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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빈자 대사면 결단, 용서 넘어 화합 초석”

  • 교계
  • 입력 2025.03.21 15:52
  • 수정 2025.03.26 11:40
  • 호수 1770
  • 댓글 4

원로·중진·학계 목소리 이어져
“혼란한 시대에 큰 울림 될 것”
“정치적 멸빈 근절의 출발점”

‘멸빈자 사면 특별법’과 관련된 종헌 개정안 등을 다룰 조계종 중앙종회 제233회 임시회의가 3월 26일 개원을 앞둔 가운데 교계에서는 “멸빈자 사면이 단순한 징계 해제가 아니라, 승가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결단”이라는 의견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원로의장 자광 스님은 “승가는 자비문중이니 멸빈자들을 끌어안고 가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님은 2월 26일 발표한 유시를 통해 사면복권의 필요성을 처음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승가는 화합의 공동체, 화합은 승가의 생명”이라고 강조한 자광 스님은 “멸빈자들은 의발을 놓지 않고 참회와 기도로 살아왔다”며 “특별법으로 제정으로 가슴 아픈 멸빈자들의 한을 풀어주고, 이는 그들에게 해탈복을 입혀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해인사 방장 대원 스님도 “멸빈자 사면은 ‘화합’이라는 승가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길”이라는 입장에 힘을 실었다. 스님은 “당시 멸빈은 승단 내부의 의견 차이로 인한 정치적 결정이었다”며 “종법을 어긴 것이 아닌 정치적 이유로 내려진 징계에 대해 바로잡는 것은 승가의 화합을 이루고, 종단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영축총림 율주 혜남 스님은 “멸빈자 사면을 단순히 1994년 종단 개혁 당시의 상황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혜남 스님은 “30년이 지난 지금, 종단은 안정됐으며, 이제는 정치적 이유를 떠나 화합의 차원에서 사면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면이 된다고 해도 그분들이 종단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면서 “그분들이 조계종의 승려로서 남은 여생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스님은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를 지적하며 “지금 우리 사회는 극단으로 나뉘어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며 “조계종이 먼저 화합의 메시지를 실천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종헌개정 및 종법재개정특별위원회에서도 멸빈자 사면에 대한 종단적 의미가 거듭 강조됐다. 종회의원 선광 스님은 “과거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멸빈자들이 다수 발생했다”며 “이제 종단의 화합을 위해 사면을 추진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특별법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돼야 한다”며 “앞으로는 정치적 이유로 억울하게 멸빈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종헌과 종법을 엄격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회의원 만당 스님도 “이번 특별법은 범계 행위가 명확한 자들을 사면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철저한 검증을 거쳐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불합리한 멸빈을 당한 이들을 대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이를 통해 멸빈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승가의 원융화합을 이루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불교학계에서도 이번 특별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근현대불교사 권위자인 김광식 전 동국대 특임교수는 “멸빈자 징계가 내려진 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면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이제라도 종단이 화합을 강조하며 사면을 추진한다면 한국불교 현대사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1994년 종단개혁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며 “그동안 양지에서의 개혁 평가만 이루어졌지만, 그 과정에서 미진했던 부분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불교학회장을 역임한 이평래 충남대 명예교수는 “모든 것이 무상하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처럼 모든게 변화한다. 멸빈을 당한 이들은 30여 년 동안 철저히 출가자의 모습을 유지했다”고 사면에 동의를 표했다. 이어 “당시 멸빈의 근거가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면하지 않는다면 승가는 더 이상 화합을 논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율장 및 교단사 연구자인 이자랑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는 “승가의 핵심 가치는 화합”이라며 “1994년 종단개혁 당시의 멸빈자들이 지금까지도 사면되지 않았다는 것은 승가의 화합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특별법이 통과된다면, 승가는 자비심을 바탕으로 화합을 실현하는 공동체임을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이 교수는 승려법 제46조 개정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멸빈은 비구·비구니에게 부과할 수 있는 가장 가혹한 형벌이지만, 현재 승려법 제46조는 멸빈의 대상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이러한 불명확성은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거나, 자의적인 판단으로 멸빈이 남발되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멸빈자 사면 추진을 둘러싸고 “단순한 징계 해제가 아닌 승가 공동체의 화합과 정체성 회복을 위한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되면서 3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조계종은 승가 내부의 갈등을 넘어 더욱 성숙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는 분기점에 와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중앙종회가 승가의 전통적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종단의 미래를 위한 발전적 결단을 내릴 것인지 개원을 앞둔 제233회 임시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화석 기자 fossil@beopbo.com

[1770호 / 2025년 3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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