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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역사가 공유한 불교, 단절된 마음도 이어주길”

  • 교계
  • 입력 2016.06.24 21:16
  • 수정 2016.06.24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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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행단과 주구지 주지 히노니시(가운데) 스님.

일본 이운법회봉행단 초청한
주구지 주지 히노니시 스님
“양국 반가상 함께 모시니
부모 뵙는 듯 환희심 일어”
범패·작법 예불한 봉행단에
전통다례·사찰음식으로 공양

“양국의 반가사유상을 모시고 예경 올리는 순간 마치 부모님을 한 자리에서 뵈는 듯 환희로웠습니다. 백제 불교가 일본에 전래되었기에 일본불교가 꽃피울 수 있었고 그 역사로 인해 부처님 가르침 안에서 한 평생 행복한 불제자로 살았습니다. 오늘 한국의 비구니스님들을 일본으로 모신 것은 감사의 표시이자 한 뿌리인 한일 비구니스님들이 더욱 가깝고 친밀한 유대를 맺어 불교발전에 함께 노력하길 바라는 뜻입니다.”
86세 노비구니 스님의 당부에 한국 비구니스님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일본 나라현에 위치한 주구지 주지 히노니시 스님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공항까지 마중 나와 한국비구니스님들을 전송했다. 산회가로 헤어짐의 아쉬움을 전하는 동안 양국 비구니스님들은 언어의 벽을 넘어 부처님 가르침에서 피어난 한 송이 꽃임을 마음으로 확인했다.

▲ 주구지 본당에서 예불을 봉행했다.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도쿄국립박물관 특별전 ‘미소의 부처님-두 반가사유상’에 출품된 국보 78호 금동반가사유상 이운법회를 봉행한 ‘대한불교조계종 국보 금동반가사유상 일본 이운법회 봉행단(단장 본각 스님. 이하 봉행단)’은 6월23일 일본 나라현에 위치한 주구지를 방문, 한일비구니교류의 새로운 물꼬를 텄다. 봉행단을 구성한 10명의 비구니스님들은 일본 비구니사찰의 정갈함과 동시에 손님을 맞이하는 정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히노니시 스님은 방문단이 일본에 머무는 동안 매일 방문단을 찾아와 저녁공양을 함께하는 등 각별한 마음을 표시했다. 마지막 날인 23일에는 주구지로 초청, 일본 비구니사찰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 범패와 작법무, 칠정례 등으로 예불을 봉행했다.

주구지에 도착한 방문단은 범패와 작법무, 칠정례로 예불했다. 중요무형문화재 50호 영산재 이수자 동환 스님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양국 스님들이 한마음으로 예불할 수 있었다”며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따뜻하게 맞아주는 일본 비구니스님들의 맑은 마음이 전해져 깊은 감명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주구지 전통 다맥을 계승하고 있는 히노니시 스님은 일본 특유의 말차와 다식을 선보이고, 법회 후에는 전통사찰요리를 공양했다. 또 사찰 경내를 직접 안내하며 일본 사찰의 구조와 생활 방식도 설명했다. 지구지는 6세기 일본 불교를 중흥시킨 쇼토쿠태자(聖德太子)가 어머니를 위해 창건한 사찰이다. 쇼토쿠태자는 고구려 혜자 스님과 백제 혜총 스님으로부터 불교를 배웠으며 주구지는 쇼토쿠태자가 창건한 7개 사찰 중 유일한 비구니사찰이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주구지는 히노니시 스님이 30여 년 전 주지를 맡으며 사격을 일신시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히노니시 스님은 “한일 양국은 정치·정서적 차이로 인해 수시로 불편한 관계에 처하지만 불교는 함께 공유하고 있는 종교이며 문화”라며 “불교가 양국민의 단절된 마음을 이어주는 끈이자 소통하는 창구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본각 스님은 양국의 평화와 비구니 교류의 확대를 발원했다.

봉행단에 동참한 전국비구니회 문화부장 혜연 스님은 “한일수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하는 중요한 자리에 한국비구니가 민간사절단의 역할을 하게 돼 매우 자랑스럽고 뜻 깊다”며 “이번 만남을 계기로 해외 교류 및 포교 일선에서 활동하는 비구니스님들이 더욱 많아질 수 있도록  전국비구니회의 번역, 통역 전문가 양성교육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다짐했다.

중앙승가대수행관장 오인 스님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불교문화는 수많은 교류를 통해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한 만큼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며 “주구지가 보여준 따뜻한 마음과 정성 속에서 오랜 친구를 대하는 정감이 전해지는 것은 역사의 공유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이며 우리 또한 보다 열린 자세로 일본불교를 접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봉행단 스님들.

히노니시 스님과 한국에서의 재회를 발원하며 일정을 마무리한 본각 스님은 “외형적 만남과 교류 못지않게 양국 불교계와 비구니계의 발전을 위한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며 “서로 다른 풍습·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용의 폭을 넓히기 위한 방편으로 일본 비구니스님들이 한국 불교와 사찰을 체험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본각 스님은 “지금까지 일본비구니계와 한국비구니계는 개별적으로 민간차원의 만남을 이어오며 정서적 공감대를 키워왔다”며 “공식적인 창구의 마련도 중요하지만 깊이 있고 지속적인 교류를 위해서는 비구니스님들의 개별적인 만남 또한 민간외교의 중요한 통로임인 인식하고 관심과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히노니시 스님(오른쪽)은 주구지를 방문한 본각 스님에게 부채를 선물했다.

▲ 히노니시 스님은 일본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고 6월23일 귀국하는 봉행단을 공항까지 마중했다. 봉행단은 감사의 뜻을 담은 산회가로 다음의 만남을 기약했다.

일본 나라현=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349호 / 2016년 6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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