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수도 울란바타르 간단사에는 무게 900톤, 높이는 26.5미터에 달하는 몽골 불교의 심장 관음보살입상이 있다. 절로 신심이 나는 불상을 보고 나오니 부처인 자신의 본래 마음자리가 얼마나 자랐는지 새삼 부끄러웠다. 우리 세대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자기 마음자세를 바꿈으로써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 마음을 바꾸면 삶이 바뀐다는 희망 때문에 날마다 설렘으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순례 중 3일을 머문 몽골 수도 울란바타르에서의 생활은 약간의 지루함과 나른함이 묘하게 뒤섞였다. 마음을 끄는 무언가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내리쬐는 태양과 푸른 하늘, 몽골인들의 웃음소리, 어지러운 교통 그리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개들과 따끔거리는 미세먼지. 어느
테를지 국립공원에는 천상의 사원이라 불리는 작고 아담한 떼뜨 어렁 사원이 학살당했던 불교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었다. 계단이 앞으로 길게 늘어져 있어 마치 흰 코끼리 모양이다. 눈이 가려진 독수리는 날지 못한다. 아니 날지 못했다. 관광객들에게 멋진 사진을 제공하는 박제일 뿐, 몽골의 옛 수도 하르허린, 첫 사원 에르덴조 입구에서 만난 독수리의 날개는 허우적대고 있었다. 독수리는 초원의 파란 하늘을 잊었을까.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동정을 이내 놓았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애당초 가져본 적이 없거나 너무 일찍 빼앗긴 것에 대해 미련을 품지 않는다. 쓸데없는 생각을 접었다. 그리고 옛 수도 하르허린을 등졌다. 다시 버스에 올라 6시간 동안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달려야 했다. 몽
몽골 최초 티베트 사원 에르덴조. 흰탑들이 호법신장처럼 둘러싼 이 사원(왼쪽 사진)에는 몽골불교의 위대한 선지식 쟘마바자르의 아버지 무덤이라 전해지는 흰탑이 있다. 바양고비 캠프 게르 안 엷어진 온기가 멀어져갔다. 대신 망망한 초원 너머로 모습을 드러내는 태양이 이른 아침의 한기를 한 줌 떼어갔다. 곧 채비를 했다. 아침을 먹고 몽골의 옛 수도 하르허린으로 떠나야 했다. 어젯밤 몸을 의지한 게르를 등졌다. 간밤에 신세졌던 게르에 고마웠단 눈인사를 건넸다. 캠프를 운영하는 몽골인들과 야생동물로부터 밤새 캠프를 지킨 검은 개 한 마리가 배웅을 나왔다. 차가 일으키는 먼지 속으로 사라져가는 그네들의 실루엣에 손짓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꼬리를 흔들며 배웅하던 검은 개의 잔상이 유난히
어워를 휘감은 하닥에서 경외감마저 전해진다. 몽골인들은 모든 곳에 신이 있다고 믿으며 돌탑을 만들어 의식을 지낸다. 돌탑 위에 법륜이 있는 것이 마치 몽골 샤머니즘과 티베트 불교가 만나는 접점 같아 이채롭다. 초지와 모래언덕이 공존하는 바양고비의 게르 캠프에 아침이 밀려왔다. 밤새 탄 장작은 검게 말라비틀어졌고 게르 안엔 약간의 한기가 맴돈다. 그래도 지붕 위로 이어진 연통은 아직 따뜻하다. 남쪽으로 난 문을 열고 주위를 살폈다. 식당 게르 연통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른다. 우유차와 아침을 준비하는 중이리라. 엷게 이는 바람에 흰 연기들이 먼 길을 떠나고 있었다. 어제 울란바타르에서 무려 6시간이나 쉬지 않고 달려 도착한 바양고비 캠프. 그러나 싱그러운 초원은 지독하게 고
「법보신문」은 8월 12일부터 17일까지 실시한 몽골 성지순례 기간동안 몽골 불교와 역사, 자연에 관한 특별취재를 진행했다. 본지에서는 몽골서 부는 기독교 바람 등을 격주로 연재한다. 편집자 초원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뜀박질을 시작할 무렵부터 하루 종일 가축을 돌보는 것이 일상이 된다. 한반도의 약 8배인 156만㎡에 이르는 땅을 가졌으며 아시아에서 다섯 번째로 넓은 나라. 끝을 알 수 없는 들판에 펼쳐진 초록 생명과 거친 모래바람이 머무는 사막이 공존하는 곳. 한 때 남자 인구의 30%이상이 스님이었던 불교 국가였으나 구 소련의 스탈린에 의해 3만 여명 이상의 스님들이 학살당했던 비극의 나라 몽골. 이곳에 깃든 생명들은 어지럽게 뒤엉켜 윤회의 굴레 속에서 치열하게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