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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천년을 세우다’ 불사에 수희동참을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2.10.21 13:43
  • 수정 2022.10.21 13:44
  • 호수 1654
  • 댓글 1

천년 동안 쓰러진 마애불
올곧이 다시 세우는 불사
갈등 앞에 쓰러진 우리가
상생의지로 다시 서는 것

조계종이 천년 동안 쓰러져 있는 경주 남산의 열암곡 마애여래입상 바로 세우기 불사를 시작한다. 지난 9월 출범한 37대 집행부의 첫 원력 사업으로 채택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불사에 투영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10월5일 취임 법회에서도 “아름다운 민족의 문화유산을 천년이 넘도록 넘어진 채로 방치하는 것은 우리들의 부끄러움”이라며 “넘어진 천년을 일으켜 세운다면 앞으로 천년동안 국운이 창성하고 국민들은 평안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조계종총무원은 이 대작불사의 슬로건을 ‘천년을 세우다’로 제안함과 동시에 불자는 물론 국민과 함께하는 ‘범국민 원력불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앞으로 쓰러져 있는 부처님이기에 전면을 온전히 볼 수 없지만 3D스캔 모델링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복스러운 얼굴, 자비스러운 미소가 일품인 이 부처님은 이지적 풍모까지 겸한 온화한 부처님이다. 2007년 발견 당시 ‘당장 국보로 지정돼도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뛰어난 마애불상이다. 

주지하다시피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 세우기’ 불사는 36대 총무원장 원행 스님의 ‘백만원력’의 핵심 불사였다. 경주 남산 자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이고 국보‧보물로의 가치도 충분한 마애불이기에 국가 예산이 투입돼 진행될 게 분명하다. 그러함에도 전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 세우기’를 백만원력 결집불사에 포함하며 강력하게 추진했던 건 이 불사가 대중의 관심에 힘입어 하루라도 빨리 올곧이 세워져 본 모습으로 나투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조계종 교육원장 소임을 보며 원행 스님의 원력과 추진과정을 지켜본 진우 스님은 이 불사의 필요성에 크게 공감했을 것이다. 그러기에 총무원장 취임 법회에서 이 불사의 지중함을 역설했다고 본다. 앞서 언급했지만 취임법회에서 전한 “넘어진 천년을 일으켜 세운다면 앞으로 천년동안 국운이 창성하고 국민은 평안할 것”이라는 일언은 의미 깊다. 평안은 갈등이 해소될 때, 혹은 줄어갈 때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이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대 국민 원력 불사를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상생의 삶’이라고 본다. 

열암곡 마애부처님의 왼손은 가슴에 대고 오른손은 아래로 내려 손등을 보인다. 이 수인에 담긴 학술적 의미는 차치하고라도 왼쪽 심장에 손을 대고 있는 모습 그 자체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누구라도 열암곡 마애부처님을 친견한다면 ‘간절함’ ‘소원’ ‘희망’ 등을 온몸으로 느낄 것이다. 

학계는 이 마애불의 조성 시기를 8세기 말 9세기로 추정하고 있다. 7∼9세기의 신라에는 역병과 기근이 자주 들었다. 봄부터 여름까지 이어진 가뭄으로 땅이 붉게 탔고, 7월에야 비가 내렸으나 8월에 흉년이 들어 도적이 곳곳에서 일어났을 정도다. 원성왕 13년 재위(785~798) 기간에만도 거의 매해 기근, 역병, 홍수로 고통받았다고 한다. 여기에 지배층들의 권력다툼 등에 의해 그 고통은 더 가중됐다. 천년 전 그 어느 불모가 이 마애불을 조성하며 발원했고, 마애불 앞에 선 사람들도 간절하게 소원했다. ‘이 고통의 질곡에서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인간의 삶에 깊숙이 박힌 그 질곡에서 지금도 우리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최대 문제점으로 손꼽히는 계층, 이념, 노사, 지역갈등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깊어지고 있지 않은가. 갈등 해소에 나서야 할 정부나 정치권이 되레 그 갈등을 조장, 증폭시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누가 이 난제의 실마리를 풀어가야 할까?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우리 모두 함께 풀어가자’ 제안하고 있다. 

사회학자들이 짚고 있듯이 사회갈등은 ‘물질적 욕구 갈등과 가치 갈등으로 구분되고, 물질적 욕구 갈등은 다시 이해‧사실‧상호‧구조관계 등의 갈등으로 세분화’된다. 또한 가치 갈등은 이념, 종교, 문화, 가치관 등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복잡다단한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건 결국 ‘상생 의지’다. 쓰러져 있는 열암곡 마애부처님을 바로 세운다는 건 갈등 앞에 쓰러진 우리가 굳건한 상생 의지로 다시 일어선다는 걸 의미한다. 갈등이 가라앉은 평안한 나라는 자연스레 창성할 것이다. 

[1654호 / 2022년 10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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