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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 속에 다 들어있다” 고산 스님 생생한 사자후 

  • 불서
  • 입력 2021.11.08 13:45
  • 호수 1608
  • 댓글 0

조계사·석왕사서 신도 대상 강의 
단어·어감까지 오롯이 살려 수록
직역·해석에 어록·예화 인용한 설명
현대인들에게 쉬운 ‘금강경' 제시

금강경오가해 강의
고산 스님 지음 / 도서출판반야샘
전7권 / 각 권 2만5000원

올해 3월23일 원적에 든 고산 스님. 사진은 반야샘에서 출간한 ‘고산큰스님’ 수록. 
올해 3월23일 원적에 든 고산 스님. 사진은 반야샘에서 출간한 ‘고산큰스님’ 수록. 

“이 경을 이지수행함으로 해서 부처님도 되고, 조사도 되고, 선지식도 되고, 이 경을 이지수행함으로 해서 행복도 찾고, 부귀공명도 찾고, 모든 시비, 선악에서 헤어나와서, 일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도리를 다 성취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한 것입니다.”

고산 스님 목소리는 지금도 생생하다. “삼세제불 역대조사가 다 이 경으로부터 출연했다”며 ‘금강경오가해’ 강석을 펼치던 고승의 목소리가 지면 위에 고여 글을 타고 흐르더니 책장을 박차고 독자에게 달려간다. 그 생생한 목소리에 다시 강석이 열린 듯하다. 

올해 3월23일 쌍계사에서 법납 74세, 세수 88세로 원적에 든 고산 스님이 생전에 펼쳤던 ‘금강경오가해 강의’가 책으로 출간됐다. 조계사 주지 소임을 맡았던 1971, 1972, 1973년의 법문과 1990~2000년도까지 부천 석왕사에서 신도들에게 강의한 내용이다. 

‘금강경오가해 강의’
‘금강경오가해 강의’

쌍계총림 쌍계사와 고산문화재단은 11월7일 쌍계사에서 ‘금강경오가해 강의’ 출간 봉정 고불법회를 봉행했다. 2016년부터 고산 스님이 평생 강의한 경전, 율장, 선어록, 법문 등을 정리해 간행하고 있는 쌍계총림신서의 일곱 번째 결실이다. 특히 이번 책은 조계종 총무원장과 전계대화상, 쌍계총림 방장을 역임하며 평생 전법과 교화, 수행에 전념해온 고산 스님이 대중을 위해 조계종의 소의경전인 ‘금강경’을 강의하던 생생한 현장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수행과 전법이 한 길을 걸었던 스님의 행적을 담아낸 또 하나의 거울과도 같다. 책에서 고산 스님은 “부처님의 팔만사천 법문의 골수가 ‘금강경’”이라는 한 마디로 이 경전의 중요성을 정의했다. 

‘금강경오가해’는 육조혜능선사, 규봉종밀선사, 야부도천선사, 쌍림부대사, 예장종경선사가 ‘금강경’을 해석한 내용을 모아 편찬한 ‘금강경’ 주석서다. 고산 스님은 ‘금강경오가해 강의’에서 경문뿐 아니라 다섯 수행자의 주석을 일일이 직역하고 해석했다. 여기에 역대 선사의 어록, 예화, 비유를 들어 강의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처님 가르침도 현대인들의 삶의 모습에 비추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 가르침이 오늘날까지도 현대인들에게 바르게 사는 법, 성불로 나아가는 길의 등불이 돼주는 이유다. 

“가을 달에 밝은 경계나, 봄꽃에 참 아름다운 경계 소식은, 스스로 감상해서 알아차려야 되지, 남이 좋다. 남이 어떻다고 해서는 모른다는 것입니다.” -‘금강경’의 ‘선현기청분’ 가운데 야부 스님 해석에 대한 강의 중에서.

“금강경 49년 설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부 노정기(路程記)를 이야기한 것입니다. 성불하는 목적지를 놓고 이리하여 가면 된다고 이야기를 한 것이지, 부처님께서 ‘옳지, 너는 오늘 내가 부처 만들어 주마’하며 만들어 주고, ‘너는 오늘 보살 만들어 주마’하고 보살을 만들어 주고, ‘너는 오늘 아라한 만들어 주마’하고 아라한을 만들어 주고 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금강경’의 ‘대승정종분’ 가운데 종경 스님 해석에 대한 강의 중에서.

책에는 ‘금강경오가해’ 원문과 직역에 이어 고산 스님의 강의를  구어체로 수록했다. 글은 단정하게 다듬었지만 고산 스님의 언어와 목소리는 그대로 살아있다. 단어 사이 쉼표에선 노스님의 숨결이 새어 나오고, 밭이랑 같은 문장 여백엔 대강백의 향훈이 흐른다.

“‘금강경’을 모르면 조계종 신도가 아니라는 평을 받게 된다”고 강조한 고산 스님은 “잘 사는 도리, 시비선악에서 전부 묘미를 얻어 가지고 악이 선이 될 수 있고, 자기의 불행이 행복으로 바꿔지는 도리도 있고, 아이들이 공부 잘하는 도리도 있고, 장사 잘하는 법도 있고, 전체가 이 경에 다 들어있다”며 거듭 공부하고 수행할 것을 당부했다. 그 목소리 다시 떠올리며 꼭꼭 씹어 읽는 것만으로도 사는 동안 불자의 길에서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08호 / 2021년 11월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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