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원로의원이자 불화, 동양화, 서예, 도예 등 전통예술 분야에서 두루 일가를 이룬 성파 스님이 이번에는 옻칠로 제작한 민화작품을 선보인다.
원로의원 성파 스님 옻칠 민화전
10월15~21일까지 한국미술관서
옻칠로 그린 민화 200여점 전시
“민화의 뿌리 불화에서 비롯돼
불교문화로 수용하는 계기되길”
10월15~21일까지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열리는 ‘성파 스님 옻칠 민화전’은 옻칠로 제작된 회화작품이라는 희소성 외에도 민화와 불화와의 관계를 밝히는 특별한 의미가 함축된 자리다.
이번 전시회를 준비한 성파 스님은 지난해 5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옻칠 불화전’을 개최한바 있다. 당시 스님은 옻칠이 뿜어내는 묵직한 무게감의 색채를 통해 불화의 장엄함을 더욱 끌어올리며 옻칠 회화 작품의 우수성을 선보였다. 이에 앞서 2009년부터 옻염색전, 칠화전 등 다양한 소재에 옻을 접목한 전시회를 잇달아 개최하며 옻의 우수성을 알리는 동시에 예술분야에서 옻의 다양한 활용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옻을 활용해 민화 작품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세간의 주목을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민화는 조선 후기 등장한 회화로 서민들의 생활 모습이나 민간 전설 등의 소재를 전문가가 아닌 무명의 민중들이 그린 그림으로만 여겨져 왔다. 민화에 대한 이러한 시각은 ‘민화=비전문가의 작품’이라는 등식을 형성하며 예술성이나 완성도 또한 평가절하 시키는 풍토를 불러온 것. 그러나 성파 스님은 “민화의 뿌리는 불교에 있다”며 “민화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불식 시키고자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고 단언했다. 성파 스님은 “민화는 지금으로부터 180여 년 전인 조선 말기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그 당시 제작된 민화의 수준이나 소재, 색채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볼 때 그림을 전혀 배우지 않았거나 다루지 않았던 일반 민중이 그렸다고 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과 일정한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당시 시대상에 비추어 “조선 말기 정치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위기 속에서 사찰에서 불화 제작이나 단청 등의 대규모 불사가 일어나기 힘들어졌으며 이에 따라 불화와 단청을 그리던 화공들이 민간으로 눈을 돌리며 민중의 눈높이와 수요에 맞는 민화를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당시 민화의 소재로 자주 사용된 호랑이, 연꽃, 모란, 용 등의 문양이 모두 불화와 사찰 벽화 등에서 즐겨 사용되던 소재들이라는 점이 이러한 연관성을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민화에서 벽사의 의미로 즐겨 등장하는 호랑이 그림은 사찰의 산신각에 등장하는 친근하고 익살스러운 모습 그대로 수용됐으며 책가도 등도 스님들의 진영에서 그 원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일광의 삼족오와 월광의 방아 찧는 토끼를 비롯해 거북이, 물고기 등 수많은 소재들이 불단이나 사찰 벽화 등에 등장하는 소재들로, 이는 불교에서 비롯된 문화와 예술성이 그대로 민중문화, 민중불교로 표출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성파 스님은 “이렇듯 민화는 불교와 밀접한 우리의 민족문화인 만큼 이제는 불교계에서 불교미술과 민화와의 연관성을 심도 있게 연구해 불교예술의 영역으로 끌어 안는 동시에 불교미술의 영역을 넓혀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스님이 직접 제작한 ‘호랑이도’를 비롯해 꽃과 나비, 책과 새 등이 함께 등장하는 ‘혼성도’ 등 다양한 민화 작품 200여 점이 전시된다. 02)720-1161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263호 / 2014년 10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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