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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부가 만난 불교, 다르기에 더 견고한 신앙의 길

  • 불서
  • 입력 2022.01.24 14:26
  • 호수 1618
  • 댓글 0

불교수행자들 만나 수년간 위빠사나·선수행 직접 체험하며 
틱낫한 스님과 에크하르트 신부의 가르침·수행법 비교·실천
종교 간 대화가 영적 실천·신심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 확신

지금 이 순간에 대한 탐구, 깨어있음
브라이언 피어스 지음  / 박문성 옮김
불광출판사 / 464쪽 / 2만2000원

21세기 세계적 불교지도자로 손꼽히는 틱낫한 스님(왼쪽 사진)과 13세기 독일의 로마가톨릭 신부이자 신비주의자였던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마음을 발견하고 순간순간에 집중하는 저자의 수행 모습은 진정한 종교간 대화가 어디에서 출발하는 지를 보여준다. 
21세기 세계적 불교지도자로 손꼽히는 틱낫한 스님(왼쪽 사진)과 13세기 독일의 로마가톨릭 신부이자 신비주의자였던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마음을 발견하고 순간순간에 집중하는 저자의 수행 모습은 진정한 종교간 대화가 어디에서 출발하는 지를 보여준다. 

저자 브라이언 피어스는 도니미코 수도회 소속 신부다.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제도의 도미니코 가족수도회의 성소 담당자이자 도미니코 관상수녀회 총장의 지도신부이기도 했다. 기독교 신앙서도 집필했다. 

책의 역자 또한 가톨릭 신부다. 박문성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1995년 사제 서품을 받고 가톨릭대학교 동양철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가톨릭 신부가 집필하고 번역한 책이 불교전문출판사인 불광출판사에서 출간된 것 만으로도 이 책은 적지 않은 화제가 됐다.

그 호기심과 의문에 대해 비교종교학의 권위자인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학 비교종교학 명예교수는 다음과 같이 답한다. “종교 간 대화를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실상사 회주 도법 스님은 한 술 더 거든다. “교진여가 깊이 이해하고 공감했을 때, 붓다께서 환호하며 감격스러워했다. 붓다를 그토록 환호하게 만든 기적은 종교 간의 만남과 대화였다.” 

브라이언 피어스 신부는 가톨릭과 불교, 두 종교의 영적인 생각과 지혜를 하나로 묶는데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스스로가 위빠사나 수행에 참여하고 불교수행자들을 만나 가르침을 들었다. 그리고 2005년 출간한 이 책을 통해 종교 간 대화가 서로의 영적 실천을 더 풍부하게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역자인 박문성 신부 또한 한국인이 가진 종교적 심성의 뿌리를 이해하고자 1998년 동국대 인도철학과에 편입해 2007년 ‘깨달음 달의 출현의 해탈관 연구’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또한 같은 해부터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 간 대화위원회 위원으로서 종교 간 대화에 참여해 왔으며, 2019년부터는 동 위원회에서 총무를 맡고 있다. 불교경전 연구에 필수인 산스크리트어 문법서 ‘산스크리트어 통사론’을 번역하기도 했다. 무려 15년이나 번역에 매달린 ‘산스크리트어 통사론’은 타 종교의 언어를 이해함으로써 서로의 진리를 평화롭게 나눌 수 있다는 박 신부의 신념을 엿볼 수 있는 결실이다.

이 책은 분명 종교 간 대화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책에서는 종교 간 대화의 목적이 서로의 종교에 대한 단순한 이해에 있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한다. 

저자는 “나는 예수의 제자 신분, 즉 그리스도인으로서 종교 간 대화에 참여해 왔다.…불교 전통이 보여주는 지혜를 매우 존중한다. 그러나 나의 모든 고찰은 언제나 그리스도인의 관점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쓰는 첫째 이유는 내가 맛본 기쁨을 그리스도교의 많은 형제자매도 체험하길 바라기 때문이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고 덧붙인다. “여러 해 동안 나는 불교 영성 관련 경전을 읽고 선불교 전통의 명상수련에 참여했다. 그것은 나의 그리스도교 신앙의 뿌리에 물을 주는 지하수와 같다.”

역자 또한 다르지 않다. “종교 간 대화는 서로가 같음이 아닌,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한다. 종교 간 대화가 유익하려면 서로가 얼마나 같은가를 논하기보다는 서로 얼마나 다른가를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이러한 출발은 책의 첫 장을 펼치는 독자들, 특히 불자들의 기대와 관심을 당혹스럽게 만들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두 종교의 공통점을 발견하겠다는 욕심을 잠시 접어 둔다면 책은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13세기 독일의 로마가톨릭 신부이자 신비주의자였던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와 21세기 세계적인 불교지도자로 손꼽히는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을 통해 마음을 발견하는 길, 순간순간에 집중하며 깨어있는 삶이 진정한 행복으로 다가가는 길임을 보여준다. 물론 저자에게 그 길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신앙의 뿌리에 물을 주는 것과 같은 기쁨이다. 

그러나 에크하르트가 주장한 ‘민첩한 의식’ ‘잠든 사람은 하느님을 만날 수 없다’는 가르침이 지금 이 순간의 ‘마음챙김’이자 ‘깨어있음’이라는 불교의 수행과 다를 바 없음을 스스로 수행하며 발견해 나가는 저자의 수행과정은 불교수행자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오랜 좌선으로 몸이 뒤틀릴 듯 고통스럽던 순간 불연듯 마음가득 차오른 자비와 연민을 경험하며 ‘깊이 들여다보기’를 행할 때 비로소 하느님의 빛으로 이웃을 볼 수 있게 됨을 체화하는 모습은 이 책에서 독자가 발견해야 할 진짜 보석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다른 종교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서로의 공통점을 찾을 필요는 없다. 비록 자신의 종교에 대한 신앙의 뿌리를 키우는 방편으로 사용한다 해도 그 과정에서 타인의 종교를 존중하고 오래, 깊이 바라보기 위한 마음의 준비만 되어 있으면 충분하다.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그 시간이 서로의 종교에 대한 이해와 사랑, 존경의 마음을 키우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18호 / 2022년 1월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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