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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나’라는 빗장 열어 매화향기 얻으리라

조계종부산연합회, 을미년 재가 동안거 수행 입재

▲ 혹한의 겨울 3개월간 재가불자 2000여명이 수행으로 안거에 든다. 입재법회에서는 ‘금강경’을 독송하고 108배를 했으며, 참선이 이어졌다.

다시 결제다. 바랑 메고 산문을 들어선 스님들이 혹한의 겨울 3개월 동안 오직 수행에 몰입하는 기간이다. 동안거 시작을 알리는 결계의 시간, 그래서 결제일의 법당에는 차가운 공기 속에 뜨거운 열기가 흐른다. 그 비장함이 흐르는 공기를 산중 선방이 아닌 도심포교도량에서 마셨다.

11월20일 부산 홍법사서 입재
사찰 30곳·단체서 500여명 참석
‘금강경’ 독송·참회 108배 정진

재가안거 총 동참자 2000여명
3개월간 절·참선·염불 등 수행
수행록으로 스스로 점검 가능
반결제 점검·해제엔 체험 나눔

동안거 결제 6일을 앞둔 11월20일, 점심공양 시간이 지난 부산 홍법사에 불자들이 모여 들었다. 매끈한 법복을 갖춰 입은 불자부터 정장을 입은 부부까지 다양한 연령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화보다는 좌복 위에 놓인 ‘금강경’에 눈길과 손길을 보냈다.

 
이들은 홍법사 불자들만이 아니었다. 해인정사, 선암사, 영주암, 관음사, 가야사, 동명불원, 여래사, 김해 바라밀선원…. 대웅전 안이 30여 사찰과 신행단체에서 온 500여명의 사람들로 가득 찰 즈음, 이번에는 각 사찰의 주지스님들이 불단 가까운 위치에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스님들도 손에 ‘금강경’을 들었다. 조계종 소의경전인 ‘금강경’ 독송이 법당에서 장엄하게 공명했다. 대한불교조계종부산연합회(회장 수진 스님)의 을미년 재가 동안거 수행의 입재를 알리는 순간, 공기는 결제를 앞둔 선방처럼 맑고 비장했다. 20여분이 흘렀을까. 독송이 끝나고 침묵의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진행을 맡은 조계종부산연합회 문화국장 주석 스님이 재가안거 수행에 대해 짧은 소개를 이어갔다.

“안거는 꼭 스님들의 전유물이 아니지요.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재가안거는 바로 여러분과 같은 불자들이 각 가정에서 자신감 있는, 아니면 꼭 해보고 싶었던 수행법을 3개월 동안이라도 매일 꾸준히 실천하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금강경’ 독송을 해도 좋고 절, 참선, 염불 어떤 수행도 좋습니다. 여러분의 수행을 돕기 위해서 여기 많은 스님들도 계십니다. 이제 여러분과 함께 동안거를 출발하기 전에 그 동안 알게 모르게 지어온 업을 참회하는 수행을 하겠습니다.”

▲ 108배를 다같이 수행한 것은 이번 동안거가 처음이다.

‘금강경’ 독송에 이어 이번에는 ‘나를 깨우는 108배’가 이어졌다. 법당 앞쪽에 갈색 단복을 입은 포교사들이 있었다. 이번 동안거부터 사찰단위뿐 아니라 조계종 신행단체의 접수도 받은 덕분이다. 조계종 포교사단 부산지역단, 범어사 일요법회팀 등이 재가안거 수행에 동참 의사를 밝혔다.

범어사 일요법회팀 소속 최병호 거사는 올해 처음 재가안거 수행에 동참한다. 최 거사는 “매주 한 차례씩 절에 가고 법문도 듣지만 수행을 꾸준히 해보는 것은 처음”이라며 “신묘장구대다라니 49독을 매일 수행할 예정이다. 하루 1시간 평소 저녁에 TV를 보던 시간을 줄이고 다라니를 펼칠 것이다.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기대되고 즐겁다”고 밝혔다.

한 배 한 배가 거듭되면서 108배가 끝이 났다. 지난 하안거까지 ‘금강경’ 독송만 함께했다면 108배를 다같이 수행한 것은 이번 동안거가 처음이었다. 108배는 매주 금요일마다 조찬 회의를 하면서 재가안거 수행의 입재법회를 기획하고 점검해 온 조계종부산연합회 실무스님들의 뜻이 모여 반영됐다. 스님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108배를 마치자마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법당 곳곳 땀방울 맺힌 얼굴마다 미소 꽃이 피었다.

