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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마하깟사빠와 아난다의 관계

여성 출가 문제로 대립한 보수·진보 대표자들

보수적인 마하깟사빠와 진보적인 아난다…붓다 사후 갈등 빚어
‘불제불개변’ 보수파는 상좌부·‘십사비법 ’ 진보파는 대중부로 분열
갈등 없었다면 명맥 단절 가능성도…승가 발전에 역설적 도움 줘

스리랑카의 켈라니아 사원(Kelania Temple) 법당 외벽에 조성된 신중단(神衆壇). 테라와다(Theravāda, 上座部) 전통에 따르면 불법승 삼보와 가람을 수호하는 신중은 불상이 봉안된 법당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외호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신중단이 법당 안에 들어와 있는 한국의 사찰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 절의 정식 명칭은 ‘켈라니아 라자마하 위하라(Kelania Rājamahā Vihāra)’다. 스리랑카 불교도들은 붓다 재세 시 붓다가 직접 스리랑카를 세 번 방문했는데, 성도 8년째 되는 해, 세 번째로 이곳을 방문하여 머물며 설법했다고 믿고 있다.

붓다의 제자 가운데 마하깟사빠(Mahākassapa, 大迦葉) 존자와 아난다(Ānanda, 阿難) 존자는 성향이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마하깟사빠가 보수적 성향을 지닌 엄격주의자였다면, 아난다는 진보적 성향을 지닌 온건주의자였다. 붓다 재세 시에도 두 사람이 몇 차례 부딪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불멸후에는 두 사람 간의 갈등이 승가 내부의 갈등으로 비화되었던 것 같다.

마하깟사빠를 비롯한 보수적인 비구들은 처음부터 여성의 출가를 반대했다. 그러나 아난다가 붓다에게 여성의 출가를 간청하여 승낙을 받았다. 아난다의 간청으로 마하빠자빠띠 고따미(Mahāpajāpatī Gotamī)를 비롯한 석가족 여인 500명이 출가하여 비구니승가를 성립시켰다. 이 때문에 마하깟사빠는 아난다를 무척 싫어했다.

‘사분율’ 권49에 의하면, 한때 아난다는 나이 어린 제자 60명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이들이 모두 환계(還戒)하고 세속으로 돌아갔다. 마하깟사빠는 아난다에게 너 같은 ‘소년’은 만족할 줄을 모른다고 질책했다. 아난다는 “내 머리가 이미 백발이 되었는데, 어떻게 ‘소년’이라고 부르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마하깟사빠는 “너는 어린 비구들과 함께 모든 감관을 절제하지 못하고 밤낮으로 먹고 수행하지 않는다”고 꾸짖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투란난타(偸蘭難陀)라는 비구니가 분노하여 마하깟사빠에게 “원래 외도였던 네가 어떻게 아난다 존자를 ‘소년’이라고 질타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다음날 아침 투란난타 비구니가 라자가하(Rājagaha)에서 탁발하고 있던 마하깟사빠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T22, 930a-b) ‘십송율’ 권40에 의하면 투란난타 비구니가 마하깟사빠 앞에서 고의로 보행을 방해했다. 그때 마하깟사빠는 “자매여! 걸음을 빨리 하거나, 아니면 나에게 길을 비켜주시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투란난타 비구니가 “그대는 본래 외도였던 주제에 무슨 일이 그리 급하다고 천천히 다니지도 못합니까?”라고 욕했다. 그러자 마하깟사빠는 “악녀여! 나는 너를 책망하지 않는다. 나는 아난다를 책망한다”(T23, 291a)고 했다. 이것은 여성의 출가를 붓다에게 간청한 아난다를 책망한다는 뜻이다.

붓다는 사후에 승가를 통솔할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승가 내부에 큰 혼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때 마하깟사빠가 주도권을 쥐고 승가를 통솔하게 되었다. 이것은 승가 내부 보수파 비구들의 일방적인 승리를 의미한다. 그리하여 보수적이었던 500명의 장로들이 참석한 가운데 라자가하에서 제일결집을 단행했다.

