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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사찰 천리순례서 국보·보물 문화재 친견한다

  • 교계
  • 입력 2021.07.30 23:40
  • 수정 2021.08.09 15:15
  • 호수 1596
  • 댓글 3

순례길에 국보 16건, 보물 98건 즐비
문화재로 굴절 많은 한국불교사 이해
성보 친견하며 역동과 불굴 저력 계승
“불교문화 자부심 느끼는 시간 될 것”

한국불교 중흥과 국난극복을 염원하는 상월선원 만행결사 ‘삼보사찰 천리순례’에 교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순례길에서는 각 사찰에 조성돼 있는 수많은 성보(聖寶)들을 직접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조들의 신심과 원력이 고스란히 스며든 불교문화재들을 살펴봄으로써 한국불교의 발자취를 되짚고, 한국불교 중흥의 원력을 모으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법보신문이 9월30일~10월18일 19일간 진행되는 ‘상월선원 만행결사 삼보사찰 천리순례’ 일정을 분석한 결과 이번 순례길에서는 국보 16건, 보물 98건의 성보문화재를 만날 수 있다. 국보로는 순천 송광사 ‘국사전’을 비롯해 구례 화엄사 ‘각황전’, 남원 실상사 ‘백장암 삼층석탑’, 합천 해인사 ‘대장경판’, 밀양 표충사 ‘청동 은입사 향완’, 양산 통도사 ‘대웅전 및 금강계단’ 등이 대표적이다. 보물도 ‘송광사 십육조사진영’ ‘화엄사 원통전 앞 사자탑’ ‘천은사 극락보전’ ‘실상사 동·서 삼층석탑’ ‘해인사 석조여래입상’ ‘표충사 삼층석탑’ ‘통도사 봉발탑’ 등 각 사찰을 대표하는 성보들이 즐비하다.

성보문화재 조성시기별로도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웠던 삼국~고려시대, 모진 탄압에서도 불교가 명맥을 유지해 왔던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채롭다. 때문에 순례길에서 만나는 성보문화재는 그 자체로 굴곡 많았던 한국불교사를 직접 살피고 느껴보는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신앙의 결정체이자 정수인 ‘성보’ 문화재를 불·법·승 삼보로 나눠 살펴봤다.

사리와 형상으로 친견하는 부처님=불보종찰 통도사 대웅전에는 있어야 할 불상이 없다. 대신 법당 창문 너머 ‘금강계단’(국보)이 보인다. 초층은 너비가 약 990cm, 총높이가 약 300cm. 이중의 넓은 방단(方壇) 중심에는 직경 150cm정도의 복련과 앙련의 받침 대석이 놓여져 있다. 그 위로 석종(石鐘) 모양의 부도가 안치돼 있다. 이 부도 안에 부처님 사리가 봉안돼 있다.

“내 차라리 계를 지니고 하루를 살다가 죽을지언정 계를 어기며 백년을 살기 원치 않는다”던 신라 자장율사가 오대산에서 문수보살 친견하고 받아온 부처님 가사와 사리로 세운 계단이다. 그러므로 이곳에서 계를 받는 것은 부처님으로부터 직접 계를 받는 것과 동일하다고 여겨진다.

지리산 노고단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화엄사에는 섬세한 조각 솜씨가 돋보이는 ‘목조비로자나삼신불좌상’(국보)이 있다. 불교 경전인 ‘화엄경’을 수행의 근본으로 삼는 사찰인 만큼 불상도 진리를 상징하는 삼신불로 조성됐다. 삼신불은 탱화나 괘불로는 다수 남아 있지만 조각으로는 이 불상이 유일하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제공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제공

해인사에는 ‘쌍둥이 비로자나목조불상’이 있다. 대비로전에 나란히 봉안된 이 불상들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통일신라 목조불상으로 알려져 있다.

실상사에는 높이 2.7m ‘무쇠 부처님’이 있다. 구산선문 최초 가람 실상사가 창건됐을 당시부터 절터를 지켜온 ‘철조여래좌상’(보물)이다. 정유재란 때 절이 전소하고, 1883년 방화로 건물 10여동이 사라졌을 때도 절터를 의연히 지켜왔다.

송광사에서는 인도풍의 이국적인 부처님을 만나볼 수 있다. ‘목조삼존불감’(국보)이다. 나무로 만든 통일신라시대 불감으로, 문을 열면 연꽃무늬 대좌에 이국적인 부처님이 앉아 있다. 양쪽으로는 보현보살, 문수보살, 동자상, 사자상, 코끼리, 연꽃 등이 입체적으로 조각됐다.

