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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앞두고 ‘서울 진관사 태극기’ 보물 된다

  • 성보
  • 입력 2021.08.12 17:03
  • 수정 2021.08.13 20:44
  • 호수 1597
  • 댓글 2

문화재청, 8월12일 국가등록문화재서
보물로 승격 예고…태극기 지정 첫 사례
일장기에 먹으로 태극 덧씌워 조성한 후
독립신문류 19점 담아 저항의지 극대화

진관사 제공
진관사 제공

사찰이 일제강점기 중요한 독립운동 근거지였음을 증명하는 ‘서울 진관사 태극기’가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이 광복절을 사흘 앞두고 8월12일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등록문화재인 ‘서울 진관사 태극기’ ‘데니 태극기’ ‘김구 서명문 태극기’를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서울 진관사 태극기’는 2009년 5월27일 진관사 칠성각 해체·보수 공사 도중 발견됐다. 가로 89cm, 가로 70cm 크기에 태극의 직경은 32cm다. 일장기 위에 먹으로 태극 청색부분과 건·곤·감·리 4괘를 덧칠해 만든 태극기로, 일장기를 거부하고 일본에 대한 강한 저항 의지를 극대화한 표현이 담겼다. 일장기 위에 그려진 태극기로는 현재 유일한 사례다.

가로 89cm 세로 70cm 크기의 진관사 태극기. 발견 당시 ‘경고문’ ‘조선독립신문’ ‘자유신종보’ 등 독립신문류 5종 19점이 태극기에 싸여있었다.
문화재청 제공

왼쪽 윗부분 끝자락에 불에 탄 흔적이 있고 총알에 찢긴 듯한 구멍이 곳곳에 뚫려 있어 3·1운동 현장에서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 1919년 6월6일부터 12월25일 사이 발간된 신문들도 태극기에 싸여 함께 발견돼 1919년 제작됐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태극기에 담긴 신문은 ‘신대한신문’ ‘독립신문’ ‘조선독립신문’ ‘자유신종보’ ‘경고문’으로 모두 5종 19점이다.

진관사 제공
진관사 제공

특히 단재 신채호 선생이 발행한 ‘신대한신문’ 2·3호도 ‘서울 진관사 태극기’에서 최초 발견됐으며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자유신종보’도 3점이 나와 실물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상해에서 발행한 ‘독립신문’ 제30호 1면에는 ‘태극기’라는 시(詩)가 수록돼 있고, 제32호에는 ‘태극국기신설’이 게재돼 태극기 의미와 제작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또 1919년 6월1일 발행된 ‘경고문’에는 3·1운동 이후 일제의 편에 선 세력들의 타협적인 ‘자치운동’을 지적하고 민중들에게 독립운동에 적극 참여할 것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용성, 만해 스님과 더불어 일제강점기 불교계를 대표하는 독립운동가로 평가되는 백초월 스님(白初月, 1878~1944). 1986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건국포장이,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다.
용성, 만해 스님과 더불어 일제강점기 불교계를 대표하는 독립운동가로 평가되는 백초월 스님(白初月, 1878~1944). 1986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건국포장이,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다. 2014년에는 독립기념관과 국가보훈처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6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됐다.

동시에 ‘서울 진관사 태극기’는 사찰이 일제강점기 중요한 독립운동 근거지였음을 증명한다. 조성자는 백초월 스님(白初月, 1878~1944)으로 추정된다. 20대 후반에 강백을 역임할 정도로 교학에 밝았던 초월 스님은 3·1운동이 일어나자 일제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불교계 독립운동을 진두지휘했다. 

당시 스님은 진관사와 진관사 마포포교당을 근거지로 삼아 전국 사찰을 왕래하며 항일운동을 전개했다. 또 진관사에서 보살계 법회를 열어 군자금을 모금, 제2의 3·1운동을 추진하고 임정의 독립신문과 비밀 지하신문을 배포했다. 임시정부와의 연락망을 만들고 만해·용성 스님 등 불교계 항일인사 활동을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1939년 용산 철도국 노동자 박수남이 용산역에서 만주로 가는 군용열차에 ‘대한독립만세’를 적은 사건에 함께 연루돼 일제 경찰에 체포, 3년간 구속당했다. 출옥 이후로도 임정에 군자금을 보내다 다시 체포돼 서대문형무소·대전형무소·청주형무소 등으로 이감되다가 1944년 6월 청주형무소에서 순국했다.

태극기가 발견된 진관사 칠성각(서울시 문화재자료). 진관사 제공
태극기가 발견된 진관사 칠성각(서울시 문화재자료). 진관사 제공

태극기가 보물로 지정 예고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보물은 보통 제작, 형성된 지 100년이 넘은 유물을 대상으로 하기에 근현대 중요 문화유산은 대부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다. ‘서울 진관사 태극기’도 2010년 2월25일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진관사 태극기는 불교계 다양한 계층에서 주도했던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양상을 상세히 보여주고, 표현기법으로 항일 정신을 강력하고 생생하게 담고 있다”면서 “함께 발견된 독립신문류를 통해 태극기 변천사와 그 의미까지 밝히고 있어 역사, 학술적으로 매우 귀중한 자료이기에 보물로 승격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597호 / 2021년 8월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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