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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님 주거공간 마련이 승가공동체 복원 토대

5. 노스님 주거 및 요양 실태와 과제

2011년 종단 최초 선운사 승려노후수행마을, 노스님 3명 거주
수행정진 풍토 만들고자 교구본사 별도 주거공간 마련하기도
종단, 사찰 돌봄 어려운 스님 위해 요양병원·요양원 설립 추진

제24교구본사 선운사 승려노후수행마을에 거주하는 재곤 스님은 “수행공동체에서 스님의 정체성 지키며 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제24교구본사 선운사 승려노후수행마을에 거주하는 재곤 스님은 “수행공동체에서 스님의 정체성 지키며 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수행공동체에서 스님으로서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게 이곳 거주의 가장 큰 장점이죠.”

7월1일 제24교구본사 선운사(주지 경우 스님) 승려노후수행마을에서 만난 재곤 스님은 83세라는 세속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꼿꼿했다. 척추협착증과 디스크로 여러 차례 시술을 받아 움직임에 간혹 불편함을 겪지만 스님으로서의 위의는 누구보다 당당했다.

재곤 스님은 승려노후수행마을이 형성됐을 초창기부터 이곳에 머물러왔다. 1964년 출가해 선운사 주지를 맡는 등 종단 중진으로 활약했던 스님은 2012년 수행마을로 거처를 옮기면서 사설사암이었던 군산 관음사를 공찰로 등록하는 귀감을 보였다. 스님은 “대중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승가공동체의 유지와 확산은 그 자체만으로 사부대중에게 훌륭한 메시지가 된다”며 “교구본사 단위로 재적 노스님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현재 승려노후수행마을에는 재덕(세납 94세), 종안(세납 89세), 재곤(세납 83세) 스님이 거주하고 있다. 심근경색과 중풍 등으로 요양등급을 받은 재덕, 종안 스님은 매일 출퇴근하는 요양보호사의 관리를 받는다.

승려노후수행마을은 노스님들에게 경제적 부담 없이 전액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선운사는 마을 운영기금 마련을 위해 사부대중의 정성을 모으는 불사와 복지기금을 마련하고 사중 예산과 별도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또 거처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수행마을에서 살고 있는 스님들에게 매월 7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하고 의료비도 전액 지원한다.

선운사는 2017년, 비구니스님들의 주거복지 증진을 위한 노후수행마을 조성도 추진했지만 공간과 재정이라는 난관에 부닥쳐 잠정 보류한 상태다. 거주에 대한 수요가 있는 만큼 추후라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수행자들이 모여 살며 결계와 포살을 통해 수행 정진하는 것은 부처님 당시부터 이어져온 불교 고유의 전통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 들어서 승가공동체라는 불교전통은 옅어졌고 소임이 없거나 육체적으로 온전치 못한 노스님들이 안정적으로 머물 수행처나 요양시설 역시 부족한 상황이다. 조계종 제36대 집행부가 종단 차원에서 돌봄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불교요양병원 및 요양원 건립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불교전통을 복원하고 화합 승가 공동체를 회복하자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노스님들이 노후에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수행처나 요양시설 마련이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실제 수행에 정진하는 풍토를 만들어가기 위한 원력불사를 진행하는 교구본사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선운사 승려노후수행마을은 교구본사 주거복지의 선두주자로 손꼽힌다. 2007년 당시 주지 법만 스님이 추진한 승려노후수행마을은 교구 원로스님들이 노후에도 청빈한 삶으로 신도와 국민들에게 귀감이 돼야 한다는 기조에서 시작됐다.  이후 선운사는 2011년 종단에서 처음으로 승려노후수행마을을 조성할 수 있었다. 이 마을은 스님들의 복지를 비롯해 문화와 포교 전반을 아우르는 수행공동체로 조성됐다는 점에서 건립 당시 승려복지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 받았다. 요양시설만이 아닌 스님 개인의 생활이 보장되는 요사채 형식의 독립 공간에서 질병 및 노환에 대한 보살핌을 받는 가운데 청빈한 수행자로서 대중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형성됐기 때문이다.

제2교구본사 용주사(주지 성법 스님) 역시 2007년 노스님 전용 거주시설인 서림당을 건립해 운영하며 승려주거복지를 본격화했다. 20년 이상 수행한 스님들이 머물 수 있는 서림당에는 현재 7명의 노스님들이 거주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승려주거복지 사업을 시행중인 제12교구본사 해인사(주지 현응 스님)는 재적 스님들이 안정적으로 수행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사찰 소유의 ‘소리원’과 ‘조주원’을 방사로 활용, 11월초부터 중덕(정덕) 이상의 재적 스님 15명에게 거주처를 제공하고 있다. 해인사는 추후 해인초등학교와 건물 1개를 리모델링해 노스님들을 위한 공간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더 많은 교구 재적 스님들이 혜택을 받는다면 승가공동체도 저절로 복원 되리라는 게 해인사 측의 설명이다.

제19교구본사 화엄사(주지 덕문 스님)는 노스님들의 주거공간을 따로 마련하기보단 본말사와 산내암자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산내암자 혹은 말사를 노스님들의 수행거주 도량으로 이용할 경우 해당사찰에 주거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스님들을 위한 돌봄 인력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이렇듯 몇몇 교구본사들이 자체적으로 나서 노스님들에 대한 주거제공과 요양 및 돌봄을 위한 제도마련에 힘쓰고 있지만 열악한 재정여건으로 대부분의 교구본사들이 이를 본격적으로 진행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조계종은 노환이나 병고로 사찰 내에서 돌봄이 어려운 스님들이 임종까지 출가자로서의 위의를 지킬 수 있도록 종단 차원에서 돌봄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불교요양병원 및 요양원 건립계획을 수립하고 최근 동국대 일산병원 인근에 부지를 매입한 상태다. 조계종 제36대 집행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백만원력결집불사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불교요양병원 및 요양원 건립은 사회보다 더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스님들의 초고령화에 대비하고자 마련됐다. 고령과 병고로 사찰에서 간병이 어려운 스님들이 편안하게 치료받고 여생을 여법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계종은 긴밀한 논의를 통해 올해 안에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기본설계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조계종 승려복지회장 금곡 스님은 “승가공동체 회복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노스님들이 대중들과 임종 때까지 함께 하는 것이지만 여러 현실적 어려움으로 불가능할 경우, 불교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모신다면 이 또한 또 다른 신행공동체의 모습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평생 불교를 위해 헌신한 스님들과 불자들을 위한 불교요양병원과 요양원은 자리이타 보살행을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592호 / 2021년 7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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