▲ 수진 스님이 재가안거 입재법어를 했다.

▲ 안거 동참자들이 법어를 메모하고 있다.

열정을 다한 정진이 끝난 뒤, 본격적으로 입재법석이 시작됐다. 조계종부산연합회 회장단 스님들이 법당 앞쪽에 일렬로 좌복을 펼치고 앉았다. 죽비 소리에 맞춰 짧게나마 좌선이 이어졌다. 노보살들도 허리를 곧게 세우고 두 손을 마주한 채 미간을 부드럽게 열었다. 을미년 재가 동안거 수행을 당부하는 입재법어는 조계종부산연합회장 수진 스님이 맡았다. 스님은 ‘회광반조(廻光返照)’를 주제로 선 법문을 풀어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버릇이 있다. 중요한 사실은 자기에게 일어나는 모든 문제는 자신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언급한 스님은 “나의 가슴을 향해서 진하게 사무치게 비추는 것이 결제이다. 오늘부터 90일 동안 다시 생각을 가다듬어서 회광반조하며 후회 없는 삶을 이어가길 바란다. 그렇게 해서 여러분들의 전신에서 행복의 빛살이 넘쳐나길 바란다”고 정진을 강조했다.

수진 스님의 법어처럼 실제 조계종부산연합회의 재가안거를 계기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불자들이 늘어났다. 윤경숙(57, 법운화) 보살은 특정 사찰이나 신행단체 소속이 아닌 개인이 자발적으로 재가안거 수행을 신청해 이번이 두 번째 안거를 맞이한다.

 
윤 보살은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조계종부산연합회의 재가안거 안내문을 접하게 되었다. 평소 나 자신을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고 원하던 기회라는 생각에 신청을 하게 되었다”며 “매일 잠들기 전 수행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지만 어쩌면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잠들기 전까지가 모두가 수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수행 후 변화된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조계종부산연합회 사무국장 정관 스님께서 나처럼 개인적으로 신청한 사람들을 점검해 주신다. 보내주시는 문자메시지에 때로는 놓고 있던 마음을 챙기고 때로는 새로운 환희심을 경험하기도 한다. 스님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법문이 끝나면 으레 이어지는 석가모니불 정근도 재가 동안거 입재법회에서는 중요한 수행 중 하나다. 두 눈을 크게 뜨고 누구보다 큰 소리로 정근을 이어가는 불자들의 공성에 끝내기가 아쉬울 정도였다. 법회가 끝날 즈음, 불자들의 손에는 저마다 수행록이 한 권씩 들려 있었다. 조계종부산연합회에서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이 수행록에는 3개월 동안 매일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수행점검표가 실려 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기도문과 함께 선행을 당부하는 글도 담겼다.

 
목종 스님은 “수행을 할 때 자비심을 내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가족을 위해 이웃을 위해 도반을 위해 사회를 위해 환경을 위해 웃음을 나누고 보시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것 모두 선행이 될 수 있다. 삶 속에서 실천하는 작은 선행들이 재가불자들의 수행하는 삶을 더욱 풍성하게 가꾸어 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날 입재식에 이어 스님들의 반결제, 해제일을 전후해 조계종부산연합회도 반결제 법회와 해제법회를 봉행할 예정이다. 반결제 법회 때는 불자들이 서로의 수행담을 공유하고 점검하는 기회가, 해제 때는 체험기를 나누며 지속적인 수행을 발원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이 같은 합동법회가 다소 소극적이거나 나태해진 불자들에게 용기를 주고 수행을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동안 재가안거 수행뿐만 아니라 안거 이외의 기간에도 꾸준히 선 수행을 이어 온 대광명사 입승반 심영희(59, 진희) 보살은 “재가불자들이 안거수행을 하는 이유는 곧 일상 속에서 항상 수행하는 삶을 이어가기 위한 기반을 다지기 위함”이라며 “많은 분들이 재가안거 수행을 계기로 매일매일 어디에서든 변함없이 수행을 이어가는 불자가 되길 바란다. 수행하는 삶을 만드는 초석이 바로 재가안거”라고 강조했다.
사찰 및 신행단체 30여곳. 동참 재가불자 2000명. 3개월 뒤 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다시 서로를 마주하게 될까. 대웅전 삼존불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는 불자들을 향해 홍법사 부처님은 지긋한 미소로 응원의 박수를 보내었으리라.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321호 / 2015년 12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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