율장에 따르면 아난다의 위상과 지위가 급격하게 하락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즉 힐난하는 마하깟사빠와 변명하는 아난다로 묘사되어 있다. 이를테면 아난다는 소소계(小小戒, khuddānukh uddakāni sikkhāpadāni)에 대해 붓다에게 자세히 질문하지 않았고, 붓다의 가사를 발로 밟았으며, 붓다가 열반에 들 때 여인들의 눈물로 붓다의 몸을 더럽혔으며, 붓다가 이 세상에 더 오래 머물러 달라고 청하지 않았고, 여인들의 출가를 붓다에게 간청했다는 것이다. 또 그는 아직 아라한과를 증득하지 못한 범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묘사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아난다에 대한 힐난이 가해졌다. 이처럼 아난다는 승가에서 있었던 모든 잘못을 혼자 다 뒤집어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아난다는 자신은 완전히 결백하지만, 승가의 화합을 위해 잘못을 인정한다고 했다.

반면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불반니원경(佛般泥洹經)’ ‘반니원경(般泥洹經)’에서는 아난다 존자가 네 가지 특별히 훌륭하고 뛰어난 점이 있어서 사부대중이 그를 만나길 원한다고 기술되어 있다. ‘대반열반경’에서 붓다는 입멸 직전 그동안 곁에서 시봉한 아난다 존자에게 다음과 같은 말씀으로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 위로 격려했다.

“아난다여! 너는 참으로 오랫동안 사려 깊은 행동으로 나에게 이익과 안락을 주었고, 게으름 피우지 않고 일심으로 시봉하였다. 너는 또한 사려 있는 말과 사려 있는 배려로써 나에게 이익과 안락을 주었고, 게으름 피우지 않으면서 일심으로 시봉하였다. 아난다여! 너는 많은 복덕을 지은 것이다. 이제부터는 게으름 피우지 말고 수행에 노력하여 빨리 번뇌 없는 경지에 도달함이 좋으리라.” 이렇게 세존께서는 아난다를 칭찬하고 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아난다에게는 특별히 네 가지 훌륭하고 뛰어난 점이 있느니라. 그 네 가지 장점이란 무엇이겠느냐? 비구들이여! 비구다운 이들이 아난다를 만나고자 한다. 이 사람은 단지 아난다를 만나는 것만으로 만족해한다. 아난다가 가르침을 설하면, 그것을 듣고 더욱 더 마음 흡족해한다. 그러나 비구들이여! 아난다가 침묵하면, 그들은 만족해하지 않을 것이다. 비구들이여! 아난다에게는 이와 같은 네 가지 특별히 훌륭하고 남달리 뛰어난 장점이 있느니라.” 율장에 묘사된 아난다에 대한 내용과는 정반대로 나타난다.

한편 제일결집을 주도했던 마하깟사빠는 소소계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붓다에게 여쭈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붓다가 제정한 율은 절대 고치지 못한다는 ‘불제불개변(佛制不改變)’의 원칙을 고수하게 되었다. 불멸후 100여년 경에 웨살리(Vesālī)라는 도시에서 일어난 ‘십사비법(十事非法)’이라는 사건도 보수파와 진보파의 대립 갈등이었다. 이 사건은 소소계 논쟁 때 마하깟사빠 존자에 의해 제시된 ‘불제불개변’의 원칙을 고수하려는 보수파 비구들과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여 율도 변화해야 한다는 진보파 비구들 간의 대립 갈등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불교승가에서 최초로 근본분열이 일어났다. 즉, 기존의 율을 고수하는 비구들은 상좌부(上座部), 십사를 주장하던 왓지족 출신의 비구 및 이들을 지지하는 비구들은 대중부(大衆部)로 분열한 것이다. 그 후 상좌부와 대중부 내부에서 다시 분열하여 20부파가 되었다. 불교교단사 2500여년은 보수와 진보의 대립 갈등의 연속이었고, 지금도 그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역설적이지만 만일 보수와 진보 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다면 승가의 명맥은 단절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출세간인 승가에서도 보수와 진보가 서로 대립 갈등하면서 발전해 왔고 앞으로도 대립하면서 발전해 나갈 것이다.

마성 스님 팔리문헌연구소장 ripl@daum.net

[1588호 / 2021년 6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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