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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종회, “경기도 광주시 ‘가톨릭 성지순례길’ 백지화하라”

  • 교계
  • 입력 2021.09.10 17:04
  • 수정 2021.09.10 19:20
  • 호수 1601
  • 댓글 1

9월10일 임시회서 촉구 결의
불교성지를 가톨릭성지로 둔갑
심각한 역사왜곡·종교갈등 초래
오대산본 실록 환지본처 촉구도

조계종 중앙종회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경기도 광주시의 ‘가톨릭 성지순례길’ 사업과 관련해 우려를 표명하고 백지화를 촉구했다.

중앙종회는 9월10일 221회 임시회를 열어 ‘가톨릭 성지순례길 사업 백지화 촉구 결의의 건’을 만장일치로 가결하고 중앙종회의 입장을 담은 성명도 채택했다. 중앙종회는 이날 “경기도 광주시가 조선시대 스님들이 피와 눈물로 쌓아올린 남한산성과 불교 자비심의 상징 천진암을 비롯해 불교계가 설립·운영하는 나눔의집, 광주시의 역사문화유산을 대거 포함한 가톨릭 성지순례길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옛 스님들의 유구한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불교성지가 가톨릭 성지로 둔갑되는 역사왜곡과 함께 향후 심각한 종교갈등을 유발할 것을 예상돼 심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에 중앙종회는 광주시에 “가톨릭 성지순례길 사업의 백지화”를 촉구했다.

중앙종회는 또 ‘가톨릭 성지순례길 사업’의 백지화를 요구하는 성명서도 발표했다. 중앙종회는 성명에서 “가톨릭 성지라 주장하는 천진암은 스님들이 거주했던 암자로 천주학을 공부하던 이들을 보호하려다 폐사에 이른 가슴 아픈 역사가 남아 있는 공간”이라며 “박해받던 중생들을 대자비 원력으로 보살폈던 평화와 공존의 가치가 서려있는 천진암을 경기도 광주시가 나서 왜곡과 편향의 현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한산성은 가톨릭만의 성지가 아니다”며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는 남한산성에 주둔하며 정병을 양성하고 산성을 보강해 왜군에 맞서 싸웠고, 뒤이어 병자호란 때는 각성 스님을 총섭으로 한 승군이 청나라 군대에 맞서 사력을 다해 항전한 곳이다. 그렇기에 남한산성은 가톨릭 성지에 앞서 외세의 침략에 맞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섰던 옛 스님들의 피와 눈물, 호국애민의 정신이 성성히 살아 숨 쉬는 불교성지”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중앙종회는 “이런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광주시가 남한산성과 천진암을 가톨릭 성지로 홍보하고 이곳을 잇는 ‘가톨릭 성지순례길’을 조성하겠다는 것은 우리 민족의 역사를 왜곡함은 물론 특정종교를 위한 왜곡된 확증편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과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중앙종회는 “가톨릭 성지순례길 조성사업에 포함돼 있는 불교문화유산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지역 불교계와 사전에 아무런 협의조차 없었다는 사실은 광주시의 노골적인 특정종교를 향한 편향을 반증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중앙종회는 “명백한 역사왜곡과 종교간 화합을 저해하고 나아가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경기도 광주시의 가톨릭 성지순례길 사업 추진을 강력히 항의하며 즉각적인 백지화 선언을 촉구한다”며 “아울러 시장의 진정 어린 공개참회와 재발방지를 위한 약속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중앙종회는 이날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 및 의궤의 환지본처를 촉구하는 결의문도 채택했다.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 및 의궤는 일제강점기 밀반출됐다가 월정사 등 민간단체의 노력으로 우리나라에 돌아왔지만, 정부가 장소의 적정성, 보관, 연구 등의 이유로 반환을 거부하고 있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중앙종회는 결의문에서 “타향살이를 하는 오대산 사고본 조선왕조실록 및 의궤는 일제강점기, 일제의 야욕에 의해 강제로 침탈된 치욕적인 역사의 흔적이며, 오욕의 기록들”이라며 “일제의 약탈로 인해 고향 오대산을 떠나야 했던 오대산 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은 2006년 고국 땅에 되돌아온 후에도 아직까지 환지본처의 꿈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를 대신해 월정사를 비롯한 불교계와 민간의 노력으로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는 돌아올 수 있었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돌려받은 문화재가 국유문화재가 되었기 때문에 지역에 돌려보내는 것은 곤란하다는 논리와 행태를 보이고 있어 참으로 실망스럽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중앙종회는 “△정부가 주창하는 ‘자치’와 ‘분권’의 실체는 무엇인지, 분권의 가치에는 ‘문화자치’ ‘문화분권’이 포함되지 않는 것인지, 지역 간의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지역별로 특색 있는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킨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지역문화진흥법을 시행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지역의 문화재를 서울의 박물관 수장고에 쌓아 놓고 있는 작금의 상황 속에서 문화격차는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를 따져 물었다.

중앙종회는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을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빛을 발할 수 있다”면서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고 지역발전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 오대산 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의 환지본처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601호 / 2021년 9월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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