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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녹에 뒤엉킨 선림원지 금동보살입상…5년만에 금빛 광채

  • 성보
  • 입력 2021.02.03 20:57
  • 수정 2021.02.03 22:17
  • 호수 1573
  • 댓글 2

국립문화재연구소, 2월3일 공개
청동녹에 가려진 이목구비 되찾아

금동보살입상 전체 형태 구성. 문화재청 제공

뒤엉켜 있던 흙과 녹을 걷어내니 사라졌던 관음보살이 되살아났다. 2015년 10월 양양 선림원지에서 출토됐던 금동보살입상이 5년에 걸친 대수술을 끝내고 금빛 광채를 뽐냈다. 화려한 대좌와 광배가 살아났고, 도금층에 섬세하게 그려진 먹선이 복원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센터장 정소영)는 2월3일 “2015년 10월 양양 선림원지에서 불상을 받치는 대좌와 함께 발굴됐던 금동보살입상을 2016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보존처리를 시행했다”며 “금빛과 원래 모습을 되살아났고 제작 기법 및 연대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금동보살입상 보존처리 전, 표면 녹제거 과정 중, 보존처리 완료. 문화재청 제공

금동보살입상은 발굴 당시부터 큰 화제였다. 화려한 대좌와 광배는 물론, 출토지가 명확한 보살입상으로는 역대 최대 크기였다. 입상은 높이 38.7cm, 무게 약 4.0kg였고 대좌는 높이 14.0cm, 무게 약 3.7kg였다.

하지만 흙과 녹이 두껍게 뒤엉켜 ‘금동보살’이란 말이 무색했다. 화려한 대좌는 부러진 오른쪽 발목과 분리됐고 광배는 여러조각으로 파손된 상태였다. 

보존처리가 시급하다고 판단한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서둘러 정밀조사에 착수했다. 엑스선 투과, 내시경 조사부터 재질분석까지 과학조사를 통해 상태를 꼼꼼히 파악했다.

대좌 보존처리 전(왼쪽), 대좌 보존처리 후(오른쪽). 문화재청 제공

원형과 가치를 되살릴 녹제거 과정은 꼬박 4년이 걸렸다. 도금층에 덮여있는 부식물과 청동녹을 걷어내니 그제서야 도금층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후 강화처리, 접합 복원 등을 이어나갔다. 

섬세하게 그려진 먹선도 나타났다. 먹으로 그린 부분은 눈썹, 눈매와 눈동자, 수염, 대좌의 안상 테두리 등 4곳이었다. 청동녹 아래에 그려진 눈동자는 현미경 확대 관찰을 통해 찾아냈다. 보존과학센터는 "도금층과 단단하게 부착돼 현미경으로 관찰하며 녹을 한 겹 한 겹 벗겨내는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제작 기법도 밝혀냈다. 표면을 분석하니 도금층에 높은 함량의 수은과 알갱이 형태의 금이 확인돼 아말감 도금법으로 조성됐음을 알아냈다.

금동보살입상 내부와 표면에서는 수습한 종잇조각과 금박종이 조각이 발견됐다. 보존과학센터는 “이들 조각에는 명문이 없고 일부만 남아있어 용도를 파악하기는 어려웠지만, 종이 재질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모두 닥종이로 나타났다”며 “방사성탄소연대 측정하니 7~9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애장왕 5년(804) 동종이 제작되는 등 선림원이 활발히 경영되던 시기를 고려할 때 통일신라 시대의 작품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금동보살입상 보존처리 후 뒷면(왼쪽), X선 투과조사 이미지(오른쪽). 문화재청 제공

엑스레이로 투과해 금동보살입상이 하나의 개체로 제작됐다는 것도 확인했다. 양쪽 팔 뒤로는 주조 구멍 흔적이 발견됐다. 주물을 완성한 후 금속판으로 구멍을 막고 도금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보존과학센터의 분석이다.

왼쪽부터 먹으로 그린 눈매와 눈동자(오른쪽 눈), 먹으로 그린 눈동자 위에 생성된 청동녹 확대(오른쪽 눈), 먹으로 그린 눈썹(오른쪽 눈), 먹으로 그린 수염과 입술에 남아 있는 붉은 색 안료. 문화재청 제공

안료도 미세하게 남아있었다. 보존과학센터는 “보살입상의 장식 뒷면, 대좌 귀꽃 뒷면 등에서 관찰되는 붉은색 안료는 진사가 혼합된 붉은 색 안료로 파악됐고, 입술에도 붉은 색 안료가 미세하게 남아 있었다”며 “머리카락에 칠한 남색 안료는 표면 부식으로 대부분 긁히거나 들떠 떨어진 상태였지만 일부에 남아 있는 짙은 남색 안료는 구리 계열의 석청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3D 스캔 이미지. 문화재청 제공

3차원(3D) 스캔과 이미지 복원으로 보살입상의 원래 모습도 확인했다. 또 보살상, 광배, 대좌와 장신구인 보관, 영락장식, 정병 등은 각각 따로 제작한 후 결합하는 형태로 조성됐다는 것도 알아냈다. 

보존과학센터는 "출토 과정에서 일부 형태가 변형돼 접합이 어려운 곳이 있었으며 보살입상의 부러진 오른쪽 발목은 아쉽게도 대좌와 접합이 어려운 상태"라면서 "올해 3차원 스캔 데이터와 3차원 프린트 등 첨단기법을 이용하는 디지털 복원으로 금동보살입상을 대좌에 연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573호 / 2021년 2월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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