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인사 백련암 아비라 기도

"무릎-허리 통증…내 업장이 참 컸구나"

'기자가 뛰어든 불교 현장'은 신행-복지-NGO 등 다양한 분야의 교계 현장을 기자가 직접 뛰어들어 체험한 생생한 기록이다. 이번 주에는 윤우채 기자가 지난 8월 19일부터 23일까지 4박5일간 해인사 백련암 아비라 기도에 참석 예불대참회, 법신진언, 능엄주력 등을 경험했다.



백련암에 당도했을 때 해는 이미 기울고 도량엔 불이 환히 밝혀졌다. 각 전각마다엔 기도객들로 가득했다. 신분을 밝히자 원주 스님이 큰방으로 안내했다. 방안에는 수십의 사람들이 둘러 앉아 있었다. 대중공사가 열린 것이다. 두달 전부터 연락을 해 허락을 받았음에도 취재가 기도에 방해가 될지도 모르니 다시 공의를 모아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순간 난감했다. 자칫 백련암까지 와서 모든게 허사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각 전각의 입승소임자들이 의견을 주고 받았다. 다행스럽게도 모든 기도에 참여한다는 전제하에 입방이 허락됐다.



성철 스님이 전한 업장소멸법

거사들이 기도할 원통보전에서 입승을 맡고 있는 영암거사에게 기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아비라기도는 성철 스님이 한국전쟁이 지난 후 고통과 불행에 빠진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가 받는 과보는 과거생으로부터 우리가 스스로 지어온 업장의 결과"라며 업장을 참회하고 자신을 바로볼 수 있도록 전한 것에서 유래했다. 기록에는 중국 당나라 때 총림의 수행법이었다고도 한다. 또 다른 얘기도 있다. 백련암에 기도정진이 있게되면 성철 스님이 마당을 왔다 갔다 하며 정진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곤 했는데, 어느 날은 기척이 없어 한 노보살이 스님 방의 창호지 문을 뚫고 들여다보니 스님이 장궤합장 자세로 무슨 진언같은 것을 외우며 꼼짝도 안하고 있었다. 후일 기도법을 가르쳐 달라고 간청하자 "이 기도는 부처님 당시 기도법인데 너희들이 힘들어 하겠느냐?"며 요령을 일러 준 것이라 한다.

객사에도 이미 사람들이 차 있었다. 한 여름임에도 방안에 불을 지펴 바닥이 후끈후끈했다. 장시간 기도 후엔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더운 방에서 땀을 흘려야 한다. 아직 익숙해 지질 않아서인지 좀체로 잠이 오질 않았다.

멀리 적광전에서 소종소리가 울려왔다. 기도 입제일이다. 새벽예불에 이어 108참회문으로 삼백배를 올렸다. 기도 중간중간 틈나는대로 절을 해 회향일까지 3000배를 채운다는 것이었다.

기도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입제식 전까지 어느 정도 여유가 있으니 긴장을 풀라고 했다. 사시예불(입제식)이 끝나고 점심공양 시간이 됐다. 기도객이 많다보니 법당에서 잠자고 그 자리에서 공양을 펴놓고 든다. 반찬이래봐야 김치와 국과 한 두가지 소찬. 모두들 익숙하다는 듯 금방 밥그릇을 비운다.

정오가 막 지날 무렵 기도가 시작됐다. 먼저 '예불대참회문'으로 108배를 올렸다. "대자비로 중생들을 불쌍히 여겨 대희대사 베푸시어 제도 하시고..." 108참회문은 '시방의 여러 부처님께 절을 올리며 업장을 참회하고 종당엔 그 예배공덕을 모두 일체중생에 회향하겠다'는 기도문이다. 절을 끝낸 직후 장궤합장을 한 채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를 외우는 '법신진언 기도'가 이어졌다. 원통보전, 정념당에 각각 70여명, 적광전, 관음전에 각각 200여명 그 외 좌선실, 참선방 등 약 700여명의 불자들이 일제히 진언을 합송하기 시작했다. 도량은 온통 진언소리로 가득했다. 법신진언의 '옴'은 '아??오??마'의 줄임말로 우주의 생성원리를 뜻하며 진언의 머리에 둔다. '아비라 훔 캄'은 비로자나 법신을 뜻하는 글자이다. '스바하'는 회향의 의미다. 보통 진언은 해석을 하지 않는게 원칙이나 이를 한마디로 하면 '우주 삼라만상의 모든 일이 뜻대로 이루어 주소서'라 뜻을 담고 있다.



