臺)를 처음 조명한 논문도 있었다. 박종석 박사는 전국에 산재된 68개소 봉로대를 현지조사해 그동안 정립되지 않았던 전통사찰의 봉로대 양식을 규명하고자 했다. 손현숙 박사는 조선시대 단청이 가진 독자성을 밝히고자 중국 원(元)·명(明)·청(淸)의 양식과 비교 분석하고, 사찰단청이 성현(聖顯)·공덕(功德)·교화(敎化) 도구이자 불국토를 시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순수교학 성격이 강한 논문도 7편이었다. 이 가운데 3편은 ‘법화경’에 집중한 연구였다. 명심 스님(위하나)은 ‘법화경’ 십여시(十如是)를 일승의 실상으로, 일대사인연을 일승의 지혜로, 대승보살도를 일승의 행으로 파악하고 ‘법 없음’을 통해 무상의를 입체적으로 밝혔다. 서정원 박사는 ‘법화경’에 담긴 미적인 구성을 분석해 법화 칠유(七喩)의 해석 방향을 새롭게 제시했다. 김민정 박사는 ‘법화경’에 나타난 소리와 그 즐거움을 고찰해 불교에서 소리가 교화의 매체이자 번뇌 소멸을 위한 수행의 도구임을 역설했다. 붓다의 입멸 에피스드에 관한 통시적 연구도 눈길을 끌었다. 명오 스님(박지영)은 쭌다의 공양, 붓다의 수명에 관한 논의, 불멸 후 교단 유지 등 붓다의 입멸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초기·부파·대승 불교를 지나며 어떻게 전개됐는지 분석했다. 무념 스님(김수경)은 초기경전에 근거해 반야(般若)의 원류를 탐구했다. 이어 부파·대승 경전에서 반야사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탐색해 조계종단의 소의경전과 수행법 간의 연계성을 고찰했다. 향산 스님(정경진)은 초기 유가행파가 아뢰야식을 도입하게 된 배경과 그 의미를 연구해 유가행파의 요가 수행은 ‘신체적 락이 정신적 경안을 가져온다’는 안위동일의 전의 사상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승범 스님(이승범)은 18세기 화엄의 전성시대를 이끈 설파상언, 연담유일, 인악의첨 스님의 ‘화엄십지 사기(私記)’를 역주하며 당시 이들이 ‘화엄경’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했는지 추적했다.
불교 인물에 집중한 논문은 모두 6편이었다. 이 가운데 3편은 근현대 인물을 조명한 연구였다. 여태동 박사는 법정 스님(1932~2010)이 ‘대한불교’에 재직하며 작성한 시·칼럼·논단 등 100여편을 주요 텍스트로 삼아 법정 스님의 시대정신이 형성, 전개되는 과정을 구체화했다. 유시준 박사는 천태종을 중창한 상월원각 스님(1923~1974)이 대각을 성취한 후 확립한 새불교운동 이념이 일승묘법임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경조 스님(최연희)은 폐허와 다름없었던 청도 운문사를 비구니 중심도량으로 만들고 사하촌 주민과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 낸 성월수인 스님(1899~1997)의 리더십을 처음 연구했다. 장위원 박사는 한국의 만해 스님(1879~1944)과 중국의 대망서(1905~1950)의 선시(禪詩)와 저항시를 분석해 이들의 시적 세계를 비교 분석했다. 김수진 박사는 여산혜원 스님(334~416)의 법신관에 초기 중국불교 사상이 총합적으로 교섭돼 있어 후대의 반야성공 사상과 열반불성 사상에 단초적인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김민선 박사는 북종선 제8조 수진 스님의 제자인 교연 스님(720~798)의 다도관을 연구해 다선일미(茶禪一味) 사상의 연원을 새롭게 정립했다.
