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10월 8일부터 15일까지 미국 뉴욕을 방문해 2024년 한미 전통불교문화교류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방미는 불교를 매개로 한 한국과 미국 간의 문화교류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와 선(禪)명상의 세계화를 위한 한국불교 역할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진우 스님이 미국 동부와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한국 스님들과의 대화를 통해 한국불교의 미래를 모색하는 중요한 논의의 장을 연 것도 주목할 만하다.
방미 첫 일정은 뉴욕 9·11 메모리얼 파크에서 열린 테러 희생자 추모 행사였다. 이 자리에서 세계 평화와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한 진우 스님은 이어 미 동부지역에서 활동 중인 한국 사찰 주지스님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선 한국불교의 세계화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들이 오갔다.
현재 미국 동부에는 뉴욕을 중심으로 여러 한국 사찰이 활동 중이다. 간담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동부와 캐나다에 걸쳐 22개의 한국 사찰이 있으며 34명의 스님이 한국불교의 전통을 지키며 포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지 스님들은 수행과 전법 활동 중 겪는 어려움을 토로하며, 종단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뉴욕 대관음사 주지 고우 스님은 “행정 절차의 복잡성으로 인해 많은 스님들이 전법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로 더 많은 스님이 미국에서 포교 활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미국 동부의 스님들은 매년 부처님오신날 연합행사를 개최하고, 뉴욕 맨해튼에서 연등 행렬을 진행하며 지역 사회와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유엔에서 열리는 부처님오신날 공식 행사인 베삭 데이(Vesak Day)에도 한국을 대표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사나 활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복잡한 행정 절차와 지원 부족이 걸림돌이 되고 있어, 종단 차원의 체계적이고 간소화된 지원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스님들은 한국불교가 미국에서 더 큰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재정적 뒷받침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원불교가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한국 불교를 대표해 활동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불교가 역량 결집을 통해 미국 내에서 입지를 넓혀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 다양한 불교 전통이 자리잡은 미국에서 한국불교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선 국내 불교계의 적극적인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우 스님은 현지 스님들의 고충에 깊이 공감했다. 스님은 “한국불교가 국제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대적 과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해 선(禪)명상이 효과적인 포교 수단이 될 것이라며, 이번 방미 기간에 선명상의 가치와 세계화 필요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해외에서 활동하는 스님들의 포교 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종단 차원의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간담회에서 특히 강조된 부분은 미국에서 전법 활동을 이어가는 해외 스님들에 대한 한국불교계의 관심이었다. 이들 스님이 외국에서 전하는 한국불교의 가르침은 불교 세계화의 중요한 열쇠일 뿐 아니라, 삶의 고통에 직면해 있는 이들에게 커다란 위안을 전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현지 스님들의 어려움이 해소되고, 한국불교가 세계 무대에서 더 큰 도약을 이루길 기대한다. 한국불교는 이미 세계적으로 많은 역량과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 가능성이 실현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한국불교계에 주어진 역할이다. 지금 세계는 정치, 경제, 환경, 전쟁 등 다방면에서 위기로 치닫고 있다. 불교는 그것을 그치게 할 평화와 상생의 종교다. 지금이야말로 한국불교가 세계 속에서 더욱 큰 역할을 담당해야 할 때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748호 / 2024년 10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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