땀과 통증에 화두는 달아나고

장궤합장은 두손을 합장한 자세에서 무릎을 바닥에 붙여 세우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는 자세로 보통 수계의식에서 사용된다. 이때 땀이 흐르거나 벌이 와서 쏘아도 움직이지 말고 계속해야 공력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법당안엔 한 사람의 기도객이라도 더 받기위해 좌복을 반으로 접어 잇대어 놓고 있으니 법복은 금방 땀으로 흥건히 젖었다. 방석에 제대로 두 무릎이 자리잡히질 않아서인지 서서히 무릎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양 무릎 뿐만이 아니라 허리에도 통증이 시작됐다. 어느새 화두일념은 달아나고 말할 수 없는 아픔에 시달리게 됐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진언의 소리가 빨라졌다. 통증을 이기느라 사람들은 더욱 소리높여 진언을 외웠다. 그야말로 땀과 통증과의 전쟁이었다. 30분이 가까워지면서 통증은 극에 달했다. 5분이라도 못채우면 25분 기도가 무효라고 했다. 무릎이 아픈 것도 다 업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기도를 하면 할수록 고개를 쳐드는 건 '내 업장이 실로 지대하구나'하는 생각이 머리속을 가득 메웠다.

얼마나 흘렀을까. 죽비소리가 들려왔다. 30분간 움직이질 않아서인지 허리가 굽혀지질 않고 자세를 풀기가 어려웠다. 겨우 몸을 추스려 삼배를 하고 나서야 거동이 가능했다. 곧이어 '능엄주 독송'에 들어갔다. '능엄주'는 원래 대불정능신주(大佛頂楞嚴神呪)라 하며 '부처님 정수리에서 나온 진언'이라 한다. '능엄주'를 독송하면 온갖 죄업이 소멸되고 청정한 본래의 자기로 돌아간다고 해서 스님들의 일과 중에도 능엄주 독송이 들어간다.

독송을 하노라니 30분 법신진언에서 느꼈던 통증이 잦아 들었다. 사람들은 능숙하게 능엄주를 읽어 내려갔다. 1편 독송에 7분을 주는데 아무리 빨리 읽어도 속도를 맞추기가 어려웠다. 이렇게 해서 1시간 남짓한 기도의 한 회가 끝났다. 휴식은 30분 정도. 입제일은 저녁공양 전까지 5회를 한다. 둘째날과 셋째날에는 8회씩, 회향일엔 3회, 모두 24회를 하게된다. 기도 횟수를 거듭하면서 어느정도 통증에 익숙해지고 법신진언도 음률에 맞춰 외워졌지만 예불과 공양 시간을 빼고는 온종일 기도를 하기란 여간 고된게 아니었다. 아비라기도를 하기 위해선 인연복도 있어야겠지만 신심과 발심이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비라 기도에 참석한 사람들

이번 아비라기도에 참가한 기도객들의 대부분은 보살들이고 거사(학생 포함)들은 70여명, 그외 어린이들도 10여명 정도 있었다. 대체적으로 신행생활을 오래한 사람들이었고, 수십년간 아비라기도에 참여한 사람들도 있었다. 방학을 이용해 자녀들과 동행한 신도들도 여럿 있었다.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기도가 철저히 재가자가 주도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십년이 넘게 기도에 참석했다는 최원석 씨는 "아비라기도를 경험한 사람은 꼭 다시 찾게 된다"며 "기도를 하면 어떤 난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온 김경구 씨는 "이번이 처음이라서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정화되는 느낌"이라며 "다음엔 온식구와 같이 오겠다"고 말했다.

정이영 진주고 교사는 "기도를 해보니 교육적으로도 큰 효과가 있을 것아서 두 아들과 함께 왔다"며 "전교생에게 아비라기도를 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참가자 중 나이가 가장 어린 송권용(7세) 어린이는 "조금 힘들지만 형이 잘 가르쳐 줘 재미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조근봉 백련 거사림회 회장은 "아비라기도는 업장을 소멸하고 온갖 장애를 없애준다"며 "개인적으로 기도를 통해 병마를 물리쳤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또 워낙 청정하고 큰 기도이기 때문에 언설하기 어렵다며 실제로 참여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비라 기도 봉행 도량

백련암(연 4회)/경남 합천 055-932-7300

길상선사/경남 산청 055-973-6861

정안사/서울시 동작구 02-523-8088

정혜사/대구시 남구 053-624-9852

정인사/마산시 회원구 055-256-5450

정심사/경기도 하남시 031-791-7732

정수사/부산시 중구 051-241-4026



윤우채 기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