심리·명상 연구도 6편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꾸준한 인기를 보였다. 이충현 박사는 ‘구사론’을 중심으로 설일체유부의 업·번뇌론을 분석하고 심리치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그 함의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김세현 박사는 만다라 미술치료가 중년여성의 자존감 향상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벡 우울척도(K-BDI)와 자아존중감 척도(RSES)로 실증했다. 김기섭 박사는 기존 문학치료가 가진 한계를 영적 독서와 마음챙김으로 확장해 새로운 심신통합치유 모델을 연구했다. 김유리 박사는 2000년부터 소개된 초등학교 명상프로그램 관련 논문 77편을 분석해 차(茶) 명상이 인성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박민숙 박사는 자존감 회복에 동적인 다이어트 요가보다 호흡과 감각에 집중하는 마음챙김 요가가 더 깊은 상관성이 있음을 밝혔다. 김승현 박사는 마음챙김을 콘텐츠로 만든 실감미디어(VR)가 분노를 조절하는 데 큰 효과가 있음을 72명의 실험군을 대상으로 실증했다.
문화·예술로 불교를 조명한 논문은 2편이었다. 김나래 박사는 미국의 작곡가 존 케이지(1912~1992)와 비디오 아트 예술가 백남준(1932~2006)의 작품에 녹아든 선(禪) 사상을 무상·불이·무위로 풀어냈다. 범가적 박사는 중국 민간설화에 나오는 야차신 ‘나타’를 소재로한 애니메이션을 조명하고 성공 요인을 밝혔다.
수행과 직접 관련된 논문도 2편이었다. 송운 스님(염송운)은 ‘능엄경’의 수행체계인 심식견성(識心見性)의 원통수증(圓通修證)에 담긴 심층적 의미를 밝혔다. 보원 스님(박기남)은 벽산금타 스님(1898~1948)의 유고집인 ‘금강심론’에 나타난 일행삼매·일상삼매를 분석해 정혜균등한 수행원칙을 구명했다.
복지 분야로 불교를 조망한 논문은 2편이었다. 수안 스님(우영미)은 노인의 연명치료 선호도가 자아통합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노인의 죽음불안·우울감·종교·경제수준과 자아통합감이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는지 복지시설 이용자 340여명을 대상으로 실증했다. 원경 스님(최두훈)은 시걸과 브루즈지(Segal and Brzuzy)연구틀을 활용해 국내 장사복지 실태를 분석하고 도출된 문제점에 대한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교육 분야에 집중한 논문도 2편이었다. 명진 스님(안현정)은 유아교육 현장에 적용가능한 종교문화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한국불교설화 31편을 선정해 타당도 검증을 시행했다. 오애영 박사는 다문화이주민의 사회·문화에 접근하기 위해선 태국의 상좌불교와 불교국가 의례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해 교육현장에서 활용할 교재를 연구하고 방향을 제시했다.
역사 분야를 고찰한 논문은 2편이었다. 최선자 박사는 신라 진흥왕의 통치관을 조명하고 전륜성왕 이념이 후대 통치자인 선덕여왕와 김춘추의 정치사상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이승희 박사는 통일신라시대 울산의 태화강 유역에 전개된 불교문화를 연구했다.
해외불교를 탐색한 논문도 있었다. 서병찬 박사는 1970년 초 시작돼 현재 세계 120여곳에서 명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태국의 담마까야 운동을 교리, 수행법, 사원의 포교 전략 등으로 면밀히 분석했다.
문학으로 불교 사상을 조망한 연구도 있었다. 도각 스님(최정범)은 한국불교의 관음설화에 담긴 자비실천과 생명존중의 양상을 하나하나 분석했다.
응용 분야 논문은 모두 3편이었다. 지월 스님(김성식)은 ADR(대체적 분쟁해결,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제도를 불교에 적용해 BDR(불교적 분쟁해결, Buddist Dispute Resolution) 개념을 새롭게 제시했다. ADR은 기존의 법원을 통한 분쟁 해결에서 벗어나 소송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또 스님은 초기·부파·대승 경전에서 BDR 사례를 찾아 한국불교 지도자들이 BDR를 활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나윤 박사는 온라인 구전정보 특성이 사찰음식 소비자 지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황일환 박사는 신라 중대에 세워진 영남권 대표 사찰, 통도사·봉정사·부석사의 풍수 특징을 용(龍)·혈(穴)·사(砂)·수(水)·향(向)으로 구분해 공통점을 도출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577호 / 2021년 3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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