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서 홀대받은 국보 반가사유상

  • 만다라
  • 입력 2016.05.24 11:34
  • 수정 2016.05.24 17:11
  • 댓글 19

국립중앙박물관, 한일 국보 기획전서
일본 주구지 반가상엔 헌다·헌화 허용
“국보78호는 국가소유문화재 이유 불가”

▲ 통제선 앞에 일본 불교계의 의식 진행을 취재하기 위해 몰린 기자들의 포토라인이 형성돼 사실상 금동반가사유상은 행사장 밖으로 밀려난 모양새였다. 사진제공 본각 스님
국립중앙박물관이 개최한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 특별전에서 국보 78호 금동반가사유상에 대한 헌다의식이 주최 측의 불허로 무산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특히 함께 전시된 일본 국보 주구지(中宮寺) 목조반가사유상에 대한 일본 불교계의 헌다와 헌화 의식 등은 허용해 우리나라의 국보 반가사유상이 국내에서조차 홀대당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5월23일부터 6월12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 열리고 있는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 기획특별전은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국립중앙박물관이 기획한 특별전이다. 한일 양국의 고대 불교조각을 대표하는 우리나라의 국보 78호 금동반가사유상(이하 금동반가상)과 일본의 국보 주구지 소장 목조반가사유상(이하 목조반가상)을 한 자리에서 전시하는 이번 특별전의 취지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고대 한일 문화교류의 산물인 두 반가사유상의 만남이 양국의 관계에 있어 새로운 미래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의 행보는 이러한 취지를 무색케 했다. 일본 주구지 측은 이달 초 목조반가상을 한국으로 이운한 후 불상을 봉안하는 개안식 봉행을 기획하며 나란히 전시되는 우리나라의 금동반가상에 대해서도 함께 헌다 의식 등을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이 같은 제안은 일본 교토에 위치한 중세비구니사연구소를 통해 평소 교류가 있던 조은수 서울대 철학과 교수에게 전달됐다.

일본 불교계의 요청을 전달받은 조 교수는 중앙승가대 비구니연구소장 본각 스님 등과 함께 금동반가상에 대한 헌다의식 등의 진행을 기획했다. 조 교수는 “당시 일본 주구지는 목조반가상에 대한 개안의식 진행을 국립중앙박물관 측에 통보한 상태였다”며 “일본 측의 제안으로 우리나라 불교계의 헌다 의식 등이 포함된 최종계획서를 행사 1주일 전 국립중앙박물관에 제출했지만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난색을 표하며 ‘어떤 형태의 종교의식도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전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일본 목조반가상은 주구지 소장으로 주구지 측이 진행하는 의식은 무관하지만 금동반가상은 국가지정문화재이고 국가소유물인 만큼 특정 종교 의식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했다. 조 교수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금동반가상을 예배의 대상이 아닌 정부 소유의 문화재로만 인식해 양국 문화 교류의 계기라는 본래의 취지를 퇴색시킨 것”이라며 “문화재와 문화를 바라보는 편협한 인식이 부른 안타까운 결과”라고 지적했다.

▲ 일본 주구지 측이 일본 목조반가사유상 앞에서 ‘반야심경’ 독송과 헌다 및 헌화 의식 등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 본각 스님
5월23일 열린 개막식에 앞서 오후 2시부터 일본 주구지 측이 진행한 개안의식은 목조반가사유상을 이운해 온 20여명의 일본 스님들과 다도 전문가들까지 참석한 가운데 ‘반야심경’ 독송에 이어 헌다 및 헌화 등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 같은 일본 불교계의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맞은편에 전시돼 있던 국보 78호 금동반가사유상 앞에는 접근을 막는 통제선이 설치됐다. 통제선 앞에는 일본 불교계의 의식 진행을 취재하기 위해 몰린 기자들의 포토라인이 형성돼 사실상 금동반가사유상은 행사장 밖으로 밀려난 모양새였다.

이와 관련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일본 측 불교의식은 애초 대여의 조건이었고 불상이 사찰에 모셔진 신앙의 대상”이라며 “한국의 불상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유의 문화재로 특정종교의식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데다 불교의식을 요청한 곳도 조계종 등 대표성을 띤 기관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본 목조반가상이 예배의 대상으로서 여법한 예우를 받은 것에 비해 우리나라의 금동반가상은 한낱 들러리 전시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본각 스님은 “양국 부처님을 한 자리서 전시함으로써 문화 교류의 역사를 되짚어본다고 기획된 자리에서 일본 불상에 대한 헌다와 환화 등은 허용하면서 우리나라 불상 앞에는 접근금지선을 쳐 놓고 참석자들로 하여금 등을 돌려 서게 만든 꼴”이라며 “한일우호와 세계 평화를 기원하며 양국의 스님들이 함께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자고 제안했던 일본 불교계 관계자들 앞에서 우리나라의 불교와 문화재에 대한 편협한 인식을 드러낸 부끄럽기 그지없는 자리였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전시가 마무리된 뒤 금동반가상은 일본으로 이운돼 6월21일~7월10일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미소의 부처님-2구의 반가사유상’에 전시된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345호 / 2016년 6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