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직할교구를 제외한 사찰이 내부 전각을 신축, 이전, 철거할 경우 총무원장 승인 없이 관할 교구본사의 승인만 득하면 가능하도록 한 사찰부동산관리법 개정안이 논란 끝에 이월됐다. 개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총무원장 원행 스님까지 본회의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중앙종회는 3월28일 224회 임시회를 열어 사찰부동산관리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장시간 논의한 끝에 “총무원 집행부, 교구본사주지협의회, 중앙종회 3자가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합리적인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하고, 개정안이 처리될 때까지 총무원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 신축, 이전, 철거불사를 진행한 사찰에 대한 징계를 보류한다”는 조건을 달아 이월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에 대해 총무원 집행부도 동의하면서 사찰부동산관리법은 차기 회의로 이월됐다.
종헌특위가 제안한 사찰부동산관리법 개정안은 직할교구 이외의 사찰이 전각을 신축, 이전, 철거할 경우 현재 총무원장의 승인을 받도록 했지만, 앞으로는 관할 교구본사의 승인만 받도록 한 내용이다.
종헌특위 부위원장 만당 스님은 “현재 대다수 사찰이 전각을 신축, 이전, 철거하는 과정에서 문화재청과 지자체에 다양한 승인절차를 거친다”며 “이런 상황에서 교구본사와 총무원장의 승인까지 거쳐야 할 경우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각을 신축, 이전, 철거하는 것은 사찰재산을 처분하는 것이 아니라 형성하는 것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굳이 총무원장 승인까지 거치도록 한 것은 과도한 행정”이라며 “불사의 효율성을 높이고, 교구본사 중심제로 가기 위해서는 신축, 이전, 철거에 한해서는 교구본사의 승인만으로 간소화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정안과 관련해 본회의에서 상당한 논란이 일었다. 일부 스님들은 “현재 총무원 집행부가 승인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사를 진행한 사찰에 대해 3월31일까지 자진신고 하도록 공고한 상태”라며 “교구본사주지협의회에서도 개정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고, 총무원의 종무행정 집행에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개정안을 추후 처리하자”고 주장했다. 총무부장 삼혜 스님도 “교구본사주지협의회와 중앙종회, 총무원 집행부가 추후 충분한 논의를 진행한 뒤 개정안을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부 스님들은 “신축, 이전, 철거 때 총무원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법을 대다수 스님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사문화된 법을 가지고 총무원에서 징계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오히려 총무원에 승인받도록 한 조항을 삭제해 징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본회의에서는 개정안을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이런 가운데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이례적으로 본회의에 참석해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원행 스님은 “개정안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총무원의 승인을 거치지 않을 경우 불사과정에서 난개발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면서 “많은 스님들이 이 법에 따라 총무원에 승인을 거치고 있는데 일부 스님들만 번번이 승인절차를 거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여법한 불사를 위해 이를 제재할 필요가 있다”며 개정안 처리를 보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총무원장 스님의 보류요청에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려던 중앙종회도 한 발 물러섰다. 중앙종회는 휴회를 선언하고 개정안을 제안한 종헌특위가 법안 처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종헌특위는 속개된 회의에서 “총무원장스님의 간곡한 당부도 있었고, 개정안에 대해 이견이 있는 만큼 중앙종회와 교구본사주지협의회, 총무원 집행부가 충분한 협의를 거쳐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면서 “다만 합리적인 개정안이 마련될 때까지 총무원에서도 미승인 사찰에 대한 징계절차를 유보해 주는 조건으로 개정안을 이월하기로 했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총무부장 삼혜 스님도 종헌특위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개정안은 만장일치로 이월이 결정됐다.
중앙종회는 이어 심우 스님이 제안한 법계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법계법 개정안은 대종사(명사) 법계품수 자격이 완화돼 향후 대종사(명사) 법계품서 대상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법계위원회의 대종사(명사) 특별전형 심사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이 가결되면서 현재 법계위원회의 대종사(명사) 특별전형 심사는 매년 상·하반기로 정례화된다.

중앙종회는 또 정범 스님이 제안한 ‘청소년 출가, 단기출가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찬반 논의 끝에 휴회를 선언하고 3월29일 오전 회의를 속개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개정안에 대해 다수의 스님들이 △예비출가자에 대한 혜택이 명확하지 않은 점 △장학혜택을 주더라도 출가를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점 △행자교육을 거쳐 수계, 기본교육기관에 수학하는 등 출가교육 시스템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 등의 이유를 들어 이월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범 스님은 “출가자 감소가 심각한 상황에서 종단에서 어떤 대책이라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에 개정안을 마련했다”며 “이대로라면 통계청 인구조사에서 또 얼마나 불자 인구와 출가자 감소가 진행될 지 걱정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종회가 출가자 감소 문제에 대해 뭐라도 만들어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눈물로 호소했다. 정범 스님의 격정적인 토로에 반대를 고수하던 중앙종회의원들도 입장을 선회했다.
중앙종회의원 덕현, 설암 스님 등은 “4선의 종회의원이 출가자 감소를 걱정하며 백방으로 뛰어다니면서 만들어낸 개정안을 충분한 논의 없이 이월시켜서는 안된다”면서 “오늘 일단 휴회하고 내일 속개해 개정안을 다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결국 중앙종회도 휴회를 결정하고 3월29일 오전 10시 속개해 첫 안건으로 다루기로 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627호 / 2022년 4월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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