나무와 돌에 새긴 법사리=부처님은 열반에 앞서 제자들에게 한 가지를 당부했다. ‘법을 등불로 삼고 법에 의지하라’. 그 말씀 따라 신라, 고려, 조선의 불제자가 일생을 바쳐 나무와 돌, 화폭에 법을 새겼다. 세상이 혼란하고 암담해도 누군가가 부처님 가르침을 등불로 삼아 나아가길 바라는 원력이었다.

해인사 ‘대장경’(국보)도 그 원력으로 새겨졌다. 1236년 참혹한 전쟁에서 몽골을 불력(佛力)으로 막아내고자 목판에 가르침을 새겼다. 섬에서 자란 자작나무를 벌채해 3년 동안 바닷물에 담군 후, 이를 다시 소금물에 삶고 그늘에 말려 대패질을 하고 나야 겨우 글씨를 새길 수 있다. 대장경은 강화도 선원사에서 조판에 착수, 16년에 걸쳐 조성됐으며 선원사에서 지천사로, 다시 해인사로 운반돼 봉안됐다. ‘장경각’(국보)에 보관된 8만1258장 경판은 2007년 세계기록유산으로, ‘장경판전’은 과학적 기술의 탁월함으로 199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화엄사에서는 돌에 새겨진 ‘화엄경’을 만나볼 수 있다. 바로 ‘화엄석경’(보물)이다. 이 석경은 통일신라시대 당시 3층 규모의 대법당 장육전에 봉안됐다. 한 땀 한 땀 돌에 새겨졌지만 임진왜란 때 일본의 방화로 장육전이 소실되면서 현재는 1만3115점의 파편으로 화엄사 성보박물관 지하 유물관 나무상자에 보관돼 있다.

송광사 ‘화엄경변상도’(국보)는 오묘하고 방대한 화엄사상을 한 폭 그림으로 담아냈다. 비단 바탕에 섬세한 필선으로 빽빽하게 그려져 있지만 흐트러짐 없이 정결하고 세련되게 표현돼 ‘화엄경’의 위엄을 한껏 살려내고 있다.

사자상승, 영원한 법맥의 흐름=사람이 도를 넓히는 것이지 도가 사람을 넓히는 것이 아니다(人能弘道 非道弘人)’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수승한 진리라도 그것을 널리 펴는 것은 온전히 사람의 몫이다. 한국불교는 1700여년 동안 호불 군주의 지지로 화려한 꽃을 피우기도 했고, 혹독한 억불로 명맥만 겨우 유지할 때도 있었다. 유구한 세월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부처님 가르침을 알리기 위해 애썼던 수많은 고승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님과 관련된 문화재도 ‘승보’라 여겨진다.

고승의 초상화인 진영은 그런 스님의 생애를 엿볼 수 있기에 존경받는 예배의 대상이 된다. 승보종찰 송광사의 ‘국사전’(국보) ‘십육조사진영’(보물)이 순례길에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승보다. 보조국사를 비롯해 송광사를 중심으로 활약했던 16명 고승의 초상화로 지눌 스님을 중심으로 왼쪽에 7분이, 오른쪽에 8분이 배치돼 모두 16축으로 구성됐다. 규격, 제작수법이 흡사해 동일한 시기 같은 화사에 의해 일괄 제작됐을 것으로 보이나, 1995년 국사전 후면 벽을 뚫고 침입한 도굴꾼으로 인해 16점 가운데 13점이 도난된 상태다.

유일하게 현존하는 고승 초상조각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국보)도 대표 승보다. 자비로운 눈매, 얇게 다문 입가의 미소, 살갗 위로 드러나는 골격, 피부 표현까지 자연스러워 스님 생전 모습은 물론 내면까지 표현한 걸작이라 평가받고 있다. 높이는 82.4cm로 고려 10세기 전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

상월선원 만행결사 총도감 호산 스님은 “성보문화재 속에는 부처님 가르침을 널리 알리려는 전법의 의지, 부처님 위신력으로 중생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했던 깊은 자비심 등 옛 선조들의 신심과 원력이 담겨 있다”며 “이번 순례를 통해 한국 불교문화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석길암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는 “임진·병자의 두 국난을 극복하는데 크게 기여한 불교계가 침체됐던 교세를 부분적으로나마 안정시킬 때 삼보사찰의 개념이 명확해지기 시작했고 포교·신행·교학·사상·수행 등 전 분야에서 안정감을 찾아갔다”면서 “천리순례를 통해 만날 사찰 8곳은 불교를 다시 일으키고자 치열하게 고민했던 역사 현장으로 성보를 친견하는 것은 만행결사의 의미와 천리순례, 그리고 호국의 발원을 되새기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596호 / 2021년 8월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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