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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노인우울

기자명 김효선

사별로 겪는 우울은 자연스러운 감정

배우자 사별 때 우울증 발병 높아
충분한 애도 시간 갖도록 도와야
가족과 함께 추모의 시간 갖는 등
끊임없는 관심·지지 보내면 큰 힘

Q.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가 혼자 지내고 계십니다. 아버지가 건강이 좋지 않아 1년 정도 앓다가 돌아가셨기에 어머니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한 상태였고, 잘 지내시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입맛이 없다며 식사를 거르기도 하고 외롭다, 우울하다는 말씀도 하십니다. 혼자 계신 어머니를 모시고 살면 좋을텐데 여러 가지 여건상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울과 관련해 여기저기 조언을 구하고 어머니께 우울예방을 위한 프로그램 참여나 상담을 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알았다고만 하고 안 가시거나 혹은 한두 번 갔다 중단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혼자 계신 어머니가 걱정되고, 아들로서 어머니가 우울감을 느끼지 않게 도와드리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A. 혼자 계신 어머니를 모시지는 못하지만 걱정하며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애쓰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어르신들의 경우 신체·정서·경제적 변화로 다양한 상실을 경험하면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 중 함께 살아온 배우자와의 사별은 노인들의 정신건강에서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우울증 유병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들도 있습니다. 어머니가 편찮으신 아버지를 1년가량 돌보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하더라도 충격은 생각 이상의 고통일 수 있습니다.

어머니가 처음에 괜찮아 보인 것은 자녀나 주위에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 했거나,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 죽음이라는 현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빈자리를 느끼면서 심리적 부적응과 우울감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특히 배우자 사별의 경우 충분히 애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애도의 방법이나 기간은 개개인마다 다르지만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입니다. 불교에서는 49재를 통해 극락왕생을 빌기도 하는데 이런 시간을 통해 가족들은 자연스럽게 고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떠나보내며 자신의 생활로 복귀할 수 있게 됩니다. 아들 입장에서 어머니가 이전과 달리 우울감을 보이는 것에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어머니 스스로 충분히 슬퍼하고 정리할 시간을 드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관심을 갖지 말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지금처럼 어머니를 지켜보면서 우울한 마음이 잘못되거나 틀린 것이 아니라 슬픔이나 외로움도 당연히 느낄 수 있는 감정임을 알아주고 어머니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들이 생각하는 방법과 어머니의 방법이 다를 수 있습니다. 우울과 관련해서 많은 정보를 구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머니를 위한 마음이라는 것은 틀림없지만 원하는 방법이 맞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효과적인 상담을 위해선 당사자의 동의와 의지가 반드시 필요하며,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에 따라 변화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아들의 권유로 상담이나 프로그램에 참여를 하더라도 중간에 중단되거나 큰 효과를 느끼지 못한 것도 이러한 이유일 수 있습니다.

또한 어머니의 우울과 관련해 걱정과 불안도 높다면 아들도 상담을 받아 보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상담을 통해 우울감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고, 아들로서 역할에 대한 부분도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혼자 짊어졌던 어머니에 대한 걱정과 부담감을 덜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상황을 단기간에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상담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권유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어머니의 우울감을 낮추기 위해 아들 혼자가 아닌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함께 의논하고 실행해 보시기 바랍니다. 혼자계신 어머니를 자주 찾아뵙는다거나, 가족들이 순서를 정해 자주 전화를 드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다가오는 백중에 아버지를 위해 기도하며, 함께 행복했던 추억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필요도 있습니다. 어머니가 사는 동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나 이웃이 있다면 상황을 말씀드리고 가끔씩이라도 안부를 물을 수 있도록 해도 좋습니다. 어머니가 일상에서 혼자가 아닌 가족이나 이웃이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지를 끊임없이 보여준다면 어머니에게도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김효선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 과장 hsiris@empas.com

[1596호 / 2021년 8월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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