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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기독교 선교 조장 행위 멈춰야

경남 창원시가 지난해 11월부터 ‘빛의 거리’라는 이름으로 옛 시가지에 조명을 밝히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진해구 중원 광장에는 총사업비 2억5000만원을 들여 ‘테마가 있는 빛의 거리’라는 주제로 이른바 트리 마을을 조성했다. 다양한 색과 모양으로 거리를 밝힌 대형 조형물들은 트리 정상에 붉은색 별을 장식한 것만 다를 뿐 크리스마스 때 거리를 장식하는 트리와 다를 바 없다. 누가 보더라도 기독교 선교용 트리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창원시는 ‘빛의 거리’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지난해 11월부터 트리를 조성한 이후 해를 넘겨 4월까지 그대로 존치한다는 계획이다. 

‘크리스마스트리’는 사전에도 언급된 명백한 기독교의 종교 상징물이다. 예수 탄생일을 축하하는 의미가 담겨 있으며 16세기 초 독일 문화권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확산 되었다고 전한다. 크리스마스 전후로 기독교 성인의 탄생일을 함께 축하하며 기쁨을 나눈다는 의미로 트리 조명을 밝히는 풍경은 이제 익숙하다. 현대인들 사이에서는 종교를 초월해 송구영신의 의미를 담아 트리 장식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더라도 중요한 것은 시기다. ‘종교학사전’만 보더라도 크리스마스트리는 예수탄생일부터 공현제(1월6일)까지 장식된다고 언급돼 있다. 그러나 유독 한국에서는 이 시기를 넘겨 11월부터 설 연휴까지 공공구역에 설치된 트리 모양의 조형물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설 연휴에도 불을 밝힌 크리스마스트리 조명을 보면 ‘크리스마스도 지났는데 왜?’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런데 창원시는 한발 더 나아가 봄이 오고 꽃이 피는 4월까지 트리 모양의 조명을 켜놓는 것이 과연 시민을 위한 사업인지 의문이다. 

이에 대해 창원시 측은 “중원 광장의 트리 조명은 크리스마스트리가 아니다”는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창원시가 조성한 트리에 ‘십자가’ 등 기독교를 상징하는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십자가’가 없다고 해서 기독교 크리스마스트리가 아니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랜 기간 기독교 선교용 크리스마스트리가 친숙하게 사용돼 왔다는 점에서 설령 ‘십자가’가 없다고 해서 크리스마스트리가 아니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이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 형상의 무늬를 가방 등 각종 상품에 새겨 넣어 판매하는 것에 비판을 가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치다. 

주영미 기자 

창원시의 ‘빛의 거리’ 사업에 사용할 수 있는 조형물은 적지 않다. 창원시를 상징하는 조형물이나 지역 역사문화를 형상화한 조형물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창원시가 굳이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시키는 조형물을 고집하는 것은 “국민혈세를 이용해 기독교 선교를 돕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창원시는 이제라도 ‘빛의 거리’사업을 이용한 선교행위를 멈춰야 한다. 

ez001@beopbo.com

[1578호 / 2021년 3월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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