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우리나라 인구 절반에 불과한 2300여만명이 사는 작은 섬나라다. 그러나 불교의 위상은 현대인에 맞는 생활불교를 주창하는 스님들의 지도력과 신도들의 원력으로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다.
대만불교는 북부 법고산사와 남부 불광산사, 중부 중대선사, 동부 자제공덕회 등 4대 종문이 이끌고 있다. 이들은 부처님 가르침을 세계에 전하겠다는 원력 하나로 불교공동체를 만들어냈다. 전통불교의 포교 방법에서 벗어나 교육과 복지, 문화, 수행 등 현대화되고 대사회적 기여도를 높일 수 있는 포교방법을 추구해 불자들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었고 이를 통해 지난 50년 동안 비약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대만에는 대략적으로 2200여개 사찰과 1만2000여명의 스님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님들은 출가한 사찰에서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2000여명이 대중생활을 한다.
대만 사찰들은 주석하는 스님에게 월급 같은 개념의 급여를 주지 않는다. 출가와 동시에 사찰에서 스님들의 의식주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의식주를 제외한 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비를 지급하고 있다. 출가자 수가 2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불광산사의 경우 사찰에서 스님들에게 평균 1500위원(약 27만원)의 공양금을 지급한다. 의식주는 100% 사중에서 책임진다. 불광산사는 사중에 거주하는 대중의 헌신과 봉사, 절용 정신으로 포교와 중생교화를 위한 분야에 최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스님들이 중심이 돼 사찰들이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사업 수익금 중 일부는 출가자들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된다. 대부분 사찰들의 일반적인 수익사업은 출판 분야다. 사찰 출판물은 대부분 창건주 종장스님의 저술들이며 각종 경전해설서를 비롯해 신도들이 신행활동에 필요한 문헌을 출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불광산사의 수입사업 중에는 식당도 포함된다. 전 세계의 분원에 사찰음식점을 개원하고 스님뿐 아니라 신도나 일반인들이 사찰 음식문화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신심 건강과 사찰 홍보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 납골당 사업 등을 통해 재정을 충당하고 있다.
자제공덕회는 각종 선식과 의류, 초, 도시락 등을 스님들이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며 여기서 나온 수익금은 전액 자제공덕회 운영에 쓰인다. 연구자들은 “정부 지원 없이도 자제공덕회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스님들 스스로 노동을 기반으로 수행하고 청빈한 삶을 살며 신도들에게 금전적으로 의지하지 않았었기에 가능했다”며 “사찰에 대한 사회적 신뢰 또한 높아질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대만 스님들의 건강은 자제공덕회가 운영하고 있는 불교자제종합병원에서 책임진다. 1986년 건립된 자제종합병원은 현재 대만 동부 유일의 의료센터다. 자제종합병원에서는 스님들에 대해서는 의료비를 일체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이웃종교일지라도 성직자라면 누구에게나 무료 진료를 실행한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대만에서는 출가를 하면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의식주와 교육, 의료 부분을 사중에서 100%로 책임져 주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인재 확보가 가능했고 이는 대만에서 불교가 짧은 시간 안에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분석했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593호 / 2021년 7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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